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달아올랐던 공모주 시장에 냉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가 대비 400%에 육박하는 수익율을 내는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말 그대로 대박행진을 이어갔지만 최근 등장한 공모주들의 연이은 실패로 투자자들 심리도 함께 꽁꽁 얼어붙는 분위기다.
공모는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 투자자들의 투자를 통해 자본시장의 한복판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이다.
또 기업의 내재력에 따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다양한 투자처를 찾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공개(IPO) 담당부서는 업계에서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워지면서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최근 주식 시장에 입문한 새내기 공모주들이 상장과 동시에 내림세로 곤두박질치는 형국이어서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는 물론 공모주시장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시장 전반적인 환경은 둘째치고 결국은 공모가격이 적정했는 지가 공모주 투자자들의 원성의 초점이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반토막 공모주] 시리즈를 통해 현재 공모주 시장의 구조와 문제점, 향후 공모주 시장의 발전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하반기 새내기주 中 69% '마이너스' 수익률
지난 8일 국내 증시의 시선은 동양생명보험에 집중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첫 발을 딛은 동양생명보험은 생명보험사 중 증권시장에 뛰어든 첫 케이스로, 멀지않아 여타 대형 보험사들의 상장추진이 예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동양생명보험은 개장과 동시에 하락세를 보이며 10% 가까이 급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결국 동양생명보험은 이날 공모가 1만7000원 대비 16.76% 낮은 1만4150원으로 거래를 마쳐 실망을 안겨주었다.
다음날부터 다시 상승반전하며 13일 오전 15000원대로 복귀했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여전히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올 하반기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 성적 비교 결과, 동양생명보험의 사례가 그리 낯설지 않은 현상이라는 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상장된 16개 기업 중 플러스(+)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단 5개 종목뿐이며 나머지 11개 기업에서 많게는 -58.36%, 적게는 -1.1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3일 상장된 조이맥스는 공모 당시 '실크로드 온라인'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기대를 받으면서 청약 경쟁률 379.18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다음날 바로 하한가로 급락한 이후 내림세를 지속한 조이맥스는 2만2000원대에 달해서야 하락세를 멈춤으로써 현재 공모가(5만5000원) 대비 -58.3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3일 매매가는 2만3000원대이다.
지난달 상장된 새내기주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15일 상장된 제넥신은 대우증권에서 607.01대 1, 교보증권 528.9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공모가 2만7000원 수준은 13일 1만7000원대 거래로 폭락해 공모주 투자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전자부품업체인 모린스(-32.56%)와 전기장비업체인 쌍용머티리얼(-30.86%) 역시 저조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에스앤더블류, 대우캐리탈, 어보브반도체, 에리트베이직, 동국S&C, 동일금속 등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무색하게 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모린스' 주가차트
◆ 교보證 하반기 평균 수익률 -46.08%
공모 증권사들은 합리적으로 공모가를 산정하나.
그렇다면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발굴해내고 공모주로의 데뷔까지 과정을 관리해주는 주관사들의 IPO 성적표는 어떨까.
주관 증권사별 성적을 살펴본 결과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등이 꾸준히 시장을 주도해온 것으로 나타났지만 코스피수익률 대비 성적에서는 형편없는 결과를 보여 실망감을 안겨줬다.
6월 이후 상장된 기업 중 가장 많은 IPO를 진행한 주간사는 대우증권으로 쌍용머티리얼, 제넥신, 동아지질 등 3개사에 대해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세 기업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대비 -14.64%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또 교보증권이 주간한 제넥신과 조이맥스는 각각 시장평균대비 수익률 -33.67%, -58.50%로 나타나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우캐피탈(-19.90%)과 어보브반도체(-8.33%)에 대한 IPO를 주간한 한국투자증권도 6월 이후 공모 성적은 -14.12%에 그쳤다.
공모가와 현재 거래가격의 적지않은 마이너스 괴리율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모주관사의 가격 산정능력이 떨어진다" " 주관사와 공모기업의 이익만 추구할 뿐 투자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는다" "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의 대박 신기루에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감독당국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게 아니냐"
말들은 많지만 현실은 공모 주관사와 공모기업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은 낭패감을 겪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당장은 투자자의 피해도 피해지만, 궁극적으로 공모시장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지 못하면 차후 공모시장에 뛰어들 기업이나 시장자체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수 있다는 게 큰 문제다"고 그 심각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모주 청약을 통한 투자가 아니더라도 새내기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장 첫날 매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경우 공모가보다 많게는 몇 배 높은 가격에 매수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모주 섣부른 투자'는 깊은 생채기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A증권사 IB 관계자는 "잠재력을 지닌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공모제도의 취지인데 이런 가격흐름이 지속될 경우 공모가가치산정에 대한 신뢰도 훼손으로 IPO 시장의 불신이 깊어질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제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가 사실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시장에 혼탁함이 짙어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상장된 모 종목에 공모했던 한 투자자는 "상반기 공모주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공모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상장 첫날부터 반토막이 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공모가가 시세보다 높게 측정됐다는 것 외에 어떤 논리가 설득력을 갖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모 주관 증권사들간 실적 과당 경쟁으로 일반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정부 당국의 시장 자율화 취지에 따라 2007년 이후 규제 완화 일색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모주 시장이 정작 무질서와 과다경쟁이라는 부작용을 앓고 있다.
이제는 신뢰 상실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공모주시장의 현주소,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