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Fidelity)가 정부의 '역외펀드 비과세 불허 방침'에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델리티가 한국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비과세 혜택 부여의 핵심은 원장, 특히 투자명세부 공개 여부에 있는데, 피델리티 측이 이미 '공개 불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언론에는 '공개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역외펀드 비과세 조치 문제에 대해 피델리티가 재경부에 보낸 e-메일 공개 여부가 중요한 것처럼, 마치 진실게임 양상으로 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다분히 피델리티의 언론플레이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지난 12일 '역외펀드 비과세 불허' 방침을 발표하면서 주식부문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과표기준가격, 펀드거래 내역, 펀드의 편출입 현황 등 4가지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원장의 경우 재무제표와 투자명세부, 분개장으로 구성되고, 주식거래 차익만 골라서 비과세하려면 포트폴리오 내역이 담겨 있는 투자명세부 공개가 필수이지만 피델리티의 경우 이 부분 공개를 거부했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 재경부, 원장 비공개시 역외펀드 비과세 불허 원칙 거듭 강조
그럼에도 피델리티 에반 해일 대표는 지난 12일 당국이 ‘역외펀드 비과세 불허’ 방침을 밝힌 직후 "확인되고 검증가능한 과세 기준가를 구분 계리해 한국 투자가들에게 제공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과세 당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세부 내역은 한국의 피델리티자산운용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투자자들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펀드의 수가 매우 제한적인 만큼 본 조치로 투자자들의 선택의 권리가 제한되지 않을 지 우려된다"며 “특히 "가장 최근 세부내역은 매일 확인이 가능하며 일부는 실시간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피델리티측의 주장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과세의 근거가 되는 중요 원장을 공개하지 않고 자신들 스스로 정리한 자료를 과세당국에 통보하면 당국이 그것을 믿고 비과세혜택을 달라는 식"이라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자산운용사 투자는 종목 구성에 노하우가 있고 그것이 생명인데 투자명세부를 공개하면 어떤 종목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지, 포트폴리오 구성 및 그 투자이익 규모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므로 이것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면서도 비과세 혜택은 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역외펀드 비과세 문제는 정부가 요구한 과세 기준 자료를 제공한다는 원칙에서만 얘기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허용할 수 없다”며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국내에 설립돼서 복제펀드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 되고, 이는 동북아 금융허브 기반구축이라는 방향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경부 다른 관계자도 “피델리티가 세부 내역을 매일 제공해 당국이 확인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피델리티는 이미 매일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내부에서는 피델리티가 보낸 ‘e-메일’을 공개하자는 강경론도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15일 오전 10시 47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피델리티 주장은 허구? 진짜 이유는
그러나 업계에서는 피델리티가 과세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렇지만 투자명세부 등 원장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역외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 등 영업 노하우가 드러나기 때문만은 아니고, 그와 다른 진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펀드업계 한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내역을 공개하면 노하우가 유출된다고 하지만 이는 어불설성"이라며 "과세당국만 자료를 보는 것이고 정부가 이를 유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법적 규제는 아니지만 포트폴리오를 함부로 공개할 경우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는 컴플라이언스(내부규제)에 걸려 공개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피델리티 내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결국 피델리티 내부 사정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마치 한국정부가 역차별하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으며, 정부와 게임을 통해 투자자들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피델리티의 이런 플레이는 역외펀드 환매와 신규 유입금 감소를 막기 위한 “제스쳐”라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달에 한번 발표되는 펀드자금 유출입 자료는 월말 자료가 20일 정도 지난 이후 제공되므로 비과세 불허 발표 이후 역외펀드에서 자금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근 역외펀드 자금이 대거 줄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나마 확인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피델리티 대표의 역외펀드 비과세 기자회견 이후 하루 300억원 정도씩 들어오던 해외펀드 자금이 최근에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 참고: 뉴스핌 관련기사
피델리티, 재경부 조치에 반발 (홍승훈 기자, 2007/2/12)
재경부, 역외펀드 비과세 '불허' (최중혁 기자, 2007/2/9)
정부, '피델리티' 앞에서 또 작아지나 (최중혁 이기석 기자, 2007/2/1)
재경부, ‘역외펀드 비과세’ 업계 의견조회 (최중혁 기자, 2007/1/24)
역외펀드 비과세 ‘설익은’논란, 문제없나 (최중혁 홍승훈 이기석 기자, 2007/1/23)
피델리티 대표, "역외펀드 비과세 가능성" 시사 (홍승훈 기자, 2007/1/22)
정부의 환율대책, 안정효과 있나 (최중혁 기자, 2007/1/22)
정부, 해외 주식투자 차익 비과세, 부동산투자한도 확대 (최중혁 기자, 2007/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