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이정환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인해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 이정환 이사장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를 강력히 촉구하며 1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애초 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때부터 강력히 반발했던 거래소측을 비롯해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도 성명서를 냈다. 반대 입장 표명은 이사장 사퇴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한국거래소의 고질적인 방만 경영과 독점권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근거인 독점적 지위를 일순간 무너뜨릴 수 있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여서 이는 향후 변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1월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시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하라" 강경입장 여전
올해 1월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기관 중 총 수입액 절반 이상이 독점적 사업에서 발생할시 준정부기관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거래소는 강력 반발했다. 정부지분이 전혀 없는 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은 명백한 주주권리의 침해가 명백하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또한 당시 이정환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다"고 반박했고 이러한 견해는 지난 13일 제출한 사직서에도 일관되게 담겨있다.
거래소측은 국제경쟁력 약화와 자본시장통합법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정환 이사장이 사퇴를 결정한 날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도 정부 등에 이사장의 사직서를 반려하라는 의견을 내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러한 입장 역시 이 이사장의 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떠오른 이슈는 이른바 '허가주의법'이다. 이는 자본시장법의 거래소 독점주의를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해 12월 초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 등 여야 의원 22명이 발의한 이 입법안은 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가 투자자 보호장치와 충분한 시스템을 갖췄을 경우 누구나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 법안은 사실상 거래소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는 것으로 통과되면 애초에 정부가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정하면서 내세운 독점적 지위 명분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는 시기상 문제와 거래소 측의 강력한 공공기관 해제 요구 등으로 당분간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 논의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거래소 개혁' 없이 공공기관 해제 없다
거래소측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측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방만 경영 등이 개혁되지 않는 한 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방만경영으로 인한 직원들의 고임금 부분은 이번 국정감사의 주요 논의 대상으로 떠오를 정도로 심각하다.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알리오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직원들의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액은 9700만원에 달해 공공기관 전체 평균의 1.8배에 이른다. 특히 이사장의 연봉 7억 9700만원은 기관장 평균(1억6000만원)의 5배에 가깝다.
또한 2007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거래소의 총 영업수익이 7196억원인데 이중 영업비용이 4287억이 소요됐고 영업비용중 대부분이 급여, 퇴직급여, 복리비 등으로 이들 3항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해도 45%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감사원에 따르면 거래소가 올들어 8월말까지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도 2393억원으로 올해 예산서상 수수료 수입 2448억 4400만원에 근접했다. 거래소가 수수료 수입을 기반으로 조성한 내부 유보금은 2007년 말 현재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정부가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당시 이러한 경영상의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이를 혁신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정부로서도 공공기관 해제의 명분이 서질 않는다.
거래소측 고위관계자 조차 "거래소가 방만 경영을 개혁하고 독점적 지위로 인한 여러 혜택 등을 없애지 않는한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쉽게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정부측 입장을 보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는 분위기다. 향후 법안통과가 되더라도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는 기류가 형성되기는 조금 어렵다는 입장도 흘러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안이 아직 계류중인 상황에서 공공기관 해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설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거래소의 독점지위에 관한 유권해석은 다시 재검토 해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가정시 내년 1월 공공기관 재지정할 때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겠지만 지난 3년간의 수익구조를 판단하는 정부 입장에서 거래소가 크게 독점적 지위를 완화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환 이사장 사태로 불거진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싼 거래소 측과 정부 측의 팽팽한 대립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다시 한번 논쟁거리로 대두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