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은 호암이 태어난지 100년째 되는 시점이다. 그가 타계한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호암은 한국경제사의 큰 이정표를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건희 전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으로 이어지는 이재용 부사장까지 호암의 경영철학은 하나의 경영지침서로 굳혀지고 있다. 나아가 삼성은 물론 재계에서도 호암의 경영철학은 위기때 마다 되새기게 하고 있다.
최악의 글로벌 위기라는 지난해 삼성이 글로벌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리며 전진할 수 있었던 것도 호암의 경영철학이 밑거름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삼성을 글로벌기업으로 자라나게 한 원동력이 호암이 평생 가슴에 품고 실천했던 경영철학이 아닌가 싶다.
호암은 삼성의 3대 경영철학으로 대표되는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를 경영의 최일선에 두고 활동했다.
◆"사업보국이 인생의 신념"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 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에 있다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 호암이 지난 1976년 전경련 회보에 기고한 '나의경영론'의 일부다. 일제강점기인 중일전쟁과 해방이후 한국전쟁의 격동기의 삶을 살아오면서 호암의 사업보국 경영이념도 확고하게 굳어졌다.
당시 전쟁으로 망가진 한국의 현실은 암담했다. 1953년과 1954년 헐벗고 굶주린 국민의 피폐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부터 시작하게 된 사업도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의 설립이었다.
1975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호암의 이러한 생각이 곤스란히 묻어난다.
"인류나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라야만 그 사업이 발전할 수 있고 기업가로서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기업가가 지켜야 할 기업윤리일 것이다. 기업가가 이것을 지키지 않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는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삼성이 지금까지 한국경제와 호흡하고 성장한 이유이다. 이처럼 호암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보면 호암의 사업보국 이념이 잘드러나고 있다.
세계제일의 반도체사업 역시 호암의 사업보국 이념이 모태가 됐다.
"삼성이 돈벌이를 하려면 반도체사업 말고도 많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사업은 국가적 인 사업이고 미래산업의 총아이다." 호암이 주위에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을 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지난 2001년 작고한 캐서린 그레이엄(Katharine Graham) 전 워싱턴포스트 전 명예회장은 호암을 이렇게 평했다.
"호암선생을 만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의 국가와 민족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었다. 한국의 독특한 시대적 상황이 호암선생을 애국자로 만든 것도 있겠지만, 호암선생의 경영철학에는 분명 남다른 점이 있었다."
◆호암의 사업관은 '인재제일주의'
"의심이 가거든 채용하지 말고, 채용했으면 믿고 맡겨라"
호암이 타계한지 벌써 23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삼성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이 원동력에는 인재제일주의라는 호암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암의 평생라이벌로 일컫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역시 감탄할 정도였다고 한다.
"호암은 사업이란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던 분이다. 호암의 사업관은 인재제일주의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흔히 삼성사관학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인재에 대한 호암의 열성은 우리나라 기업사에 하나의 기업문화를 일구어내었다."며 호암의 인재관을 높게 샀다.
사람이 기업의 근본이라는 생각에 호암의 인재관은 뚜렷했다. 이러한 이념으로 호암은 1957년에 국내기업 가운데 최초로 공채제도를 도입, 우수한 인재발굴에 나섰다.
임직원과의 신뢰를 최고항목으로 여겼던 호암은 배신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고 한다. 호암이 삼성 신입사원 테스트 문항에서 지원자의 일관된 소신과 관점에 주안점을 둔 것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그만의 인재선발관이다. 재밌는 일화는 호암이 인재채용과정에서 유명한 관상가를 배석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호암은 인재채용 이후 개인별 능력별에 맞는'적재적소' 인사배치를 하고 권한을 주고 맘껏 일하도록 했다. 또한 지도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책임을 맡겨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도약초석 '합리추구경영'
오늘날 삼성이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기반은 호암의 '합리추구' 경영철학도 크게 한 몫했다. 1970년 정초 호암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영의 합리화는 뒤떨어진 우리나라 기업풍토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라고 인식했다.
삼성의 대표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런 밑바탕 위에서 성장했다. 호암이 처음 전자산업 진출을 검토할 당시다.
호암은 사업성을 검토해본 결과 전자산업이야말로 기술·노동력·부가가치 그리고 내수와 수출전망 등 어느 모로 보나 우리나라의 경제단계에 꼭 알맞은 산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삼성이 이 산업에 진출하여 국내에서 전자제품의 대중화를 촉진시키고, 수출 전략상품으로 육성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맡아보자고 결심하면서 삼성의 전자산업은 개화하기 시작했다.
호암의 합리추구에는 변화에도 접목된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는 게 호암의 합리추구 경영이념이다.
"과거 10년이 오늘의 1년과 비견될 만큼 기술을 비롯해서 기업을 둘러싼 여러 여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경영은 변화에 적응해가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경영자는 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 1978년 호암은 정례 사장단회의에서 이같이 역설한 것도 합리추구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삼성의 지속성장의 원천인 '미래산업'의 씨앗도 호암의 합리추구경영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전계열사들이 시대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것도 호암이 추구했던 합리추구 경영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방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