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MP3 파일을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자사 계열의 '멜론'에서만 휴대폰용으로 전환하도록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음원업계 주장에 따르면 SKT는 유독 DRM 정책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디지털음악파일인 MP3파일이 모든 MP3플레이어와 MP3핸드폰에서 재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단 기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음원사이트에서 배포한 음악파일만 재생할 수 있도록 DRM 장치를 넣어 휴대폰을 제작해왔다.
휴대폰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이통사별로 휴대폰 제작 오더가 각각 다르다"면서 "DRM의 경우 소프트웨어적인 것이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통신사와 맺은 별도의 계약대로 만들어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타적 DRM 개발해 호환 막았다"
음원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내 이통사들이 국제적 범용 DRM 대신 독자 기술로 만든 배타적 DRM을 개발해 호환을 막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소비자들의 권익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일 음원업계 한 관계자는 "SKT가 다른 음원사이트에서 받은 음악파일을 SKT 휴대폰용 파일로 변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그동안 계속 거절해왔다"면서 "여전히 자회사인 멜론 사이트에서 음악파일을 SKT 단말기용 파일로 변환하거나 멜론 사이트에서 DRM이 걸려 있는 파일을 구입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다른 이통사들은 하반기부터 신규 휴대폰에서 이러한 제한 장치를 해제하기로 한 반면 SKT는 전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SKT가 이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다보니 저작권단체도 부당함을 알지만 대놓고 문제제기를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음원업계의 주장에 대해 소비자도 비슷한 생각이다.
서울 구로구 이승희(여)씨는 "휴대폰 통신사가 SKT라서 음악파일 다운로드를 받기 위해 멜론 사이트를 이용한다"면서 "하지만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 가족이 파일을 보내주면 들을 수 없어 멜론에서 다시 파일을 해제해서 다운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저작권단체 한 관계자는 "디지털음원시장의 가장 큰 포식자인 이통사들이 컬러링과 다운로드 모두를 통제하는 것은 당연히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면서 "하지만 저작권단체도 SKT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DRM 정책을 반대하면서도 불이익을 받을까 드러내놓고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짜사업 자회사 넘긴 이유는?
현재 디지털음원의 가장 큰 시장은 컬리링 시장이다. 그 다음이 다운로드 시장. 시장 구성이 이렇다보니 이통사들의 DRM 정책은 돈벌이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단적으로 SKT는 지난해 말 멜론 사이트를 로엔엔터테인먼트에 넘겼다. 로엔은 SKT가 63.48%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다. 로엔은 2008년 307억9700만원의 매출에 2억94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멜론을 넘겨받은 뒤 올해 1/4분기에만 212억6400만원의 매출과 10억58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급성장하고 있다. 1/4분기 매출 중 86.3%인 183억4700만원이 음원 제공 및 온라인 음원서비스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음원업계 한 관계자는 "멜론은 SKT가 폐쇄적 DRM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멜론 이용을 강요한 후 디지털음원시장 MS의 50% 이상으로 급성장했다"면서 "SKT가 이통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까지 장악하려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자 멜론을 자회사에 넘긴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DRM 해체는 이미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자유롭게 음원을 구입하고 들을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와 음원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조치다.
단적으로 올해 초 미국 최대 디지털음원유통업체인 애플은 아이튠스에 있는 모든 디지털 음악을 DRM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고, 세계 4대 음반업체인 EMI그룹, 유니버설 뮤직그룹, 소니 BMG, 워너뮤지그룹 모두가 같은 입장으로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상황이 다르다. 예컨대 소리바다, 벅스뮤직 등 국내의 대부분 음원사이트에서 DRM프리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SKT의 멜론, KT의 도시락, LGT의 뮤직온에서도 DRM프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로 다운받은 DRM프리 MP3파일은 다시 해당 이통사의 휴대폰용으로 변환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시장확대 기회 사라질까 우려
사실 SKT의 DRM 정책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T는 자사 멜론에서 구입한 파일만 휴대폰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대부분의 온라인 음원서비스 업체는 SKT의 MP3폰에 음원을 공급할 수 없게 했다가 2006년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SKT와 공정위의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진 이 문제는 2008년 1월 대법원 항소까지 이어지는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1년 7개월이 지나고 있는 현재까지도 대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음원업계 한 관계자는 "SKT는 DRM 해체가 전세계적인 대세임을 알면서도 곧 나올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로 DRM 해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저작권단체와 온라인음원서비스업체들은 DRM프리 파일을 구매하더라도 SKT 휴대폰에서 바로 들을 수 없다는 불편함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 시장 확대의 기회가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휴대폰에 MP3기능이 탑재되면서 휴대폰은 음악을 소비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라며 "저작권단체와 음원업체들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DRM이 해체된 음악파일을 팔고 있지만 SKT가 통신시장 지배력을 디지털음원시장까지 전이시키며 전체 시장의 성장까지 가로막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T 대외창구인 홍보팀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해명이나 반박을 전해오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