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수석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있을 때 지론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우리금융과 함께 묶어 초대형 금융회사로 키우자는 이른바 '메가뱅크'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박 수석 앞에는 거시경제 안정이라는 과제가 최우선 해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 회장으로서 메가뱅크론을 추구했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게 거시지표 안정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전제로 한 경기안정화가 그만큼 중차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박 수석은 비록 우리금융 재직 시절 금융공기업 CEO 재신임 과정에서 중도 퇴임했지만 거시경제 운영 역량 만큼은 인정 받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게다가 산은 민영화 방안이 이미 확정, 발표된 상황에서 정책혼선과 난맥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급격한 변화를 꾀하기란 이래저래 개연성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변화를 주고 싶더라도 정부계 은행들의 민영화 일정을 진행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수렴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는데 초반부터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때문에 내년 이후 산은 지분과 우리금융 등의 지분 매각이 본격화하거나 모색되는 시점에서 양자간 합병을 유도할 가능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이는 박 수석이 메가뱅크 방안을 주장했던 배경과 또 전 위원장이 내세우고 있는 민영화와 이에 따른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M&A를 통한 대형화 추구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박 수석은 당초 메가뱅크를 만들어 튼튼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고 또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맞설 수 있는 국내 금융기관을 육성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주장해 왔다.
또 전 위원장도 그간 발언들에 비춰 기본적으로 은행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을 해왔다. 다만 방법에서 차이를 보여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핵심적 투자자로서 소매금융이 강한 국내 금융그룹과의 M&A 추진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한 포럼에 참석, "민영화의 성공으로 산은의 가치가 높아졌을 때 재무적 투자자도 생각하고 있고, 가장 핵심적 투자자 또는 주력이 되는 투자자로는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테일쪽, 소매금융쪽이 강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이 IB쪽에 비교우위가 있고 성장잠재력 있는 산은과의 합병을 통해 규모면이나 기능면에서 더욱 경쟁력을 가진 종합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금융그룹이 주된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 위원장의 이야기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가능성도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검토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박 수석의 메가뱅크론의 배경과도 부합된다.
어차피 산은은 민영화 이후 수신기반을 잘 갖춘 은행과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면 우리금융 등의 성공적인 민영화 추진과 또 은행 대형화를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인 셈이다.
물론 우리금융 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 등 소매금융이 강한 은행계 금융그룹과 산은간 합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의 입장변화로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성사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 수석의 우리금융 회장 재임시절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점이 현 경제수석으로서 어떤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당시 박 수석은 "브랜드, 네트워크, 맨파원의 3박자를 갖춘 HSBC가 수조원을 투자해 국내 은행(외환은행)을 경영하겠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경제수석으로서 이같은 포지션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국민정서나 법적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존 입장에서 뒤로 물러설 것인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은행들의 민영화가 예상되고 외환은행까지 또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 혹은 금융지주사간 M&A시나리오가 난무한 가운데 박 수석과 전 위원장이 어떤 접점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