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적 신뢰도를 잃으면서 새 정부가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한 ‘경제살리기’를 추진할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정책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이래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의 파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한 데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지속되는 등 대외경제여건의 악화가 국내 경제를 계속 옭죄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정책의 중심이 흔들리면서 정책 불안정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또 경제정책의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외의 비판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은 지난 3월 3일 기획재정부 현판식에서 "기획재정부가 이명박 '섬김의 정부'의 수석부처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7%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국제 고유가나 글로벌 경제 금융 여건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7%대 경제성장”에 경도되면서 성장 일변도로 경제정책의 운영기조를 급격히 선회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의욕 발산이나 불필요한 마찰, 그리고 정책기조의 급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속출시켰다는 지적이 높다.
그런 과정에서 가격 변수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나 환율이 정책불확실성에 따라 급등락하고, 국제고유가에 따른 물가 앙등 상황에서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간 갈등이 빚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판하는 언론과도 마찰이 끊이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다.
◆ MB노믹스, 정책 신뢰성 있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는 이른바 ‘MB노믹스’로 요약된다. 이는 다른 말로 “747 경제”로 표현되는데, 연간 7%대 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그리고 7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는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 소득을 늘리고 경제대국을 이룬다는 ‘부국론’(富國論)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된 것은 적극적인 감세와 대폭적인 규제완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투자(R&D), 그리고 법치주의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 기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월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기획 하에 “7%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경제시스템 만들기”로 정리되고 올해 경제운용계획으로 구체화됐다.
이런 과정에서 재정부는 올해 경제전망을 성장 6% 내외, 물가 3.3%, 고용창출 35만명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는 지난 1월 참여정부의 재정경제부가 전망한 것에 비해 성장(4.7% 내외)과 고용창출(30만명)은 높이고, 물가(3.5%)는 낮춘 것이었다.
정부는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뀌었고 수장이 권오규 부총리에서 강만수 장관으로 바뀌었지만, 정부가 바뀐 지 불과 두 달만에 경제전망치가 달라진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대외경제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지면서 신규고용은 더욱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망치를 더 좋게 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감세효과, 규제완화 효과 등을 거론하면서 강만수 장관은 6%가 달성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추경 편성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 6%에 근접할 수 있다고 하다가, 결국 지난 4월에서야 추경 편성이 여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올해 6% 성장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후 정부는 “올해 6% 성장이 어렵지만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물가가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상승까지 겹치면서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고용 부진도 지속되자, 올해 물가는 3.5% 수준으로 상향하고 고용창출은 20만명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같은 내용을 오는 7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밝히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7%대 성장”은 장기 비전과 목표로 이명박 정부 5년간 꾸준히 시스템 정비에 나설 경우 향후 7%대 성장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7%대 도달 시간을 뒤로 미뤘다.
1920년대 대공황기를 거치면서 뉴딜정책의 기본이론을 제시하며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설파한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며 단기적으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거시정책을 제시했다.
그 이후 경제학 교과서에는 ‘단기, 중기, 장기’의 시간 개념이 생겨났고, 이후 70여년의 경제정책적 경험이 누적되면서 어떤 경제정책을 쓰든지 시차(Time-lag)를 두고 나타나며, 특히 감세나 규제완화 같은 제도적 요인에 따른 정책효과는 단기(1년)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만수 장관이 이끄는 경제수석부처인 재정부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경제전망치가 오히려 나빠지는 현실적 상황을 무시하고 6%대 성장 가능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경제예측치나 제도적 효과에 대한 사실적 기초를 스스로 허물었기 때문이다.
강만수 장관은 지난 5월초 한 모임에서 다소 웃음기 섞인 말이지만 “울고 싶어라”고 하는 심정을 토로 하며 자신의 발언에 따른 화설을 의식한 듯 “프레스 프렌들리 뿐만 아니라 팩트 프렌들리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고유가+고환율→물가급등, 정책조합변화되나
국제 유가가 멈출줄 모르는 행진을 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더니, 최근에는 135달러선까지 육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주 130달러 밑으로 다소 하향했으나 이미 초유의 고유가 사태에 따른 충격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먼저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수입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 감소를 유발하고 있고, 이는 성장률 저하와 더불어 경상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서브 프라임 부실 사태와 경기침체 양상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개도국의 경제성장으로 수출은 두자리수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수입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내수 경기가 악화되면서 서민경제에 대한 기반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IMF 이후 10년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상황을 맞으면서 외환수급이 수출 증대에 따른 공급 우위에서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입 증대에 따른 수요우위로 돌아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것도 환율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국내 수입물가와 가공단계별 원자재-중간재 물가, 그리고 생산자물가 상승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비자물가도 4%대를 넘어서면서, 제분야에 대한 물가 상승 압박과 더불어 인플레 기대심리가 자극받으면서 소득감소를 보전받기 위한 임금인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말 930원 수준에서 지난 5월말 1030원까지 올들어 100원 가량 오르면서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하락폭을 다소나마 완화시켜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더한 환율상승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생산비 증가를 더욱 촉진하는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다.
더욱이 국내 내수 경기가 회복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생산비 상승은 매출 부진과 더불어 농어민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생산 포기에 이르게 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상황에 소득은 늘지 않고 구매력 수준을 악화시켜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내수 부진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내 성장률이 5% 이하 4.5%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제 부문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 역시 한승수 국무총리 주관으로 고유가 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재정부도 인플레를 방어하라는 내외부의 압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배럴당 100달러를 이미 넘어선 국제유가가 하루하루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급등세를 지속하는 것을 보면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라며 “더욱이 국제유가가 급등하는데도 주가는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따로 움직여 경제운용기조를 잡아가가 매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정부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 이상으로 더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달러 매도개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그간 인플레 압력을 강조하며 정부와 대립했던 한국은행과 지난 28일 5년만에 만찬 회동을 통해 적극적인 친분을 도모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물가안정에 대한 협조 또는 포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정부 최중경 제1차관은 지난 5월 23일 뉴스핌 창간 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서민생활의 안정’이라는 전제 하에서 물가안정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지난 5월 30일 서울이코노미스트 초청 조찬 강연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서민생활 안정”을 거론하면서 “특히 물가가 부담된다며 경상수지와 더불어 물가를 고려하겠다”는 직접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6% 성장 전망을 바꿔 하반기 중 4%대의 성장률 전망을 사실화하는 가운데 환율의 하향을 통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중화하려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고하저의 경기흐름으로 향후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경우 환율 안정을 바탕으로 한은과 더불어 금리인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조합(Policy-Mix)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