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대책’이 공급확대 중심의 대책이고 ‘1.11대책’은 분양원가 공개 확대에 따른 공급위축 우려가 있는 대책이어서 겉으로 보기엔 모순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곰곰 따져보면 분양원가 공개와 공급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정부의 속내도 엿보인다.
정부는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이 반갑지만도 않은 입장이다.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늘어 과거 ‘카드사태’때처럼 내수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때문에 권오규 부총리는 향후 부동산 가격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락’이라는 표현 대신 ‘점진적인 하향 안정세’라는 다소 긴 표현을 써 왔다. “저금리 구조에서 투자수익률로 봤을 때 부동산이 가치가 있다”며 부동산투자를 권하는 듯한 말까지 했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민간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대해 공급 위축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고 결국 ‘세금대책’에서 ‘공급확대 정책(11.15대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내용은 최대한 주택을 ‘많이, 빨리,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 지난 2~3년간 공급물량이 저조했지만 2008년부터는 정책적 공급 물량이 대폭 확대되도록 틀을 짜맞췄다.
그러나 우려가 싹 가시지는 않았다. 공급 계획은 발표했지만 실제 가시화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 실제 작년 9월 이후 주택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전월세 가격 급등 문제도 이러한 ‘공급 시차’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공백’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기간은 올해 1~9월까지다. 정부는 내년 공급물량이 앞당겨지는 등 올해 말 부터는 주택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
이에 권 부총리는 ‘1.11대책’ 브리핑에서 “올해가 포인트(중요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이번 대책으로 경기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이번 대책이 경기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경기에 부분적으로 플러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까지 말한 것.
이는 9월 1일부터 실시되는 민간 분양원가 공개를 피해 건축업자들이 공급물량을 올 상반기로 최대한 앞당기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날 권 부총리는 “올 9월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9월 이전에는 오히려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원가공개 대상지역을 수도권 및 지방의 투기과열지구로 한정했고, 원가내역 자료 또한 이미 업체들이 시군구에 제출하는 자료 범위 이내로 한정해 업계에 큰 부담이 없도록 한 점도 건설경기 위축 방지에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원가공개의 핵심인 택지비는 원칙적으로 감정가를 인정해 택지마련의 어려운 과정을 공개할 필요가 없도록 했고 나머지 기본건축비의 경우 업체마다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결국 가산비 정도가 엄격히 공개되겠지만 이것이 공급위축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국 ‘제한된 분양원가 공개’로 오히려 올 상반기 공급확대를 유도해 정부의 최종 목표인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꿩 먹고 알 먹고’ 대책인 셈이다.
권 부총리는 이번 대책으로 분양가가 공공 부문의 경우 25% 이상, 민간의 경우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원가가 이렇듯 예상대로 떨어져 주면 전체 주택시장의 안정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민간부문 분양원가 공개’라는 표현을 허용하면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명분을 취하는 동시에 올 상반기 공급확대 유도, 주택담보대출 축소에 따른 금융 시스템 리스크 완화 등 다목적 효과를 거두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정부의 예상대로 올 하반기부터 주택공급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부분. 부동산 시장이 럭비공처럼 워낙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어서 이 부분이 삐끗할 경우 자칫 전체 틀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가능성도 있다.
또 단기적으로는 공급확대가 기대된다 손 치더라도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공급을 저해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누가 봐도 ‘극과 극을 달리는 오락가락 정책’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