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발언 덕분에 달러/엔은 주초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87.22엔까지 8개월래 최저치로 급락했다가 유럽 및 뉴욕시장을 거치면서 89엔 중반선까지 회복했다.
결국 후지이의 발언을 요약해 보면, 그는 엔 강세 지지자로 비치는 것이나 또 엔화가 이렇게나 빠르게 강세를 보이는 것이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엔화 매도 개입(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엔 강세를 억제할 정도로 긴급하다고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그가 고의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할 때, 이를 "엔화 강세가 좋다"는 입장으로 느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후지이 재무상은 그의 이전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 시도 반대' 발언이 마치 자신이 엔화 강세를 옹호하는 것처럼 해석된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나는 그런 의도로 발언한 것이 전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피츠버그에서 언급한 "환율은 안정적인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발언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9일자 교도통신(共同通信)은 후이지 재무상이 "최근 엔화 강세는 부분적으로 미국의 경제 정책 때문"이라는 발언도 내놓았다고 전했다.
◆ 日 민주당 정부, '강한 엔화가 국익에 부합'
2주 전 하토야마가 이끄는 일본 민주당 정부가 출발한 이후 달러/엔은 빠른 속도로 하락해왔다.
이 새로운 정부 관계자들이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부양"하겠다고 하고, "강한 엔화는 장기적으로 구매력 강화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발언한 것이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줄곧 밝힌 상황이 또한 미국 달러화 약세 흐름과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가 후지이를 재무상으로 채택한 것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엔화 강세에 서광이 비친 것 정도로 해석됐다.
후지이 재무상이 피츠버그에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에게 "고의적인" 엔화 약세 개입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시장에 전하는 순간, 달러/엔은 견고해 보이던 심리적 지지선인 90엔을 하향 이탈했다.
월요일이 되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되자 후지이는 최근 엔화 강세가 너무 "일방적인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태도에 주목해 볼 때 엔화 강세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일본, 엔화 강세 용인? 장기적으론..
미즈호기업은행의 외환딜러인 하라다 유이치로는 "후지이가 엔화 강세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는 정도의 강력한 변화가 없는 이상 이번주에도 엔화 강세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지이의 '말바꾸기' 직후 미쓰비시신탁은행의 외환딜러 사사키 도시히코는 "후지이 재무상이 처음 발언이 너무 안이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엔화의 투기적 매수세를 유발하자 발언의 기조를 바꾸면서 시장을 비틀었다"고 평가했다.
사사키는 이어 "하지만 후지이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말 자체를 변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엔화 매수 추세가 끝난 것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외환 전문가들은 후지이의 말바꾸기가 비개입 기본 노선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확고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사이토 유지 소시에테 제네랄의 수석외환딜러도 "일본 재무상이 바보가 아닌 이상 엔화 강세를 옹호하겠다고 발언할 리는 없기 때문에, 후지이의 발언은 이미 예상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수출업체들은 곧장 후지이의 환율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3월 이래 한 차례도 공식 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없지만, 자민당 정부는 엔화가 크게 강세를 보일만하면 곧바로 이를 억제하기 위한 구두개입을 단행해왔다.
자민당 정부의 경우 사실상 수출 경제에 주로 의존하는 정책을 구사했기 때문에, 시장도 필요할 경우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는 내수를 부양하는 쪽으로 정책을 크게 선회할 것이라면서 자녀출산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선심'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하토야마 정부는 강한 엔화가 좋은 것이란 입장인데, 이에 따라 일본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이단롄(經團聯)은 엔화 강세가 자율적인 경기 회복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음을 냈다.
외환전문가들은 아마도 이같은 변화된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본격 개입하는 것은 엔/달러가 올해 연 저점을 하회하여 85엔 선을 무너뜨릴 때라고 보는 것 같다.
지난 6월 일본은행(BOJ)의 단칸서베이 조사 결과, 대형 제조업체들은 올해 달러/엔 상정 환율을 95엔 정도로 보고 있었다. 3월 조사 때는 97엔을 넘는 수준을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9월 중순 조사해 발표한 대기업들의 달러/엔 하반기 평균환율 전망치도 95엔선이었다.
오는 10월 1일 발표하는 9월 서베이 결과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달러/엔 하락 가능성을 반영했는지 모르지만, 최근 추세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가 강한 엔화를 선호하는 입장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일본 경제 전망으로 볼 때 엔화가 '강세 통화'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히라노 에이지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 이사는 "후지이 재무상 등 외환당국의 기본 노선이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라면서, "일본은 인구 고령화와 성장률 둔화 등 펀더멘털 상의 약점이 노출되어 있어 엔화가 장기적으로 강세 통화가 되기에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히라노는 이어 "따라서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엔 강세, 수출업체 타격.. 소매업체에겐 호재
수출기업들이 환율 비상 체제로 돌입해야 하는 처지인 반면 일본 내수관련 업종은 희색이 만연하다.
29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달러/엔이 90엔선을 계속 하회할 경우 도요타 등 5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하반기에는 약 1000억엔(약 1.3조원)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 업체들이 빠르게 엔화 강세에 대비한 선물환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닛산의 경우도 신흥시장에서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면서 하반기에만 약 400억엔의 이익 감소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나아가 "환율이 1엔 하락할 때마가 도요타의 순익이 300억엔 줄어든다"면서, "환율이 한 10엔 하락하면 민주당 정부의 부양 노력이 제로(0)가 될 수 있는 정도의 파괴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거래 등 헤지 노력은 이익의 급격한 변동을 줄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일부 업체들은 신흥시장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아예 교역을 달러화를 이용하는 등는 고강도의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세븐일레븐 등은 이미 일부 품목의 제품가격을 인하하는 등 환율 수혜를 이용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수입제품의 할일 공세가 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가구나 인테리어 등의 업체도 엔화 강세로 인한 원가 절감 효과가 커서 이를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리는 등 내수 진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