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의 강력한 시장안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발권력을 통해 장기물 국채매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양적완화 정책수단까지 동원할 수 있음을 공식화 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것으로 통화신용정책의 최후의 수단이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웅변적으로 보여 주는 초강수이다.
FOMC가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인하하고 양적완화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은 디를레이션과의 전쟁선포와 다름없다. 미국은 시장안정을 위해 지난 몇 개월 사이 사상 유래없는 금리인하 조치를 연이어 단행하며 유동성 공급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통적인 통화정책인 금리인하 수단을 쓸 수 선까지 소진한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별로이다.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매수세력은 살아나지 않고 안정적인 채권인 단기국채에 돈이 몰리면서 국채 금리가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엉뚱한 부작용이 파생했을 뿐이다. 여기에 물가가 하락해도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기업은 투자는 고사하고 현금확보에 힘써 신용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양상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어딘가에 고이는 ‘돈맥경화’를 일으켜 경기침체를 심화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의 5년 만기 국채와 회사채(AAA등급)의 금리차이는 작년 말 1.96%포인트에서 최근에는 3.80%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채권매입세력이 국채로 몰리는데 비해 회사채는 우량채 마저 수요가 없어 금리가 상승하는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부실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기업어음을 사들이고 있지만 모기지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미국의 시장안정화의 마지막 카드로 꺼낸 양적완화의 매입대상은 장기물 국채이다. 현재 거래가 뜸한 장기물 국채를 매입하면 금융기관에 대출여력이 생기고 실세금리의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모기지대출, 자동차할부, 신용대출금리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가계와 기업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금리도 떨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디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경제의 상황도 미국과 별로 다를게 없다. 국공채와 회사채의 금리차이가 자꾸 벌어지고 회사채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이다. 금융기관의 대출창구는 닫혀 있고 가계와 기업은 돈을 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미국에 못지않게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내렸지만 시장반응은 차갑고 신용경색은 여전하다.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우리경제도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 상황에 처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와 부동산값 상승 등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의 부작용이 일어날 소지는 다분하다. 그러나 당장의 경제사정이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빠져 들고 있다면 먼저 발등의 불을 끄는게 순서일 것이다. 미국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의 극약처방을 낸 이유와 그 효과를 세심히 관찰해 우리경제가 건강을 되찾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