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다음은 미국 차기 연준의장 지명자 벤 버낸키(Ben S. Bernanke)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본 시각이 담겨있는 자료로, 지난 2004년 12월 2일 전미경제학자클럽에서 제출한 연설문 “The Logic of Monetary Policy”입니다. 이 자료는 지난 2003년 제출된 "제한적인 재량성"에 관한 그의 연설(""Constrained Discretion" and Monetary Policy") 그리고 올해 4월 제출된 그의 미국 통화정책 결정구조 및 전달경로에 대한 연설문과 함께 연준의 정책방향을 가늠하는데 좋은 준거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단 여기서는 "통화정책의 논리"와 "통화정책 결정구조 및 전달경로"만 싣고 조만간 제한적인 재량성에 대한 연설 자료로 올릴 예정입니다.※ 출처: Fedral Reserve: “The Logic of Monetary Policy” , Remarks by Governor Ben S. Bernanke Before the National Economists Club, Washington, D.C. December 2, 2004.■ 통화정책의 논리통화정책에 관해 언급할 때는 통상 최근의 정책 행보나 단기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술이라는 것이 언제나 더 큰 전략적 목적에 복무하는 한에서만 유용하듯이, 개별적인 정책 결정도 보다 포괄적인 정책 틀의 맥락에서 조망할 때 가장 잘 이해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현재의 정책 관심사에서 한발 물러나 통화정책이 결정되는 논리적 틀(logical framework)이라는 보다 넓은 주제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먼저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한 두 가지 서로 경쟁하는 틀을 소개할 것이다. 이들 두 가지 틀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각각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그리고 난 다음 이 틀을 연준의 정책 관행에 연결짓고자 한다. 그리고 후반에서는 이러한 정책 틀의 선택이 중앙은행의 의사소통 정책(communication policy)에 중요한 실천적 함의를 지닌다고 주장할 것이다. 자동차와 운전자: 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한 잘못된 비유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매년 8차례 소집된다. 이 회의의 운영목표는 연방기금 금리 목표(target)을 설정하는 일이다. 연준이 은행 지급준비금의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기 금리가 연방기금금리다. 이런 결정을 결정하는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가?피상적으로 보자면 FOMC의 정책결정 과정은 간단하다. 여기서 일반적인 비유로 사용되는 것은 미국 경제를 자동차에 비유하는 것이다. FOMC는 그 자동차의 운전자로 비유되며, 통화정책은 자동차의 액셀레이터를 밟는 것이나 브레이크를 거는 것으로 비유된다. 이런 비유에 따르면 경제가 지니치게 더딘 성장세를 보일 때, 즉 실업이 높고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하회할 때는 연방기금 금리 목표를 인하함으로써 액셀레이터를 밟아야 한다. 반대로 경제가 지나치게 빠른 성장세를 보일 때, 즉 인플레이션 압력이 부상할 무렵에는 FOMC가 연방기금 금리 목표를 인상함으로써 신속히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 결과 소비지출이 억제되고 경제가 둔화되게 되는 식이다. 실로 단순하지 않은가?(이런 비유가 쉽게 포착하지 못하는 한 가지 복잡한 문제는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와 최대고용 목표가 잠재적으로 상충관계에 직면하게 될 때 발생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며, 특히 총공급 충격이 발생한 이후의 경우가 그렇다. 이럴 경우에는 경제를 둔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더욱 가속화시킬 것인지의 선택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인플레 기대수준의 안정이나 중앙은행의 신뢰성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단 이 문제는 오늘 논점에 핵심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논하지는 않기로 한다.)그러나 불행히도 통화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이처럼 자동차와의 비유에서 도출한 단순한 해석은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심각한 오류를 내포할 수 있다. 우선, 경제가 탈선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책 결정가들은 현실 세계의 운전자들이 직면하는 것보다 한층 심각한 정보상의 제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통계 기관들이나 기타 데이터 수집가들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 데이터는 경제 활동을 완벽하게 커버하지 못한다. 그리고 언제나 대폭적인 수정이 잦고, 또한 시차도 큰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 “속도”를 점검하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정책 결정가들은 자신의 행위가 경제에 얼마나, 또 얼마나 빨리 영향을 미칠 것인지조차 확실하게 예상할 수 없다. 결국 통화정책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면, 그 차는 신뢰할 수 없는 속도계를 지닌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창은 뿌연 먼지투성이고, 액셀레이터나 브레이크도 사실상 고장나 뒤늦게에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반응한다고 할 것이다. 자동차 유비의 두 번째 문제는 통화정책 대응의 영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민간 부문의 기대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자동차 유비가 타당하다면, 현재의 연방기금 금리 수준은 경제에 적용된 통화 상의 부양 노력 정도를 집약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운전자가 특정한 순간에 액셀레이터를 밟는 힘이 자동차의 속도를 좌우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실상 지금의 연방기금 금리 수준은 통화 확대나 긴축의 정도에 대한 부분적인 지표밖에 되지 못한다. 지금의 연방기금 금리가 정책 기조를 불완전하게 반영하는 이유는 가계의 주택 구매나 기업들의 신규 자본재 취득 등과 같은 대다수 중요한 경제적 결정이 연방기금 금리보다는 모기지 금리나 회사채 금리 등 장기 금리에 보다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 금리는 현재의 연방기금 금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연방기금 금리나 기타 단기 금리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상하는 방식에도 크게 의존한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미래의 단기 금리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이들은 통상적으로 장기 수익률을 역시 끌어올리게 된다. 만약 이 경우 장기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단기 채권을 차환함으로써 높은 수익률을 벌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장기 채권의 기존 공급량을 보유하기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장 참가자들이 미래 단기 금리가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면, 장기 수익률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통화정책 결정가들은 행동이나 성명 등을 통해 민간 부문의 기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마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정책 결정가들의 과업을 대단히 힘들게 만든다(Bernanke, 2004). 결국 경제가 자동차와 같다면, 이 자동차는 특정한 순간의 속도가 당시 액셀레이터에 가해진 압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오히려 나머지 여행 기간 동안 액셀레이터에 가해질 기대 평균 압력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로 운전자에게는 불편한 자동차가 아닐 수 없다. 정책 결정가들이 직면하는 정보상의 제약과 민간 부문의 기대가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이제 통화정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 두가지 대안적인 틀들을 논의해 보기로 하자. 통화정책의 결정을 위한 두가지 틀오늘 본인이 비교하고자 하는 두가지 통화정책 수행의 틀들은 대부분 최근의 경제학 문헌들에서 각각 ‘수단 준칙’(instrument rules)과 ‘타겟팅 준칙’(targeting rules)으로 언급된다(Svensson, 2003; McCallum and Nelson, 2004; Svensson, 2004b).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식의 분류는 다소간 오해를 유발한다. 우선, “준칙”(rule)이라는 개념 자체는 재량(discretion or judgment)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엄격하고 기계론적인 정책 처방을 의미한다. 하지만, 과거 일부 경제학자들이 제시했던, 통화정책이 엄격한 준칙을 체계적으로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최근 수년새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늘날 대다수 통화 경제학자들은 이런 ‘준칙’이라는 개념을 보다 느슨하게 적용해, 정책결정가들의 재량에 상당한 여지를 남겨두는 일반적인 정책 전략을 의미하는 것으로 활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인은 여기서 ‘준칙’이라는 말 대신에 차라리 ‘정책’(policy)이라는 말을 쓰고자 한다. 둘째, “수단”(instrument)과 “타겟팅”(targeting)이라는 개념은 분명 오랜 지적 논쟁의 소산물이지만, 역시 그다지 명쾌한 개념은 아니다. 따라서 본인은 이 정책 준칙과 타겟팅 준칙이라는 표현을 각각 ‘단순 피드백 정책’(simple feedback policies)과 전망 기반 정책(forecast-based policies)으로 간주할 것이다. 혹시 이로 인해 다소간 개념적 혼선이 초래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런 두가지 정책 접근은 얼마나 다르며, 또 각자의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단순 피드백 정책’ 하에서는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 즉 미국의 경우 연방기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소수의 거시경제 변수들의 행태와 긴밀히 결부된다. 다시 말해 고용이나 인플레 등 직접 관측가능하거나, 혹은 완전고용 GDP 등 현재의 정보에서 추정될 수 있는 변수들 말이다.한편 본인은 여기서 단순 피드백 정책의 정의에서 정책 수단을 GDP나 인플레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들의 ‘전망’과 연계짓는 정책들을 배제한다. 이런 류의 혼성 정책들은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좌우간 일반적으로 단순 피드백 정책을 주도하는 거시경제 변수들은 중앙은행의 목표를 반영해 선택된다. 그리고 정책 결정가들은 이들 변수들이 바람직한 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할 때 적절히 단기 금리(혹은 다른 정책 수단)를 조절할 임무를 부여받는다. 즉 현재의 거시경제적 여건이 단기 금리의 결정에 “피드백”(feed back)되는 것이다. 한편 “단순”(simple)이라는 형용사는 이 체제 하에서 정책 결정가들이 단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경제적 변수들에만 반응한다는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다시피, 현대 단순 피드백 정책들의 옹호자들은 대체로 이런 정책들을 한층 유연하게, 즉 특정한 환경 하에서의 조정이나 재량적 판단을 허용하는 식으로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처럼 단순 피드백 정책의 가장 고전적인 예가 바로 그 유명한 ‘테일러 준칙’(Taylor rule)이다(Taylor, 1993). 테일러 준칙은 기본적으로 현재 연방기금 금리 수준을 두가지 변수들에만 관련짓는 방정식이다. 즉 산출갭(output gap: 실제 GDP가 완전고용 GDP에서 이탈한 정도) 수준과 실제 인플레와 정책 결정가들의 목표 인플레간의 편차 말이다. 대다수 피드백 정책과 마찬가지로 테일러 준칙은 정책 결정가들에게 “바람에 맞설 것”(lean against the wind)을 권고한다. 즉 GDP가 잠재 수준을 상회하거나 인플레가 목표치를 상회할 경우 테일러 준칙은 연방기금 금리가 평균 수준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결국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따라서 GDP와 인플레를 목표 수준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사실상 테일러 준칙은 인플레가 상승할 때 명목 연방기금 금리가 1 대 1 이상으로 상승해야 한다는 강한 함의를 지닌다. 즉 실질 연방기금 금리가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처방을 이른바 ‘테일러 원리’(Taylor principle)이라고 한다. 테일러 원리는 제반 좋은 통화정책의 특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결정가들에게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이러한 테일러 준칙에 기반한 것 외에도 각종 단순 피드백 정책들이 제안되고 분석된 바 있다. 예를 들어 한가지 제안은 연준이 본원통화 증가율을 현재의 거시경제 여건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McCallum, 1988). 또다른 제안은 테일러 준칙의 산출갭을, “완전고용 GDP”와 같은 측정불가능한 변수를 활용하지 않고 그저 GDP 성장만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Orphanides and Williams, 2002). 이런 단순 피드백 정책의 활용은 앞서 본인이 제기했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즉 제한된 정보의 문제와 정책 결정시 민간 부문의 기대를 감안할 필요성 말이다. 일단 정보상의 제약과 관련해서는 옹호자들은 이런 류의 정책이 현명하게 선택될 경우, 경제와 그 기저 구조에 대한 정책 결정가들의 지식이 심각하게 제한적이더라도, 좋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주된 증거는 경제의 수학적 모델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된다. 특히 연구자들은 다양한 대안적 경제 모델에 적용할 때 좋은 경제적 결과를 가져오는 특정한 단순 피드백 정책들을 식별하려 했다(McCallum, 1988; Taylor, 1999; Orphanides and Williams, 2002; Levin and Williams, 2003). 그 결과 각종 경제 환경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좋은 결과를 생산하는 단순 피드백 정책, 즉 로버스트 정책(robust policies)이 종종 찾아질 수 있다. 단순 피드백 정책의 옹호자들은 우리가 어떤 경제 모델이 미국 경제를 가장 잘 묘사하는지 확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따라서 가장 안전한 방식은 이런 로버스트 피드백 정책을, 물론 필요하면 정책 결정가들의 통찰력과 재량에 따라 수정해 도입, 준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단순 피드백 정책의 활용은 어느정도 민간 부문의 기대 역할에 따른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단순 피드백 정책이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을 몇가지의 거시경제 변수들에만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정책들은 일반 대중이 이해하고 또 통화정책의 향후 전개 방식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를 활용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쉽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도입한 피드백 정책이 인플레가 0.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정책 결정가들은 단기 금리를 물론 재량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대체로 평균 0.1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명문화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런 정보를 지니고, 또한 인플레 압력이 향후 수분기간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나름대로 추산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단기 금리의 미래 경로를 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이들로 하여금 채권이나 기타 금융 자산들의 가격을 보다 효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또 단순 피드백 정책 하에서 민간 부문의 기대가 대체로 중앙은행의 계획과 일치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력도 제고될 것이다. 한편 통화정책 결정의 또다른 일반적인 접근법은 ‘전망 기반 정책’이다(Svensson, 2004c). 그 이름이 시사하듯이, 전망 기반 정책 체제 하에서는 정책 결정가들이 다양한 통화정책 계획에 대해 경제가 단기적으로, 가령 6~8분기 사이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 것인지를 예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화정책 결정가들은 연방기금 금리를 일정한 기간 낮게 유지하는 전략을 금리의 점진적인 인상이라는 전략과 비교해 평가하는 데 관심이 있을 것이다(註 6). 전망 기반 접근 하에서 고려 중인 각각의 정책 계획들에 대해 정책 결정가들과 스탭들은 이런 계획들이 시행될 경우 경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최상의 추측(guess)을 제시해야 한다. 이들은 또한 주요 시나리오 외에 다른 결과의 가능성을 평가하고자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특정한 정책 계획이 대다수 환경 하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하지만 확률은 다소 낮지만, 자칫 대단히 나쁜 결과를 가져 올 시나리오가 있다는 점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기준 전망과 이런 전망에 대한 다양한 리스크들을 취합한 후 정책 결정가들은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계획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의 현 금리 결정은 선택된 계획을 시행하는 데 있어 제 1보에 해당된다. 이후 이 과정은 매번 회의에서 되풀이 될 것이며, 필요하면 경제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대응해 정책 계획이 수정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전망 기반 정책은 정보상의 제약과 민간 부문 기대의 역할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분명 전망 기반 정책은 단순 피드백 정책보다 한층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사실 이런 접근에 반대하는 논자들이 종종 이를 강조한다. 반대론자들은 전망 기반 정책의 주요 위험이 통화정책 결정가들 역시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아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일부 논자들은 통화정책이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보다 지적으로 신중한(modest) 태도에 비해 한층 나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비판에 대응해, 전망 기반 정책 옹호자들은 경제를 전망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비록 신중한 것이긴 해도, 전적으로 백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지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들은 특히 전망 기반 정책을 활용하면 정책 위원회 성원들이 특정한 계량경제학적 모델 혹은 경제 이론에 엄격히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민간 부문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에서도 경제 전망은 통상 일련의 모델들과 통계 기법, 그리고 각종 재량과 식견있는 전문가들의 통찰력이 결합된 산물이다. 전망은 또한 모델과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수 있는 식으로 짜일 수 있다. 가령 산출갭처럼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변수들의 변동률이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하는 식으로 말이다(Williams, 2004). 따라서정책 결정가들과 스탭들이 자신의 전망 능력과 경제 지식에 대해 적절한 겸손을 유지하는 한, 옹호론자들은 전망 기반 정책이 단순 피드백 정책보다 한층 나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전망 기반 정책을 옹호하는 논자들은 단순 피드백 정책과 비교해 전망 기반 접근이 재량과 특정한 정보를 정책 결정에 병합시키는 방식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지침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사실 양 접근의 옹호자들은 원칙적으로 좋은 정책 관행은 재량과 전문가들의 판단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는 어떻게 가능한가? 경제의 기저 구조에 대한 상당한 불가지론을 가정하고 있는 단순 피드백 정책은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단지 정성적인 방식(qualitative terms)으로만 그럴 수 있다. 대조적으로 전망 기반 접근 하에서는 그 답은 간단하다. 즉 판단(judgment) 혹은 특정한 정보가 전망 혹은 그 리스크에 영향을 미치는 한에서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가령 계량경제 모델의 시뮬레이션은 정책 A가 정책 B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하자.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이 모델의 전망이 특정한 정보 혹은 환경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면, 혹은 정책 A가 그 모델에서 포착되지 않는 일부 경제 리스크를 수반하고 있다고 한다면, 대신 정책 B가 선호될 수도 있다. 한편 정책 효과를 결정하는 데 있어 민간 부문의 기대의 역할은 어떤가? 여기서도 다시 전망 기반 정책의 정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욱 과중된다. 단순 피드백 정책의 경우와 대조적으로 전망 기반 정책 하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미래 단기 금리 행보에 대한 기대의 형성과 관련해 자신들을 안내할 단순한 공식을 지니지 못하게 된다. 대신 이들은 자신의 경제 전망에 기반한 정책 경로에 대한 전망과 정책 결정가들의 전망과 목표에 대한 자신의 지식들을 추론해 내야 한다. 중앙은행의 전망과 정책 평가 과정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이런 추정은 실로 골치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망 기반 정책 하에서도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민간부문에게 이들 스스로의 정책 변화를 예상하려는 노력을 지원할 상당한 여력을 지닌다. 정책 결정가들이 자신들의 전망과 목표, 그리고 전술을 대중에게 정확히 의사소통(communicate)할 수 있는 한, 금융시장은 보다 효율적이 될 것이며, 통화정책 역시 그럴 것이다(Bernanke, 2004). 이런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문제는 좀 있다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연준의 정책 틀(Policy Framework)여기서 본인이 여러분들에게 ‘단순 피드백 정책’이나 ‘전망 기반 정책’ 중 어느 것이 통화정책 결정에 탁월한 접근법을 표상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으면 분명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명쾌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것이다. 통화 경제학 문헌들 상의 논쟁은 여전히 생생하다. 더구나 어느 정도는 중앙은행의 관행도 사실 절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연준에서는 단순 피드백 접근과 전망 기반 접근 모두 정책 결정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된다. 예를 들어 FOMC 성원들은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정책 선택을 다양한 형태의 테일러 준칙(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종의 단순 피드백 정책) 상의 처방들과 그리고 연준 이사회와 지역연방준비은행들의 스탭들이 시도한 모델 시뮬레이션과 전망의 결과들(전망 기반 접근에 따라 요구되는 것)과 비교한다. (보다 현실적으로, 그 계획은 부대 조항들(contingent elements)을 포함할 수 있다. 가령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연방기금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인플레가 상승한다면 금리가 동반해서 상승하는 게 허용될 것이다. 적어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정책 계획을 명문화하는 것이 전망 기반 정책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정책 금리의 현재 가치를 명시하는 것 정도로는 전망을 구성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은 여기서 이런 틀에 대한 심층적인 논쟁들을 해결하고자 하지 않겠지만, 중앙은행이 실제로 이들 접근들에 의존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몇가지 언급할 말이 있다. 사실 단순 피드백 정책과 전망 기반 정책 모두 정책 결정가들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본인의 판단으로는, 이들 두가지 접근에 의존하는 것은 서로 대칭적이지 않다. 오히려 전망 기반 접근이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결정과정에 점차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지배력은 중앙은행들이 각종 데이터 수집과 모델링에 쏟는 막대한 자원들, 그리고 중앙은행 전망의 정교함과 상세함에 반영돼 있다(Reifschneider, Stockton and Wilcox(1997)은 연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전망의 과정과 그 역할을 보여 준다). 사실 명시적 인플레 목표를 지닌 많은 중앙은행들은 정규적인 전망을 공표하고, 통화정책 결정을 이런 전망들에 깊이 연계짓는다(Sims(2002)는 연준을 포함해 4개의 주요 중앙은행들에서 정책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모델과 전문가 판단이 결합돼 발전된 인플레와 산출에 대한 전망이 수행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보여준다. 전망은 정책 경로 혹은 경제의 충격에 대한 다양한 가정에 종속된다. 상당한 정도로 전망은 영란은행이 통계적 확률 결과들의 레인지를 표현하기 위해 공개한 “팬 차트”(fan charts)와 같은 불확실성 척도를 수반한다. 경제의 현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를 얻고 전망을 개선시키기 위해 중앙은행 스탭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데이터에 대한 이런 욕망은 단순 피드백 정책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은 제한적인 데이터 투입물들만 활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Sims는 이미 활용되고 있는 전망 방법론의 일정한 측면들을 비판하고 개선점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중앙은행들이 정책 결정과정의 중심에 전망을 두는 데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는다. )연준은 명시적으로 정책 대응을 전망에 연계시키지는 않지만, 경제가 다양한 정책 계획 하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역시 미국의 통화정책 과정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즉 연준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로 전망 기반 접근에 의존하고 있다. 그 몇가지 증거와 이유들을 제시하기 위해 본인은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올해 초 했던 연설에 여러분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통화정책에서의 리스크와 불확실성”(Risk and Uncertainty in Monetary Policy, Greenspan, 2004)이 바로 그것. 물론 그린스펀의 연설은 그가 정책 결정가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심오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가 특정한 모델이나 이론, 데이터 계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데 대해 적절히 경계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설은 좋은 정책이 주로 전망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대해 몇가지 이유들을 제공한다. 이들 이유로는 선제적인 정책 결정의 필요성과 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 그리고 그 자신이 리스크 관리 접근(risk-management approach to policy)이라고 명명한 것의 가치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이들 각각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논의를 하고자 한다. ‘선제 대응’(preemption)이라는 것은 정책 결정가들이 사태의 추이를 예상해 미래 대응할 때 보다 좋은 결과를 달성한다는 구상을 의미한다. 통화 정책이 통상 시차를 수반하고, 나아가 인플레 상승과 같은 각종 문제들이 초기에는 종종 저렴한 비용으로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대응은 잘 작동한다. 물론 원칙적으로 단순 피드백 정책도 선제적인 접근과 모순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언제나 독특한 특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각종 새로운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단순 피드백 정책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린스펀은 지난 1980년대 통화정책의 경험에 기반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의 시차를 인식해, 인플레 압력 상승의 잠재력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은 통화정책의 한층 중요한 특질로 자리잡아 왔다. 그 결과 이런 식의 접근은 전망의 위상을 정책 고려에서 한층 탁월한 위치로 격상시켰다.”경제의 ‘구조 변화’(structural changes)는 실제로 진행될 때 이를 가늠하기가 실로 힘들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식별될 수 있고, 중앙은행의 전망에 포함될 수 있는 한, 전망 기반 정책들은 다시금 단순 피드백 정책보다 탁월한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90년대 중반 그린스펀 의장과 그의 FOMC 동료들은 중요한 구조적 변화, 즉 추세 생산성의 뚜렷한 증대를 인식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린스펀의 발언을 인용해 보자. “지난 1995년 이후 명백했던 구조적 생산성 향상 추세의 개선 결과로 우리 연준은 과거의 경험 상으로는 신중이 요구되었을지라도 경제성장의 상승에 한층 수용적일 수 있었다.”결국 중요한 구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 기반해 FOMC는 산출과 인플레의 현재 추이에 대응하는 데 과거처럼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이는 위원회의 정책결정이 단순 피드백 접근이 아니라 전망 기반 분석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마도 연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전망의 역할을 확증한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그린스펀 스스로 통화정책에 대한 ‘리스크 관리 접근’(risk-management approach)이라고 부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접근은 분명 전망 기반 정책이다. 이런 접근의 실행을 묘사하며 그린스펀은 어떤 식으로 다양한 모델들과 전문가들의 판단이 상호 결합돼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들의 확률분포에 해당하는 것을 전망하게 하는지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 접근 하에서 정책결정가들은 이런 확률분포의 가장 바람직한 측면을 함의하는 정책 전략을 선택한다. 다시 한번 그린스펀의 말을 인용해 보자. “우리의 지식이 불가피하게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 중앙은행은 단지 미래의 가장 유력한 경로만이 아니라 그런 경로에 대한 가능한 결과들의 분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정책결정가들은 대안적인 정책 선택 하에서의 다양한 가능한 결과들의 확률과 비용, 편익에 대한 판단에 이를 필요가 있다.”더구나 리스크 관리 접근 하에서 모델, 판단, 전망, 그리고 정책은, 이론이 시사하는 대로, 부단히 새로운 정보에 입각해 업데이트된다. 실제 운영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 접근은 많은 통화 경제학 문헌에서 제시된 전망 기반 정책과 단지 한가지 중요한 점에서 차이가 난다. 단순하게 말해, 연구자들은 대체로 정책결정가들이 평균적인 경제적 결과만 유념한다는 가정에 입각해 전망 기반 정책들을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책결정가들도 종종 평균이나 가장 유력한 결과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확률이 낮은 사건들이 제기하는 목표 상의 리스크들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국에서 유해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은 미미했지만, 이런 사건의 잠재적 결과들은 매우 우려되는 것이었고, 따라서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그린스펀의 리스크 관리 접근은 평균이나 가장 유력한 결과만이 아니라 가능한 결과들의 전체적인 분포가 정책 선택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런 견해는 분명 현실적이며, 그리고 중앙은행이 잠재 결과들의 전반적인 확률분포를 유념할 때 전망 기반 정책들을 분석하는 방식이 문헌에서 보다 많은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가령, Svensson, 2004a). 그러나 되풀이하자면, 그린스펀이 신봉했던 정책 틀은 상당부분 전망 기반 접근과 유사하다. 사실 이것은 유력한 경제적 결과만이 아니라 불가능한 경제적 결과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의 전망 능력과 리스크 평가 능력을, 단지 평균적인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보다 단순한 전망 기반 접근보다 한층 더 요구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본인은 오늘 여기서 단순 피드백 정책과 전망 기반 정책의 상대적인 장점들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대다수 중앙은행들이 전망 기반 정책에 보다 크게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최근 수년간은 그 결과가 대체로 양호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이는 무엇보다 대다수 경제가 저인플레와 전반적인 경제 안정을 향유하고 있는 데서 입증된다. 적어도 이런 좋은 실적이 지속되는 한, 단순 피드백 접근은 일종의 ‘캐치 22’(Catch-22)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성공의 실적을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이런 접근을 도입하길 꺼릴 것이다. 그러나 일부 중앙은행들이 단순 피드백 정책에 의존하기 시작하지 않는 이상, 이런 접근을 지지할 현실의 증거는 계속해서 축적되지 못할 것이다. (본인은 이처럼 개선된 실적이 단지 모델링이나 전망 관련 기술 개선 때문만이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정책결정가들 스스로 인플레를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인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제한적인 재량성”(constrained discretion)으로 불리는 바의 틀은 인플레 기대를 통제(anchoring)하는 한편 정책결정가들에게 단기적인 교란에 반응할 수 있는 다소간의 여력을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인 안정을 제고시켰다(Bernanke, 2003). 억제된 재량이란 단기 안정화 정책은 인플레가 낮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에 의해 억제돼야만 한다는 구상을 의미한다. )유연성과 커뮤니케이션이미 과거 여러차례 본인은 중앙은행의 분명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의사소통)이 효과적인 통화정책의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Bernanke, 2004). 따라서 여기서는 단순 피드백 정책과 전망 기반 정책간의 차이가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가치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과 정책 유연성간의 관련성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과 투명성은 무엇보다 통화정책의 효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민간 부문의 기대가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로 인해 매우 중요하다. 통화정책이 제공한 경제적 부양 효과는 대부분 장기 금리에 의존하는데, 이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미래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예상하는 바에 의해 대체로 결정된다. 전반적으로, 중앙은행이 대중에게 정책의 진화 가능 경로(혹은 정책 결정이 기반하고 있는 원리)에 대해 보다 많은 지침을 제공할수록, 시장 참가자들이 적절한 추론을 내릴 기회가 더 커지고, 따라서 장기 금리가 통화정책 위원회의 전망과 목표와 부합되는 방식으로 움직일 확률이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본인의 논의는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의 수혜가 당초의 정책 접근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미 지적했다시피, 중앙은행이 상대적으로 판단의 여지가 제한된 가운데 단순 피드백 정책을 준수하면, 민간 부문이 미래 정책 조치를 추론하는 데 따른 문제는 크게 단순화된다. 이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주된 임무는 단순 피드백 정책에서 명시된 거시경제 변수들을 예측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상당히 정확하게 정책 과정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 피드백 정책을 활용할 때에는, 정책결정가들이 단순 피드백 관계의 처방에서 크게 이탈한 결정을 내릴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앙은행의 포괄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대조적으로 전망 기반 접근 하에서는 대중이 대체로 정책의 가능한 경로를 추론하기가 한층 어려워 질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 정책 계획은 복잡한 방식으로 정책결정가들의 전망, 리스크 평가, 그리고 목표에 의존할 것이며, 대중은 일정한 지침없이는 정확하게 추론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망 기반 접근을 취한 중앙은행에게는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사실 이런 접근은 연준을 비롯해 대다수 동시대 중앙은행들이 취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결론은 현대 중앙은행의 역할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정책 유연성간의 관련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 때때로 중앙은행의 전망과 계획, 그리고 목표에 대해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정책결정가들의 미래 선택을 사실상 제한함으로써 정책 유연성을 제한하게 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만약 현재 연방기금 금리가 통화 차원의 부양이나 제약의 정도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런 주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즉 특정 순간 가솔린 페달의 위치가 운전자가 자동차에 가하는 힘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런 경우 중앙은행의 발언은 단지 미래 정책 옵션을 제한시킬 뿐이다. 자동차 여행시 사전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 당초 계획과는 우회로를 택할 유연성을 제한시키듯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확인한 것처럼, 자동차 비유는 적절하지 못하다. 통화 정책은 대체로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특히 민간 부문의 기대, 따라서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작동한다. 결국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는 경우 진정한 정책 유연성을 창출하지 못하고, 단지 주어진 정책 대응이 효력을 미칠 능력이나 그 예측가능성을 줄이게 된다. 통화정책을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지금 연준이 취하고 있는 전망 기반 접근 하에서는, 중앙은행 측에서의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이 본질적이다.참고 문헌Bernanke, Ben (2003). " 'Constrained Discretion' and Monetary Policy," speech before the Money Marketeers of New York University, New York, New York, February 3. http://www.federalreserve.gov/boarddocs/speeches/2003/20030203/default.htm Bernanke, Ben (2004). "Central Bank Talk and Monetary Policy," speech before the Japan Society, New York, New York, October 7. http://www.federalreserve.gov/boarddocs/speeches/2004/200410072/default.htm Fracasso, Andrea, Hans Genberg, and Charles Wyplosz (2001). How Do Central Banks Write? An Evaluation of Inflation Targeting Central Banks, International Center for Monetary and Banking Studies (Geneva) and the Center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London). Greenspan, Alan (2004). "Risk and Uncertainty in Monetary Policy," remarks at the Meetings of the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San Diego, California, January 3. Kozicki, Sharon (1999). "How Useful Are Taylor Rules for Monetary Policy?" 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 Economic Review, Second Quarter, pp. 5-33. Levin, Andrew, and John Williams (2003). "Robust Monetary Policy with Competing Models," 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vol. 50, pp. 945-75. McCallum, Bennet (1988). "Robustness Properties of a Rule for Monetary Policy," Carnegie-Rochester Conference Series on Public Policy, vol. 29, pp. 173-203. McCallum, Bennett, and Edward Nelson (2004). "Targeting versus Instrument Rules for Monetary Policy," Carnegie Mellon University an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unpublished manuscript, February. Orphanides, Athanasios and John Williams (2002). "Robust Monetary Policy Rules with Unknown Natural Rates,"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no. 2, pp. 63-118. Reifschneider, David, David Stockton, and David Wilcox (1997). "Econometric Models and the Monetary Policy Process," Carnegie-Rochester Conference Series on Public Policy, vol. 47, pp. 1-37. Sims, Christopher (2002). "The Role of Models and Probabilities in the Monetary Policy Process,"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no. 2, pp. 1-62. Svensson, Lars (2001). "Requiem for Forecast-Based Instrument Rules," unpublished manuscript, Stockholm University and Princeton University, April. Svensson, Lars (2003). "What is Wrong with Taylor Rules? Using Judgment in Monetary Policy through Targeting Rule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l. 41, pp. 426-77. Svensson, Lars (2004a). "Optimal Policy with Low-Probability Extreme Events," unpublished manuscript, Princeton University, May. Svensson, Lars (2004b). "Targeting Rules versus Instrument Rules for Monetary Policy? What Is Wrong with McCallum and Nelson?" unpublished manuscript, Princeton University, August. Svensson, Lars (2004c). "Monetary Policy with Judgment: Forecast Targeting," unpublished manuscript, Princeton University, September. Taylor, John B. (1993). "Discretion versus Policy Rules in Practice," Carnegie-Rochester Conference Series on Public Policy, vol. 39, pp. 195-214. Taylor, John B., ed. (1999). Monetary Policy Rule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for the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illiams, John C. (2004). "Robust Estimation and Monetary Policy with Unobserved Structural Change," Federal Reserve Bank of San Francisco working paper 2004-11. <以上>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사진
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