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이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제까지 그리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기초한 거래에서 가장 유력해 보이는 방식은 신용부도스왑(CDS)을 매수하고 그리스 국채를 매도하는 것이다. CDS는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가치가 올라가고 국채 가격은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베팅했건 최근에는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그리스 구제 계획이 구체적으로 부상하면서 이 같은 포지션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더이상 이득이 없을 것으로 보고 청산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구제 계획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면 그리스가 4~5월 채무 상환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이번 주초 그리스 국채 5년물의 CDS로 보면 1000만 유로 규모의 부도 위험에 대한 보험 비용은 34만 1000달러 수준(CDS 프리미엄 341bp)이다. 이는 지난주 목요일에 비하면 14%나 줄어든 수준이다. 앞서 2월 4일에는 그 비용이 무려 42만 50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 그리스 약세론자들의 '엑소더스'
WSJ에 따르면, 관련 시장전문가들은 이미 투자자들이 그리스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털어내면서 앞다투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그리스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는 말은 시장 조성자인 대형은행으로부터 신용보험을 더이상 매입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이들 대형은행들은 그리스 국채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미래에 더 낮은 가격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의 거래를 해 온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신용 보험 혹은 신용손실 방어 수요가 줄어든 것은 이들 시장조성 담당 기관들이 그리스 국채 현물을 매도할 필요도 따라서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리스 국채시장의 매도세력이 사라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격한 '숏스퀴즈'가 발생하게 되었다. 즉 채권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자 매도 포지션을 형성한 투자자들이 이 같은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손절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런 수요로 인해 더욱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호가는 더욱 강하게 상승하는 법이다.
그 동안 투자자들은 그리스가 올해 봄까지 230억 유로에 달하는 국채를 공급할 것으로 보고 수급은 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제 금융이 이루어지면 이 같은 물량을 발행할 이유가 사라진다. 국가 보증 기관들이 발행한 물량도 상당 부분 바이백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숏포지션을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다른 숏스퀴즈 요인도 있다. 만기 1~2년 정도의 단기물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디폴트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세에 나서면서 채권 가격이 랠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매도 포지션 커버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 당국자들이 CDS 시장 등 일부 투기적 양상이 발생한 곳에 대해 조사하고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불편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주초 독일 금융시장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바핀(BaFin)의 대변인은 독일 재무부에게 그리스 채권에 대한 투기와 관련해 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DS 거래가 국경을 넘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규제가 효과가 있으려면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과 강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독일을 포함한 주요국 당국에서는 국채 CDS거래에 대한 글로벌 규제의 틀을 마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런던의 한 은행권 관계자는 CDS 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이 적극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제는 규제당국의 조사를 빠져나가기 위해 매입한 CDS포지션을 매도하고 포지션 청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그리스 구제 '불확실성' 남아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가 '단기' 해법에 그치는 것이며, 그 결과가 기대 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불확실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런던의 헤지펀드 노스애샛매니지먼트(North Asset Management)의 조르지 파파마르카키스는 "이번 그리스의 단기 구제가 사람들이 원하는 그런 촉매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그리스 구제를 예상하고 있으며, 그 구체안이 나올 경우 채권 스프레드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구체안이 시장의 기대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시장의 기대가 과도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그리스 국채 장기물보다는 단기물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최소 1~2년 내에는 디폴트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 패키지가 나온다고 볼 때 단기물이 저렴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파파마르카키스는 구제안에 유럽 차원의 지급보증 방식이 포함된다면 예외적으로 확신을 부여할 수 있는 요인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구제안에 대해서는 모두들 이해가 부족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