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간 FTA 협상 타결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외환 당국은 "단기적으로 외환수급에 별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가가 FTA 타결 이후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단기적으로도 수급과 더불어 시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게 중론.
특히 정부에서도 FTA 타결 이후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한테도 새로운 고민거리도 생겨났다. 시장개입 명분이 많이 옅어진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사는 10일 오전 11시 18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외환당국, 시장개입 입지 많이 축소 고민
시장 흐름에 반(反)한다는 측면에서 당국의 시장개입은 ‘반드시 또는 대체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명분 없는 혁명이 쿠데타로 인식되며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당국이 개입에 나서는 것은 크게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투기세력의 준동에 따른 시장혼란 방지, 또 하나는 급격한 변동의 완화, 즉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그것이다.
지난 2004년 차익결제선물환(NDF) 시장 개입 당시 내걸었던 깃발이 '투기세력 엄단'이었다. 실패로 평가받으면서 이후부터는 당국도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투기세력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작년 말 당국의 주요 타깃(Target)은 조선사 등 수출업체들이었다. 직개입 외에도 창구지도를 통해 과도한 선물환 매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며 시장에 개입했다.
이 때 내세운 명분은 우리경제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평가절상 속도가 빨랐고 경상수지도 적자 가능성까지 있어 환율이 내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1년여의 협상 끝에 한미 FTA가 타결됐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1조원 이상 순매수 중이고 달러/원 환율은 930원이 위태했다. 일단 외국계 은행 창구를 중심으로 개입, 930원 붕괴는 막았다.
외환당국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FTA의 긍정적 측면을 전면 부각시켜야 하는 공복의 신분에서 한미 FTA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신호를 시장에 내보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효과를 칭송하는 발언도 내놓을 수 없다. 환율 하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 "외국인들의 주식 배당금이 재투자되고 있다"는 것. 한미 FTA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개입 효과를 내야 하는 당국의 고민을 느낄 수 있다.
◆ "햇볕 강해 그림자 짙어지는 것을…", 원화강세 수용 시사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를 투기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수출업체들에게 했던 것처럼 만만하게 창구지도를 하기도 어렵다. '관리(?)' 대상이 사라진 만큼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재경부 한 관계자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그림자와도 같다"며 "햇볕이 쨍쨍 내리쬐서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나라 경제가 좋아져서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국으로서도 별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한미 FTA를 기점으로 일정 정도 원화강세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보여준다.
이런 복잡미묘한 상황은 수출업체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옛날처럼 환율이 떨어진다고 정부에 울며불며 매달리기 힘든 여건이 조성됐다. 수출이 그 어느 때보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지금은 '채산성'을 명분으로 환율 안정화에 힘써달라는 정도의 입김만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환율은 떨어지고 투자는 안했고...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 배경?
오히려 기업들은 한미 FTA 체결로 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정부가 한미 FTA 체결을 계기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도태는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오규 부총리는 지난 2월 한 포럼에서 "시장개방을 통해 국내 기득권층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경쟁자를 국내에 도입함으로써 이들의 저항을 줄여나갈 수 있다"며 한미 FTA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권 부총리는 또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정보통신과 자동차 분야가 80%를 차지하고 그나마 효율성도 낮다"며 "기업과 정부부문의 대규모 과잉저축을 시장으로 환류시키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내 시장에 안주하며 연구개발(R&D)을 소홀히했던 기업들은 외부경쟁자와 '진검승부'를 겨루라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섬뜩한 발언일 수 있다.
게다가 한미 FTA가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에 확실히 플러스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외국 투자자금의 유입 증가와 그에 따른 환율 하락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그만큼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것은 환율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며 "투자도 일부 업종에서만 활발했기 때문에 성곽없이 벌판에서 싸우는 상황이 오면 많은 기업들이 도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보면 "5~6년 뒤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일단 한미 FTA 체결에 대해 국내 증시는 15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화답했다.
한미 FTA가 타결됐지만 현재 국회의 반대 기류나 한-칠레의 경험, 연말 대통령 선거,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등을 고려할 때 국회 비준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는 지난 1996년 OECD 가입과 그 이후 IMF 위기와 구조조정 시기를 지나, 다시금 커다른 전환 국면에 놓인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앞으로 FTA 타결이 한국 기업들과 외환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한국 경제에 선순환 고리를 형성 할 수 있을 지 계속 경계하고 준비하고 대비할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