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투자자들은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준의장이 소묘한 '대완화(大緩和 Great Moderation)'의 장점을 만끽해왔다.
경기변동성이 크게 줄어들고 물가와 금리가 낮은 수준을 지속한 가운데,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 이 같은 즐거움을 제공한 배경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가 하루만에 3% 가까이 급락하면서 변동성지수(VIX)는 2003년래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중이다.
S&P500지수의 옵션 가격 변화에 기초한 이 변동성 지수는 주가의 변동 폭이 늘어날 수록 더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최근에는 회사채나 통화 그리고 신흥시장채권의 내재적 변동성 또한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VIX는 199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중이었으며, 여타 시장의 내재적 변동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WSJ는 최근 상황의 급격한 변화는 그 동안 인기를 끌어왔던 단순하면서도 파워풀한 투자전략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이는 마치 외가격(out of the money) 풋옵션을 매도하는 투자자가 겪는 위험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다수 투자자들은 주가지수 외가격 풋옵션을 매도해왔다.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이 풋옵션은 만기에는 거의 가치가 소멸하게 되며, 옵션을 매도한 사람들이 프리미엄을 챙기게 된다. 마치 허리케인 보험 계약을 체결했으나 허리케인이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보험료(프리미엄)를 챙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지금은 예상치 않게 금융시장의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있고, 풋옵션을 판매한 투자자들은 대가를 치러야할 때가 되었다.
한편 풋 옵션을 매도하는데 가담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변동성에 반하는 베팅을 해왔다면 역시 위험에 처하게 됐다.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낮은 금리의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높은 금리나 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 방식은 금리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안정적일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한달 동안 미국 달러화는 일본 엔화 대비 4.2% 가치 하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채권을 보유한 채권담보부증권(CDO) 역시 변동성에 반하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낮다면 상당히 양호한 수익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서브프라임 부도가 증가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은 대출기관들 또한 사실 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풋 옵션을 매도한 것이나 진배 없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는 부족하게 될 수밖에 없다.
비카스 에이가왈(Vikas Agawal) 조지아주립대 경영학교수와 나라얀 네이크(Narayan Naik)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2004년 연구보고서에서 다양한 주식 헤지펀드의 투자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사실 펀드들이 변동성에 반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에이가왈 교수는 "이들 헤지펀드의 전략을 보면 외가격 풋 옵션을 매도하는 사람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 동안 헤지펀드들은 변동성이 낮은 가운데 뛰어난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완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믿던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