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날 휴일을 마치고 난 지난 17일 미국 증시는 경기부양법안에 대통령이 서명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4% 내외 급락했다. 금융업종주는 무려 10%나 폭락했다.
특히 동유럽 금융 위기 우려로 인해 금융주가 장중 주가 하락을 주도했는데, 다만 장 마감 후에는 씨티그룹 등 일부 대형 금융주가 모기지 지원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미국 동부시간 정오 무렵 오바마 대통령은 숀 도노반(Shaun Donovan) 주택도시개발장관과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재무장관을 대동하고 대책 발표에 나선다. 발표 장소는 지난 1월 주택가격이 무려 35%나 폭락하고 310 가구가 주태을 차압 당한 애리조나주 메사(Mesa)시에서 이루어진다.
◆ 오바마 모기지대책, 판단은 시기상조
이번 대책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의 잔여 3500억 달러 중에서 약 500억 달러를 투입하여 모기지 상환을 연체한 어려운 주택소유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주택소유자들은 앞으로 모기지 상환 의지와 능력이 충분한 지 검증받아야 한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여타 지원 대책과는 차별적인 것인데, 이는 대출을 받은 차주가 표준적인 시험을 통과하면 모기지를 연체하기 전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대처보다는 '예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에 이 대책의 중요성이 있다.
17일자 미국 온라인 금융매체 마켓와치(MarketWatch)의 기사에 따르면, 차주를 지원하는 비용은 정부와 모기지업체가 지원하며 차주의 월 상환 금액이 세전 소득의 31% 미만이 되도록 조정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이번 대책이 어려움에 빠진 주택소유자들의 이자 상환액이나 원금 중 어떤 부분을 줄일 것인지 혹은 둘 다 삭감할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은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탄력적'인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프 톰슨(Leif Thomsen) 모기지마스터(Mortgage Master)의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원금과 이자를 여건에 따라 둘 다 줄여줄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부의 새로운 대책은 기존 페니메이와 프래디맥의 차압 예방을 위한 '모기지상환조건 변경'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이들 모기지 업체들은 차주 세전수익의 38%까지 상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의 이번 대책은 크게 보아 파산법정 판사가 어려움에 빠진 주택소유자들에게 모기지 상환 조건을 변경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한 주택법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의회에서는 이 법안이 발효되기 이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서만 조건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법안을 검토 중이다.
그 동안은 일부 대형은행들이 하원 재정위원회의 바니 프랭크(Barney Frank)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주택차압을 일시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여기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등이 참여했다.
프랭크 의원 외에도 저축은행감독청은 자신들이 관장하는 다수 금융기관들에게 주택소유주가 거주하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새 대책이 나올 때까지 주택차압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무디스는 이번에 나올 대책에 대해 "만약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은행으로서도 좋은 것이지만, 다른 한편 은행들이 충분한 보상없이 대손상각에 나서야 한다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유보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이 같은 회의적인 시각과 동유럽발 경고에 따라 17일 뉴욕 증시의 KBW은행업종지수는 10%나 폭락했다.
◆ 모기지 지원 대책, 자발적 수용 가능한가
이번 모기지 지원 대책을 모기지업체들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헨리 소머(Henry Sommer) 전미소비자파산변호인협회의 이사는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번 정부의 대책은 '자발적인' 동의가 필요한 것이며, 이런 점에서 모기지업체들이 스스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모기지업체들은 월 모기지 상환 부담을 최저 세전 소득의 31%까지 낮춘 상태다.
또 정부가 세금으로 모기지 상환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지원하고 나서도 다시 상환이 연체되는 경우가 높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2분기에 상환조건이 변경된 모기지의 경우 매우 높은 재연체율을 보였다.
소머 이사는 상환 어려움에 빠진 주택소유자들의 상환 부담을 총소득의 31% 정도로 크게 줄일 경우 재연체율이 낮아질 수는 있다고 인정하면서 "길고 큰 폭의 조건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톰슨 대표와 소머 이사 등은 이구 동성으로 "6개월 정도 상환 조건을 변경하는 정도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상환 부담을 영구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톰슨 대표는 자신들도 상환조건 변경 프로그램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다만 차주의 신용이나 변경된 이율의 지속기간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모기지 상환조건 변경은 모기지담보증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월 2000달러 상환액이 1400억 달러로 줄어들면 정부가 보조한다고 해도 모기지투자자들이 약 300달러 정도를 손해 볼 것으로 예상된다는 계산을 소개했다.
모기지업체들이 개별 모기지대출에 대해 조건을 수정할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저금리로 모기지 재융자할 수 있도록 지원 고려
한편 마켓와치는 오바마 정부가 주택 모기지대출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한 '건전한' 주택소유자들의 경우에도 기존 모기지 융자를 좀 더 낮은 금리로 재융자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앞서 톰슨 대표는 매달 상환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더 낮은 금리에 재융자를 할 수 없는 조건에 처해 있는 주택소유자들의 규모가 약 1000만~15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은 매달 약 20억~30억 달러 정도를 소비자 경제에 지원하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이미 연방주택감동청의 보증을 통해 기존 모기지의 재융자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책은 추가적인 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역시 이 같은 재융자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톰슨 대표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