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일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했던 4.4%보다 낮은 3.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성장률은 4.6%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성장둔화의 주범은 말할 것도 없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다.
고유가로 인해 우리경제가 지는 부담은 아주 크다. 우선 각종 제품의 원가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는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수출이 줄어 무역수지 악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작년 294억 달러에서 95억 달러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규모도 당초 예상했던 30억 달러 보다 3배가 많은 90억 달러로 내다봤다.
고유가의 더 큰 부작용은 물가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으로는 4.8%에 이르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예상한 3.8%~4.7%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의 전망이 민간연구기관보다 보수적이던 이전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석이다. 유가상승이 우리경제, 특히 물가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업경영상 유가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은 제품원가에 고스란히 반영해 소비자에게 대분분 전가한다. 소비자인 국민은 적어도 물가상승분 만큼 실질소득이 줄어 씀씀이를 줄이고 줄일 수 밖에 없다. 소비는 줄고 이로 인해 기업채산성 악화는 물론 투자유인을 잃어 기업성장동력 약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필연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민간소비증가률을 당초 전망치 4.3%보다 훨씬 낮은 3.0%로, 설비투자는 6.4%에서 4.4%, 건설투자는 2.8%에서 1.3%로 각각 하향수정한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언제 멈출지 예측하기 힘들다. 올해 원유도입 평균가격이 당초 예상치 배럴당 81달러에서 115달러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우리경제는 저성장 고물가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빠진 위험한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물가상승 정도가 심한 인플레이션(inflation)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경제의 회생여부는 이제 정부가 어떤 처방을 내리느냐에 달려있다. 저성장,고물가의 상황에서 경기와 물가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 경기를 부양하면 유동성 확대로 인해 물가상승을 더욱 가속화 할 우려가 있어 정책추진이 쉽지 않다. 또 물가를 잡자니 경기침체의 터널을 벗어 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모두 경험적 사실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정책이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지난 1980년대의 미국이 겪은 스테그플레이션 상태의 전단계와 유사하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이른바 ‘레이건노믹스’는 참고할 만한 경제정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저성장 고물가의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긴축과 공급확대에 주력했다. 수요관리에 치중하는 이전의 경제원칙과는 반대인 ‘공급의 경제학’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규제를 풀어 기업투자를 적극 유인해 수요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대폭적인 감세정책도 ‘레이건노믹스’의 대표적인 경기회생 카드이었다. 한결같이 역발상의 경제정책으로 경제위기를 돌파한 사례이다.
책상속의 정책카드는 이미 써 먹어 그 수가 뻔히 보인다. 기업과 소비자는 아주 영리해 어지간한 수는 모두 읽어낸다. 섣부른 정책추진은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뿐이다. 고도화 된 디지털시대에 걸 맞는 역발상의 정책을 찾아야 한다. 아날로그 방식의 정책발상은 아예 꿈도 꾸지 말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