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까지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로 떨어질 경우에는 외환당국이 개입, 1170원대로 재차 끌어올리는 이른바 '특정레벨'을 염두해 둔 개입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스무당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가능하지만 직접개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간의 입장에서 벗어나 정책기조에 일정한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국에서는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스탠스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이 이미 '미세조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 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0.50원으로 전날보다 0.20원이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들어 보기 힘들 정도의 고강도 매수개입이 진행되고 있다"며 "당국의 강도높은 구두개입과 매수개입으로 볼 때 외환당국이 1170원 아래는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월 들어서는 9월 무역수지 흑자가 54억달러 가량으로 '서프라이즈'를 보였고 환율 하락 전망으로 수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달러매도헤지에 나서면서 환율이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70원을 하회, 1167.50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해 9월 이후 12개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종가 수준에서는 당국의 방어가 작용하며 1170원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올들어 7% 이상 절상된 상황에서 1170원을 하향 이탈할 경우 곧바로 115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리만 브라더스 파산 이후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던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1170원 밑의 전저점은 지난해 9월 29일 기록한 1169.00원이고, 그 다음은 9월 26일 기록한 1151.00원이다. 1170원 밑에서 딱히 지지할 만한 가격대가 없기 때문에 20원의 갭(gap)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등 정부의 공식 입장이 환율이 하락해도 수출경쟁력이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원화 기준으로 4/4분기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악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민간부문의 수요 회복을 이른바 '출구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정부로서는 부담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당국, "직개입 의사 없다" vs. 외환전문가 "개입 강력하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중후반 1200원선을 지지할 때만 해도 정부의 개입이 이처럼 강력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지난달 17일 윤증현 장관은 서울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현재 원화가 강세인지 약세인지 여부는 시장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강하면 강한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존중하는 정부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허경욱 제1차관도 지난달 15일 로이터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화강세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원화강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하며 시장 흐름에 맡겨둘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달러 약세 흐름속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 1180원을 하향 돌파하고 1160원선까지 추락하자 외환당국의 태도는 급변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1160원대로 추락한 지난 1일 외환당국은 구두개입과 실개입까지 동원하며 1170원 지지에 나섰다.
당시 기획재정부 김익주 국제금융국장 "외환시장 쏠림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필요시 외환시장 조치 취할 준비돼 있다"며 추가하락을 경계했다.
환율 하락에 대한 정부의 공식 구두개입은 지난 2007년 7월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가 촉발된 이후 2년여만에 처음이다. 지난 5일에도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로 재차 추락하자 "시장의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당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암묵적으로 진행해오던 매수개입까지 공공연히 진행하고 있다.
정부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지난 1일 이후 지속되고 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환율이 1160원선까지 추락할 때마다 당국은 강력한 개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일 하루에 만 20억 달러 이상의 매수개입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전날까지 추정된 실개입 규모만 매일 5억~7억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분위기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전처럼 "외환당국이 매수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가 아니라 "당국이 매수개입을 했다", "특정레벨을 염두해두고 있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을 확인해주고 있다.
◆ 외환당국, 고강도 매수개입 이유는?
외환당국의 최근 강력한 개입은 최근 원화가치가 타 통화대비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역내외 세력 이 많은 상황에서 좌시할 경우 급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감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정부가 강하게 지지하고 있는 1170원선이 무너질 경우 이른바 '최중경 라인'으로 해석되는 1140원대까지 하락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이 무너지면 1100원대 초중반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환당국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선물의 전승지 연구원도 "당국이 강하게 개입하는 것은 원화강세가 글로벌추세보다 강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1140원선까지 시장에서 열어놓고 있는데 정부에서 는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환율의 급변동에 따른 시장 혼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 국제공조 차원의 개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장보형 연구위원은 "환율하락을 방치할 경우 과도한 급락 이후 되돌림이라는 급격한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며 "당국이 이러한 부분도 고려하고 있 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장보형 위원은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암묵적으로 글로벌차원의 정책공조로 추정할 수 있다"며 "글로벌 달러의 과도한 하락에 따른 글로벌 공조차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외환당국, 스탠스 바뀌나?
지난 17일 윤증현 장관은 정부가 환율레벨을 조절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율의 쏠림현상이 심할시 어느 나라처럼 스무딩 오퍼 레이션은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원/달러 흐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당시 윤증현 장관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하락에도 시장원리에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시장에서 정상적인 흐름에서 이탈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할 때는 스 무딩 오퍼레이션은 어느 나라에서건 하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초강력 개입이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당국이 그동안 고수해오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스탠스가 선회하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의 강력한 개입 외에도 최근 들어 윤 장관의 이 같은 입장에 있어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IMF-WB연차 총회 참석차 출국한 윤증현 장관이 블룸버그통신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발언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 장관은 "적정 환율 수준과 관련해 시장의 견해를 존중한다"면서도 "외환시장에 투기조짐이 보일 경우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조작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증현 장관이 '투기조짐이 보일 경우'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필요시 공공연한 개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현재 정부의 개입수준은 이미 '미세조정' 차원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강하다.
장보형 연구위원은 "원래 특정한 환율 레벨을 염두해 둔 개입은 명백한 시장개입으로 보고, 속도가 과도함에 대한 조절은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개입규모로 보면 명백한 개입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 위원은 "과도한 환율의 쏠림현상, 즉 과도한 하락과 상승 속도에 대한 개입은 '스무딩오퍼레이션'으로 수용하기도 한다"며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공공연한 시장개입으로 낙인찍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장안팎의 관측에 대해 외환당국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시장수급이나 펀더멘털에 부합하면 시장에 흐름에 따르지만 시장이 급변동하거나 쏠림현상이 심할 경우 안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입장"이라며 "당국은 기존 스탠스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