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활력으로 충만하다.
지난 10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내내 움츠렸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재계는 투명경영,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다지기에 주력했다. 공격경영보다는 방어형 경영이 기본이었다. 이는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실업문제는 우리 경제의 주요 고민거리가 됐다.
물론 대외 여건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난이 경영을 압박하고있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후유증으로 갈팔질팡하는 것도 악재다. 중국이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베이징올림픽 이후는 자신할 수 없다는 우려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올들어 '공격형 모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투자규모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다짐하는 등 새 정부와 '뭔가 해보자'는 의기투합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의 대표주자인 삼성의 특검문제도 일단락됐다.
무엇보다 재계는 악화일로의 경영변수를 넘어설 있는 '투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남다른 인재확보와 R&D의 산물인 신기술만이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
뉴스핌은 창간 5 주년을 맞이해 한국경제의 전면에서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기에 전력투구하는 기업들의 몸짓을 총 3부에 걸쳐 '한국경제, 새 엔진을 달자'라는 주제로 짚어본다.
[1부] 성장동력을 높이자 ① 기술이 살길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해 4월 한국을 방문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경기도 분당에 있는 SK텔레콤 연구소로 달려갔다.
SK텔레콤이 2006년 8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인 TD-SCDMA 기술을 상용화하는 MOU를 체결하고, 공동연구 파트너로서 연구를 진행하고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이달초부터 TD-SCDMA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림픽에 맞춰 본격적인 상용화를 개시할 것인지는 미정이지만 TD-SCDMA은 앞으로 13억 중국인이 쓰게될 기술이란 건 확실하다.
결국 SK텔레콤의 연구개발(R&D) 능력이 13억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만든 셈이다.
◆ "R&D가 국가 성장동력 만드는 근간"
이명박 대통령은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달성)을 내세우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 연구개발(R&D) 투자를 임기 중인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내년에는 예산 운용의 어려움 속에서도 R&D 예산만은 10% 이상 증액시키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R&D가 국가 성장동력을 만드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표한 '연구개발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 국제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R&D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30.6%다.
70∼80년대 R&D 경제성장 기여도와 90년대 이후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23.3%에서 30.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9.4%에서 22.8%로, 일본은 43.3%에서 67.3%로 각각 높아졌다. 캐나다와 이탈리아 역시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선진국으로 가는 경제 성장이 R&D 투자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성장 구조가 '요소 투입형'에서 '혁신 주도형'으로 전환되고 있어 R&D 투자는 더더욱 중요해졌다.
(사진은 현대기아차가 미래형 자동차로 연구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차)◆ "신말끈 조여매고 R&D 투자 늘려"
외환위기 이후 투자에 소극적이고, R&D에 대해서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왔던 기업들도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고 있다. 잇따라 투자와 R&D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5년, 10년 후에도 먹고살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은 결국 R&D를 통해 신기술을 확보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28일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총 27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시설투자와 자본투자가 19조8000억원이고, R&D 투자는 지난해 7조2000억원보다 증가한 8조원이다.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전자부품·소재·화학, 기계·생산기술, 디지털, 에너지환경·건강 등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기술 분야에 R&D 역량이 집중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프린터, 시스템LSI(비메모리), 와이브로, 태양전지·연료전지, 바이오칩(바이오 헬스), 로봇사업 등을 6대 신성장엔진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한 R&D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올해 매출 목표의 5%인 3조5000억원(해외포함)을 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계획에 비해 35.0%나 증가한 액수다.
품질 혁신과 친환경차 개발이 주요 과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전 차종에 대한 독자 엔진 기술구축과 품질혁신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한 만큼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또 친환경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하이브리드차를 내년 양산할 계획이고,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LG그룹도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 육성하기 위해 올해 R&D에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작년보다 11% 늘어난 규모다.
태양광 사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 R&D에 집중하고,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사업 및 빌트인 가전, LG필립스LCD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 분야의 R&D도 활성화된다.
SK그룹은 올해 창립 55주년과 최태원 회장의 취임 10주년을 맞아 '신성장 동력 확보' 원년으로 삼았다.
신재생 및 대체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R&D 분야에 적극 나서기로하며 전체 투자 예산 8조원 중 사상 최대인 1조1000억원을 R&D에 투자할 예정이다.
SK는 투자 금액 확대 뿐만 아니라 조직 개편을 통해 R&D 기능과 회사의 중장기 전략 기획을 통합한 사내 독립기업형태(CIC)인 P&T를 출범시켰다. 미 엑손모빌에서 R&D 분야를 관장했던 구자영 사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는 지난 23일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글로벌 R&D센터를 기공식을 가졌다. 이 R&D센터는 총 2797억원이 투자돼 오는 2010년 6월께 준공될 계획이다.
여기에는 제품 이용, 강구조의 철강제품 이용 연구 부문과 철강융합, 지능형 자동화, 유비쿼터스, 비철소재, 환경.신재생에너지, 나노.바이오의 첨단융합 연구 부문 등 총 8개 분야에 포스코 기술연구소를 비롯한 출자사, 포항공대, RIST 등 석.박사급 연구인력 530여명이 상주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