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전에 준비가 부족해서 지금 상황을 돌파할 뾰족한 아이디어가 부재하다. 그 다음 부족한 것은 정치적 권위인데, 이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경제 수장들이 들어서는 것과도 연관된 문제다.
일단 주요 지도자들이 '동상이몽'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둘째치고, 유럽 정상들은 이번 워싱턴 회담에 이어 100일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에 다시 정상회담을 가지자고 제안한 상태다.
위기 해법과 관련해서는 기존 국제기구의 위상과 역할 강화이든 새로운 글로벌 규제단위 구성이든 일단 합의가 된다고 해도 얼마나 강제력을 지닌 조직이 될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 또다른 권위의 문제를 제기한다.
국제기구나 합의의 강제력은 미국과 유럽 등 주도적인 단위에서 스스로 받아들일 때만 성립될 수 있지만, 과거에도 그런 강제력을 형성하려던 시도는 실패한 적이 많다.
미국과 유럽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IMF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봄 IMF는 미국의 은행산업에 대한 건전성 강화를 위한 이행지침을 마련했지만, 그 권고는 무시됐다. 심지어 그 권고를 미국 재무부의 일선 사무관들에게 전달되지도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신흥국들이 이 같은 선진국들의 태도를 문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적절한 권력의 분할과 재조직화는 새로운 '권위' 형성을 위해 거쳐야할 필수 과정으로 보인다.
한편 확실한 해법이나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위기 대응에 있어 과거에 비해 창조적인 대응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례없는 상황에 대한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재정 부양책 역시 새로운 유효수요의 창출이 아닌 기존 수요의 위축 억제에 불과하다는 논쟁도 있다.
따라서 앞서도 살펴봤듯이 이번 워싱턴 회담에서는 위기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공유하고, 정책 추진의 원칙이나 우선 순위 정도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보다는 기존의 금융 개혁 노선이나 경기 부양책을 일관되게, 글로벌한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며 추진한다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번 회담에서 과거 사례를 분석하여 정책적으로 유의미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얼마나 신선한 관점이 제출될 것인지는 지켜 볼 대목이다.
사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파악과 과거 사례의 교훈 도출은 정책 원칙이나 정책 우선순위를 도출하기 위해 빠뜨릴 수 없는 과정이다.
피상적으로 지금 글로벌 위기가 미국발 위기이니 미국이 책임지고 해법을 제출하라거나, 미국식 자본주의나 규제시스템이 이 모든 위기의 근원이니 갈아치우자는 식의 입장은 그 적실성을 떠나 미국이 받아들이질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당국자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시장'이 위기의 근원이라기 보다는 수십년 동안 글로벌 차원에서 전개된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혹은 글로벌 불균형, 나아가 지나친 레버리지 확대 양상의 근본적인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위기 창출의 중심에 있으면서 사태의 본질을 빨리 파악하고, 또 사실상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 유리한 입지에 있는 미국은 좀 더 빠르게 위기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부진한 대신 고도 금융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은 유럽이나 글로벌 시스템의 주변부인 신흥시장이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한편 IMF는 스스로 개혁되거나 교체될 대상인지아니면 새롭게 강화되어야 하는 기관인지 여부도 시험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후자의 관점에서 입장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지도자들은 IMF 같은 조직보다는 거대 금융기관을 관장하는 금융규제당국의 국제적인 집합소를 통해 국경을 넘는 수준의 금융기관 규제가 가능한 새로운 조직의 창설을 앞세우는 중이다.
이런 점에서는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이 어떤 의견과 입장을 지지할 것인지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