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낙하 끝자락이 강한회복아냐…“하반기도 마이너스”
- ‘U’자형 저성장 장기화 신중론 많아, 장기전 염두해야
- 루비니 “누런 잡초가 언제 푸른 새싹을 잡을지 모른다”
[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위기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무엇이죠?
“우리는 금융위기가 글로벌위기로 확산됐고, 충격 또한 1930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것은 알고 있죠. 각국 정책책임자들은 공격적인 재정과 금융정책을 사용한다는 것도, 중국이 부상할 것도 알고 있죠.”그럼 알지 못하는 건?
“그런데, 얼마나 오랫동안 재정적자가 계속돼야 할지, 중앙은행은 작금의 이례적인 확대정책에서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나요, 경제전반에 걸친 디레버레징과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아니죠.”
FT(파이낸셜타임즈)의 유명 칼럼리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는 5월 19일자 칼럼에서 “금융위기로 경제학의 명성은 손상됐다”면서 “세계에 가혹한 유산을 남겼다”고 이렇게 밝혔다.
그럼 금융위기속에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즉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국내 증권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란눈의 외국인 애널리스트 윌리엄 헌세이커(William Hunsaker·43) 대신증권 기업분석부장이 답을 했다. 윌리엄 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에서)투자전략상 합리적으로(reasonably) 예상할 수 있는 글로벌요소들은 있다”며 요소들을 이렇게 나열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향후 10개월내 10% 수준으로 상승하고, 게다가 주택가격이 적어도 10~20%는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하죠, 그런데 결국 과도한 레버리지와 소비위축은 정부의 2차 부양을 자극하게 될 겁니다. 향후 10년간 선진국에서 고령화로 인해 과거 과도한 소비행위에서 나온 수익을 압박할게 틀림없어요. 공격적인 부양책들도 실물부문에서 인플레이션을 압박하고 달러약세와 세부담 증가로 이어질 겁니다. 정부의 과도한 채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죠. 금융부문에서 안정과 자신감이 회복된다면 선진국보다는 이머징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투자활동과 주식시장을 비이성적(irrational)으로 형성해나갈 변수입니다.”
야성적 충동이란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가 ‘비이성적 폭등(Irrational Exuberance)의 저자인 로버트 실러(Robert J. Shiller)와 함께 쓴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는 책에서 ‘신뢰승수(Confidence Multiplier)’를 소개하면서 나온 개념.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경제를 살리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려면 국민이 정부를 믿고 정부지출로 생긴 돈을 쓸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금융부문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요, 이 돈은 어떻게 조달해야 하나요.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지원을 계속할까요, 중국 같은 국가들이 달러약세나 경기부양에 대한 자본투입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지 알지 못합니다. ‘야성적충동’의 야성이 언제 얼만큼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구요.”
윌리엄 부장은 대한민국으로 화제를 돌렸다.
“한국을 볼까요. 원달러환율이 심하게 출렁일 수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죠, 한국은 환율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글로벌경제의 간섭으로 급격한 약세로 빠질수도 있죠. 하지만 올해는 1200원선에서 점차 강세를 뛸 겁니다. 일본 엔화의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고 할 때, 한국의 제조업경쟁력은 강해진다고 봅니다.”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기저에는 강력한 제조업경쟁력과 이를 통한 수출이었다.
윌리엄은 “한국은 수출경쟁력을 증명했습니다. 수출이 위기를 극복하게 할 겁니다. 수출은 선진국보다 위기서 빨리 탈출하게 해줄 겁니다. 하지만 최근 흑자가 원화약세로 인한 것이어서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고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동성의 과잉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말을 꺼냈다.
“시장 유동성은 풍부한 수준으로 유지될 겁니다. 이자율은 낮은 수준이고 매력적인 투자대체수단도 제한적이니까요. 게다가 외국의 펀드들이 최근 글로벌 투자포지션에서 한국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향후 6개월 동안에도 흘러갈 겁니다. 경제회복에 푸른 새싹(green shoots)이 될 거구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건설업도 장기적인 회복국면의 초기단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가계부채수준이 심각하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입니다.”
윌리엄 부장은 한국 인구의 연령대에 비중에 주목했다.
“45세에서 49세의 연령대가 가장 구매력이 왕성할 시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선진국은 향후 소비가 감소하겠지만 한국과 아시아국가들은 크게 늘어날 겁니다. 게다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아시아 소비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기술 경쟁력이 있어 선진국에 대한 수출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이어서인지 그의 한국에 대한 평가나 전망은 시장의 일반적인 시선보다는 긍정적인 게 많았다.
그는 “6개월내 넓은 형태의 ‘V’자형 경기 회복을 하게 될 것이고 펀더멘탈이 계속 개선될 겁니다. 주식시장도 베어(Bear)마켓랠리보다는 불(Bull)마켓 같구요”라고 했다.
그의 이런 분석은 봄이 찾아오자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부터의 회복을 알리는 ‘푸른 새싹’을 이야기하는 낙관론자의 시각과 일치하고 있다.
물론 현재 분위기만 보면 뒷걸음치는 경제는 약간 그 보폭을 줄인 듯 하다. 경기침체속도가 느려지고, 바닥이 가깝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조만간 글로벌경제와 한국경제가 강한 회복세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7%로 저성장 장기화가 우려된다”며 “’U’자형 회복을 할 것”이라고 했다. 1998년 4.7%를 기록했던 세계교역증가율이 올해는 마이너스 13.0%로 예상돼 수출에 기댄 경기회복을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경기회복 시나리오로 “ ‘L자형’ ‘W자형’ ‘둑형’(경기가 회복될 듯하다 멈춰 옆으로 가는 형태)”를 거론하기도 했다.
세 가지 모두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시나리오다.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4년 전 수준인 1만6783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또 원화 강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일자리 감소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 소장은 “위기를 벗어난다고 해도 경기흐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며 “기업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디지털포럼(SBS 주최) 참석차 방한한 누리엘 루비니(Roubini) 뉴욕대 교수는 "낙관론자들이 '푸른 새싹(green shoots)'을 이야기하지만, '누런 잡초(yellow weeds)'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면서 "잡초가 언제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