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원정희 기자] 은행들이 올 들어 갑자기 대기업 대출을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나 원인과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증가율이 초라했다. 따라서 갑작스런 대기업들의 차입금융 증가가 경기 불황국면에서 새로운 불안거리로 등장하는 게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은행은 6개월도 채 안돼 최고 50% 가까이 늘어났고 대부분이 15% 이상 불어났다.
이같은 변화는 수출 증가에 따라 관련 여신이 증가했고 하이마트 대한통운 등 대형M&A에 따른 대기업들의 차입인수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 상반기 동안 경기 둔화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잇따라 지적됐지만 이런 우려속에서도 중소기업대출은 상반기 동안 10%~15%나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많게는 8조원 가까이 늘린 은행도 있어 하반기 경기악화가 본격화되는 경우 건전성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아울러 바젤Ⅱ 시행으로 가뜩이나 BIS자기자본비율이 기존보다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는데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자본적정성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대기업 대출 증가율 최고 50% 육박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작년말과 비교해 6월17일 현재 근6개월동안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3조9540억원이나 늘렸다. 지난해말 8조원에 불과했던 대기업대출은 11조9640억원으로 늘어나 증가율은 무려 49.4%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말 14조4661억원에서 18조7339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기간 무려 4조2678억원, 29.5%나 늘어났다.
신한은행도 지난해말 5조8902억원이었던 대기업대출을 17일 현재 7조6324억원으로 1조7422억원 증가했다. 6개월도 채 안돼 29.5%나 늘어났다.
국민은행도 지난해말 13조659억원에서 15조878억원으로 2조219억이나 불어났다. 15.4%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은행도 8847억원에 불과했지만 15.4%(1364억원)늘린 1조211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몇년새 유동성이 풍부한 대기업들의 은행 자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거의 정체수준이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대기업대출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대형 A은행 관계자는 "하이마트, 대한통운 등 대기업쪽에 M&A를 위한 대규모 인수금융 수요들이 늘어나 관련 여신이 증가했던 점이 컸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출이 늘어나면서 매입외환 등도 늘어났고, 환율 상승에 따른 자연증가요인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었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중소기업대출보다 리스크가 크지 않은 만큼 은행들의 마진은 박할 수밖에 없다.
또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대기업대출이 갑자기 급증한게 M&A를 위한 차입인수가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지, 그리고 해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기대출 한 은행서 8조 가까이 증가…경기불황 속 우려 커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증가율은 대기업에 못미치지만 은행별로는 적게는 3~4조원에서 많게는 8조원 가까이 늘어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말 50조4841억원에서 이달 17일 현재 58조4418억원으로 무려 7조9577억원이나 급증했다. 15.7%나 늘어난 것이다.
신한은행도 6개월도 채 안돼 4조6510억원(10.1%) 늘린 50조6401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업은행도 지난해말보다 4조8952억원(7.1%) 늘어난 73조4486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3조3960억원(6.6%) 늘렸고, 하나은행도 3조3344억원(10.4%) 늘렸다.
중소기업대출이 늘어난 것에 대해 은행들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운전자금 용도의 대출이 늘어났고 우량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대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올해들어서 일부 은행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은행들은 경기 악화 가능성 때문에 올해 자산을 급격히 늘리는 것이 어렵고 이미 지난 1~2년간 대출경쟁에 따른 리스크관리에 집중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대형 B은행 관계자는 "은행 전체적으로는 대출을 자세시키는 분위기이지만 사업부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 늘려야 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런 점들 때문에 일부 사업부에선 불만도 제기되고 있지만 어쨋든 전체적으로는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4/4분기 이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잇따라 경고됐고 실제 연체율도 악화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게다가 올해부터 바젤Ⅱ가 시행되면서 대출 급증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확대로 BIS자기자본비율 하락 등 은행들의 자본 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경제전문가들도 "은행들의 외형성장 전략에 따라 자칫 대출 기업의 수익성 하락 때 부실채권 확대 요인이 돼 금융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