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공모에는 회사에서 신주를 새롭게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신주모집과 대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내다파는 구주매출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985년 이전만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기업공개를 원활히 추진할 목적으로 신주모집과 구주매출을 모두 허용하다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활황세로 접어든 1980년대 후반부터는 신주모집을 위주로 기업공개를 진행시켰다.
왜냐면 신주모집의 경우 자금이 기업으로 들어오지만 구주매출의 경우는 대주주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05년 12월 상장회사가 구주매출을 통해 공모를 하는 아이러니컬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거래부진으로 관리종목에 들어가 있던 벽산이라는 회사가 2대주주의 주식 100만주(14.6%)를 공모 2일전 종가인 18,300원보다 15% 낮은 15,000원에 일반을 대상으로 공모를 하게 된 것이다.
이는 벽산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10%에도 못 미쳐 상장유지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그냥 놓아두면 연말에 상장폐지 될 처지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12월 14일과 15일에 청약을 받았는데 그 2일 사이에 주가는 21,000원까지 상승한 후 19,850원에 종가를 기록했다.
구주매출이 끝난 12월 16일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하한가를 기록하더니 그 다음날인 17일 다시 11% 하락한 15,050원을 기록하고 말았다.
그 후로 6개월이 지났지만 공모가 15,000원을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하고 최저 11,100원까지 하락하는 등 약세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주매출 이전의 주가움직임을 살펴보니 2005년 내내 16,000원에서 등락을 거듭했는데 구주매출을 앞둔 11월 25일 17,000원을 넘어서더니 이 후 한 달에 걸쳐 21,000원까지 상승한 것이 아닌가.
공모 마지막 날 21000원의 주가를 보며 일반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5일 후인 12월 20일 주식입고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5일 만 잘 버텨주면 6,000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막상 상장이 된 12월 20일에는 15,000원을 밑돌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11월 2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주가가 17,000원에서 21,000원까지 올라오며 거래된 18만주나 되는 주식은 과연 정상적으로 당시의 주가를 나타내고 있었을까.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하기 위한 공모가도 아니고 주식시장에서 이미 시세가 형성되어 있는 현재가를 보고 청약에 참여한 선량한 다수의 일반투자자들이 지금껏 공모가 아래에서 고생하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 일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구주매출의 공모가 결정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종목에 대구도시가스도 있다.
공모가 11,600원이 역시 6개월이 지난 현재 8,000원도 안되는데 공모 이후의 주가하락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공모가 산정에 있어서 좀 더 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상장된 지 몇 년씩이나 됐는데도 지분분산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거래부진으로 상장폐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면 상장제도의 허점으로 투자자들은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주매출에 있어서 공모가 산정방법이 과연 적정한지와 함께 투자자보호차원에서 다시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여겨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