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지금 국민은행을 주축으로 한 KB금융을 비롯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앞세운 신한지주, 우리은행을 필두로 우리투자증권 경남·광주은행을 포괄한 우리금융 등이 3파전을 펴고 있다. 이 판도는 주력은행들의 싸움이 관건인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을 치닫는 사이 대한민국 금융산업 지각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금 무슨 변화가 일고 있는지 뉴스핌이 진단해 본다. /편집자
10년 전 금융계 판도가 완전히 바뀔 때와 지금의 위기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지만 금융계 선두권 판도변화를 촉진하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변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KB금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이 수익구조의 배타적 우위를 크게 상실했다는 점이다.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이 합병한 뒤 대한민국 금융역사는 국민은행 천하로 접어들었고 특히 지난해 상반기까지 그런 위상에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 국민은행, 압도적 우위 상실
국민은행은 2004년부터 충당금적립전이익(이하 충전이익)만 4조원을 웃돌기 시작했다. 2005년과 이듬 해엔 4조 7,8천억원을 자랑했고 지난해엔 아예 5조원을 넘겨 버렸다.
충전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 영업활동으로 번 돈에서 판매관리비만 뺀 재무지표로써, 이익창출력이 얼마나 되는지 살필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국민은행은 다른 대형은행들과의 충전이익 격차를 2003년 이후 내리 4년 동안 2~3조원 정도 벌렸고 지난해에도 가장 근접 추격한 은행조차 2조원 가까운 격차로 따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엔 이같은 기세를 올리지 못할 전망이다. 3/4분기까지 국민은행이 거둔 충전이익은 3조원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신한지주 주력자회사 신한은행이나 우리금융 주력 자회사 우리은행과는 불과 1조원 차이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4/4분기에 분발해 다시 크게 벌리기에는 여건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 이자마진 격차 0.9%포인트 벽마저 붕괴
실마리는 은행 이익창출의 근간을 이루는 이자이익 하락세가 국민은행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수익성지표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순이자마진(NIM) 흐름에서 국민은행의 우위는 기세를 잃고 있다.
국민은행의 누적기준 NIM은 지난해 1/4분기 국내 5대 은행간 비교에서 최대 1.32%포인트였고 최소 0.87%포인트였다. 지난해 4/4분기에도 최대 격차는 1.19%포인트로 좁혀졌지만 최소 격차는 0.92%포인트로 나쁘지 않았다.

변화는 올해 더욱 진전됐다. 1/4분기 최대 격차가 0.90%포인트로 1%포인트 벽을 깨더니 3/4분기에는 통합 국민은행 출범 사상 처음으로 NIM 3%선이 무너지면서 0.88%포인트로 좁혀졌다.
대출을 내주고 얼마나 이자를 많이 벌어들이는지 따져 본 결과도 국민은행 이자이익 창출력 감퇴가 돋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4분기까지 5조 1372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여 당시 원화대출총액 147조 769억원에서 3.49%의 이익을 뽑아낸 셈이다. 다시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5조 2253억원을 기록해 원화대출총액 173조 553억원에서 3.02%의 이익을 냈다. 감소율로 치면 0.47%나 된다.
이같은 이익률은 다른 은행보다 아직까지는 높은 수준이다. 하나금유지주 주력 자회사 하나은행은 태산LCD 등의 손실 여파로 원화대출 이자이익률을 구했을 때 1.80%로 악화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3/4분기 누적기준 이자이익이 원화대출총액 대비 지난해엔 2.67%에서 올해는 2.51%로 우리은행은 2.40%에서 2.25%로 각각 0.16 %포인트와 0.15%포인트 감소했을 뿐이다.
기업은행은 오히려 2.60%에서 2.65%로 끌어올렸다.
그림으로 알 수 있는 또 하나 큰 특징은 국민은행은 지난해(좌축 기준) 이자이익률 면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전반적 하락 속에서(우축 기준)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의 추격 가시권에 들어 선 모습이다.

◆ 이익창출력은 경기침체기 자산부실화 만회할 체력
선두권 경쟁은행들은 물론 선두권을 먼 발치에서 쫓고 있는 대형은행들과의 이자이익 창출력 격차는 크게 좁혀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은행들 스스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 경쟁에 몰입했던 은행들인지라 부실자산이 양산될 공산이 높다는 인식에도 일치해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이익창출력, 즉 수익성은 부실화에 따른 손실을 회복할 원동력이 된다.
국민은행은 점포망 122개와 가장 두터운 고객기반을 자랑한다. 은행 분야 이익창출력으로는 최강이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문제는 지난 9월 KB금융지주로 전환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부진하면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금융 역시 우리은행에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실물경제 침하에 따른 악영향의 체감지수가 관건이다.
경영진의 각오와 무관하게 KB금융지주는 당장 비은행 분야 대형 M&A를 성사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최대 자회사가 하필이면 주가급락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은 증권사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비은행 이익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신한지주를 훨씬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