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발표된 일본 12월 소비자물가지수 결과가 생각보다 완만하게 나오면서 일본은행(BOJ)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물건너가는 분위기이고, 이렇다보니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한편 엔 약세는 기업실적이나 경제에 좋을 것이란 판단때문에 일본 증시가 부양되고 있으며, 당장은 엔화 약세 흐름을 뒤바꿀 요인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의 컨센서스에 한 가지 결함이 눈에 띈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들은 엔화 환율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엔화가 적정가치 기준으로 볼 때 지나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엔화가 지나치게 약세인데도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다소 모순적인 전망을 유지한다면, 이런 추세가 역전될 가능성에도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로버트 앨런 펠드먼(Robert Alan Feldman) 모건스탠리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에 관련된 쟁점을 '스톡' 조정 면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비록 일본 재무성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시장의 자금흐름이 환율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한 막대한 자본을 미국 재무증권 매수에 사용한 재무성은 모든 캐리트레이드의 '괴수(Godzilla)'이며, 이들이 보유한 달러스톡의 조정 가능성은 시장에 일대 파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기사는 30일 14시50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환율 플로우(flow)모형과 스톡(stock)모형
일본 재무성은 거의 3년동안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04년 4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일본 외환보유액은 8150억달러에서 8950억달러 정도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의 변화는 주로 이자수입이나 환율변화에 따른 것일 따름이며, 따라서 이런 면에서 보자면 시장의 자금 흐름만이 환율을 결정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펠드먼은 활발한 개입이 없다는 것이 곧장 시장이 환율을 결정한다는 식으로 주장할 필연적인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사실 시장의 플로우에 따른 환율결정이라는 설명방식은 중요한 이벤트에 대해 환율의 변화가 단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미 30년 전에 폐기된 것이라고 한다.
그 대신 최근에는 스톡모형이 새로운 설명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펠드먼은 주장했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매우 큰 규모의 해외자산 스톡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모형이 잘 작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모형은 2005년말 미국 거시지표 약세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이 갑작스럽게 위축되자 엔화가 하룻밤 사이에 급격한 강세를 보였던 것과 같은 사태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다.
이 같은 스톡모형의 맥락에서 보자면 일본 재무성의 '비개입'노선은 상당히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는 어떤 단일 투자자가 대규모 상품자산 스톡을 보유하였을 경우 그 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말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재무성의 과거 개입이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정당한 것이었다고 설명되는 것을 감안하자면 더욱 신뢰도는 떨어진다.
공식적인 개입이 끝난 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일본 증시의 강력한 상승과 지속적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엔 약세를 무시하는 당국의 태도는 무엇인가. 이런 태도는 결국 기회주의적인 것이라는 비난에서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펠드먼은 강조했다.
그는 짧게 보자면 대부분의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매우 단기적인 변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처럼 장기적인, 논리적 모순 따위는 개의치 않을 지도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환율의 적정가치에서의 괴리는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왜곡된 환율과 시장의 변동성
확실히 최근 외환시장의 가치 괴리는 주로 엔화 환율의 괴리에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일본기업들의 실적인 명확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상당 폭 오름세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엔 약세를 증시 상승의 동력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의 낮은 장기금리 역시 이런 사태와 관련되어 있다. 일본 재무성이 일본은행을 통해 저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의 재무증권을 막대한 수준으로 매수한 것 자체가 바로 모든 캐리트레이드의 '괴수'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펠드먼은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일본의 삼각합병에 대한 논쟁 또한 환율문제 때문에 왜곡되어왔다며, 만약 엔화 가치가 좀 더 적정한 수준이었다면 해외기업들은 일본 기업인수 비용이 그렇게 저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며,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유인도 높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펠드먼은 어떤 수준에 도달할 경우 환율의 괴리문제는 조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다른 시장에 존재하는 커다란 괴리 역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환율의 급격한 조정보다는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G7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G7의 조정자 역할
이미 오는 2월 9일~10일 사이 독일 에센에서 열리는 선진국 G7 재무장관회담에서 엔 약세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중이다.
유로존 당국자들은 입을 모아 '엔 약세가 심각하다'느니 '엔환율 변동성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해 쟁점을 공론화할 자세를 나타냈다.
그런데 일본으로서는 유로존 당국의 불평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대외교역 중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국가들이 전체의 63%를 차지한다.
따라서 G7에서 일본에게는 유로존보다는 달러블록에서의 저항이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미국의 '보호주의' 정서가 어떤 식으로 표출될 지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은 동맹국으로서의 의리를 과시해왔지만, 사태는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펠드먼은 현재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G7에서의 환율 괴리 문제에 대한 조정논의를 수용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 매크로비전 회의에서 참석한 일본시장 전문가들은 재무성이 달러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거나 위협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전했다.
펠드먼은 G7 회담에서 나오는 재료를 잘 소화하기 위해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만약 투자자들의 판단이 변화된다면 외환시장의 급격한 '스톡조정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