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인 코스피 1000선이 붕괴되면서 연기금은 3일동안 1조원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투신권 등 기관도 이에 기존 선물매수부문을 상당부분 토해내고 주식매수에 나서는 등 시장수급이 개선되는 조짐이다.
이같은 연기금의 힘으로 28일 코스피 900선이 방어됐고 1000선을 목전에 두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되는 분위기다.
물론 시장 일각에선 정부가 연기금에 시장방어를 위한 주식매입 압력을 넣은게 아니냐는 루머도 제기되고, 연기금의 매수세가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연기금측과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장기투자 관점의 저가 매수전략 차원의 매수세란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연기금은 왜 지금 시점에서, 어떤 주식을 얼마나 더 살까, 또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시장의 최대 관심사를 분석해 봤다.
◆ 왜 살까
증권가에선 수급주체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먼저 치고나간 것으로 해석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어느정도 퍼져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가 확인되면서 매수할 만한 상황에 왔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연기금이 가장 먼저 치고 나선 것이고 여타 기관들도 매수에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측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코스피 1000포인트 수준이 높지 않은 지수대로 판단, 향후 3~5년의 장기성 자금운용측면에서 저가매수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1000포인트 선의 주가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지금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독자적인 자금집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기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은 전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기관점에서 현 지수대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봤다. 지수가 떨어질수록 더 많이 살 것이다. 내년 말경이면 한국의 주가수준이 현재보다 높을 것이며 채권수익률을 능가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며 향후 추가매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 뭘, 얼마나 더 살까
지난 9월과 10월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5조 2000억원을 상회했다. 올해 총 신규 매수자금이 8조 3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지수 900선 부근에서 엄청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기금의 주요 매수종목들은 일단 대형주가 중심이다. 이달 들어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3144억원), POSCO(1749억원), KB금융(1495억원), 신한지주(133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한국전력(960억원), 삼성화재(710억원), LG화학(637억원), SK에너지(561억원) 등 IT, 철강, 금융, 화학 등 다양한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표참조)
(10월1~27일 현재 연기금 순매수 종목)시장 한 관계자는 "연기금의 매수종목을 보면 그간 낙폭이 컸던 IT나 자동차쪽에 대한 매수세가 눈에 띈다"고 전해왔다.
또 연기금이 매수창구로 이용하는 곳은 주로 외국계창구이며 모건스탠리, UBS, 맥쿼리증권 등을 통해 유입세가 들어오고 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추정했다.
연기금의 추가매수 여력은 얼마나 될까. 지수 변동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연기금의 여력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는 향후 두달간 적게는 2조원에서 많게는 5조원 수준정도로 예상했다. 물론 연기금의 가용 규모는 10조원 이상이다.
현재 연기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총 기금규모는 227조 9993억원. 이 중 17%(±5%)가 주식운용 비중이다. ±5%의 가변성을 감안하면 12%~22%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 9월말 현재 주식비중이 1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매수를 더 이상 안할 수도 있고 향후 8%P 추가 매수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측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보니 구체적인 전략과 수치에 대한 공개를 피했다. 다만 추가 매수 가능성에 대해선 열어뒀다.
이와관련, 연기금 아웃소싱펀드 한 관계자는 "연기금이 27일 추가 자금집행 계획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인 운용을 요청해왔다"며 "현 지수대에서 최근 기관들이 갖고 있는 보수적인 시장 뷰(view)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 연기금의 힘은?
이같은 연기금의 힘이 시장에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까.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반등을 이끌어낸다기 보단 패닉을 저지하는 수준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즉 본격적인 반등이 나오려면 금융불안이 해소돼야 하는데 연기금의 매수만으로 이를 담보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바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정도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주식 매입에 대해 우려의 시각들도 많은데 이들은 지수가 단기측면에서 500까지 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니겠냐"라며 "길게 봤을때 800대 후반이나 900대인 현 지수가 지극히 낮다는 것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연기금도 이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들 중에는 연기금의 적극적인 스탠스가 외국인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사의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28일 외국인 자금이 상당히 들어왔다. 물론 팔고 나간 외인들도 있지만 이들은 자금사정이 꼬여 뒤늦게 판 곳이며 스마트머니들이 상당부분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존 외국인의 부정적인 시각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