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업계는 무한경쟁 그 자체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형화를 위해 먹고 먹히는 M&A 또한 활발할 전망이다. 특히 산업자본의 신규 가세로 치열한 생존경쟁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규 증권사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국내 증권사 수는 60개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형사를 중심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1~2년새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진출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 차원으로 높은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이머징마켓으로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다만 요즘들어 증권사들의 동시다발적인 진출로 신흥시장 또한 한국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뉴스핌은 창간 5주년을 맞아 증권업계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의 오늘을 파악해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자 해외 현장취재를 기획했다.
아시아시장의 금융허브인 홍콩, 포스트 중국으로 불리는 베트남, 자원개발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카자흐스탄 등의 현지 취재를 통해 한국 증권산업의 현실을 짚어본다.
[홍콩=뉴스핌 홍승훈기자] 왜 다들 홍콩으로 갈까. 경쟁이 치열해질대로 치열해진 곳이 홍콩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먹을 것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다시 홍콩으로 모여들고 있다. IMF를 전후해 세(勢)를 줄였던 곳은 확장하고 철수했던 곳은 심기일전해 다시 진출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는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KB투자증권(옛 한누리증권), 미래에셋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 8개사가 법인형태로 나가있으며 대신증권이 법인설립을 코 앞에 둔 상황이다.
운용사들 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03년말 법인을 설립한 이후 단기간에 굳건히 자리를 잡은 가운데 삼성투신운용이 운용 라이선스를 지난달 취득했고 KTB자산운용과 CJ자산운용 등이 인가 신청을 넣어둔 상태다.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진출해 있는 상태다.
◆ 중국으로 가는 게이트웨이 '홍콩'
이들의 홍콩 진출 이유는 간단하다. 지리적으로 좁은 지역에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전부 몰려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만 700개를 넘어서고 있고 내로라할 만한 최종 인베스터들이 대부분 포진해 있다. 때문에 비즈니스 기회가 무한하고 글로벌 전문가들을 만나기도 수월하다.
인프라나 법률시스템 또한 금융을 하기에 더없이 쾌적한 조건. 회사 설립도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대우증권 김종선 홍콩법인장은 "홍콩의 법인세는 16%, 개인세는 15% 수준"이라며 "한국의 법인세(약 21% 수준)와 개인세(평균 25~30% 수준)에 비하면 혜택이 많다"고 전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홍콩의 매력은 중국. 중국이 거대한 시장으로 부각받기 시작하면서 홍콩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한때 제 2의 홍콩으로 부각되며 비교됐던 싱가포르와의 금융허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도 중국효과였다.
현대증권 류상인 홍콩법인장은 "싱가포르는 정치적으로 중국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홍콩은 중국으로 가는 게이트웨이며 아시아시장 대부분의 파이낸싱이 홍콩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홍콩의 예금규모는 1조 달러(약 1000조 원)에 이르고 자산운용 규모도 8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 또한 새로운 수익원인 인베스트먼트 뱅킹(IB)을 위해 끊임없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꿩대신 닭이다. IB를 위해 갔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아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주식 브로커리지로 치우쳐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글로벌IB들이 수십 년, 수백 년 갈고 닦아온 길을 단숨에 쫒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벌써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으로 글로벌IB들이 위축되면서 국내 금융기관으로선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한국계 증권사들이 최근 눈에 불을 켜는 이유다.
◆ "리딩IB들 서브프라임에 발목... 지금이 기회다"
90년대 후반 홍콩의 중국반환으로 내리막인가 싶었던 홍콩. 지난 2003년 무시무시했던 싸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최근 홍콩은 더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금융의 중심지로서 과거 이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발 파장으로 미국계 유럽계 대형IB들이 전세계적으로 움츠리고 있지만 홍콩 등 아시아시장은 여기서 한걸음 비켜 있다. 아시아지역의 인력감축은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는 분위기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귀띔했다.
홍콩의 한 금융 전문가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최고의 학벌과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이 과거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근무를 선호했지만 요즘은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시아시장 전망이 그만큼 긍정적이라는 반증"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과거 주요 선진국 발령에서 밀려 아시아로 온 금융 전문가들은 최고 대접을 받으며 다시 선진국으로 승진해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특히 홍콩은 아시아시장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이같은 글로벌IB의 구조조정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에 분주하다.
홍콩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수의 글로벌IB인 메릴린치는 100명 이상의 인력감축을 시도중이고 UBS는 전세계적으로 7000~8000여명 가량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후폭풍으로 외국계IB들이 구조조정 등 인력감축에 들어섰는데 그나마 홍콩쪽 인력감축은 최소화될 것"이라며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IB에서 일하는 고급인력 영입을 추진중"이라고 귀띔했다.
IB분야의 핵심이 고급인력 확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인력 기근현상에 허덕이던 국내 증권사들로선 '가뭄 속 단비'를 만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