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20일 저스틴 민이 영화 ‘흐르는 여정’으로 첫 한국 장편에 도전했다
- 저스틴 민은 입양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는 민준을 연기했다
- 저스틴 민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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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연기에 열 배 노력·김혜옥과 첫 호흡…"한국은 제2의 고향"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아티스트로서 저의 목소리를 찾고 싶었고, 그건 결국 제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저스틴 민이 영화 '흐르는 여정'을 통해 첫 한국 장편영화에 도전했다.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온 민준을 연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에서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저스틴 민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첫 한국 영화로 선택하기에 좋은 작품이었다"며 "작품과 촬영팀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아름다운 강릉에서 촬영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유 감독이 연출한 '흐르는 여정'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던 춘희(김혜옥)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저스틴 민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지휘자 민준 역을 맡았다.
저스틴 민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민준의 이야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작업하기를 기다리면서 여러 시나리오를 읽었지만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없었다"며 "'흐르는 여정'은 이야기와 캐릭터에 바로 매료됐고, 특히 민준의 이야기에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민준은 독일에서 왔지만 한국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저 역시 과거 한국에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며 "그런 감정이 무엇인지 알기에 민준의 이야기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서사에도 매력을 느꼈다. 저스틴 민은 "영화는 세 인물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관계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분명히 희망과 밝은 감정도 있다"고 밝혔다.
민준을 표현할 때는 입양인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민준이 독일에서 양부모의 충분한 사랑과 돌봄을 받으며 성장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저스틴 민은 "미디어에서는 입양인이 생부모를 찾는 모습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며 "민준이 한국에 온 것은 생모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에는 제 안의 어떤 모습이 조금씩 담겨 있다"며 "민준을 연기할 때는 그의 낙관적인 성격과 회복탄력성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민준은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작품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한다. 저스틴 민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 민준을 통해 가볍고 재미있는 순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야기 자체가 무겁고 슬프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무거운 감정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삶에서도 힘든 일이 있다고 하루 종일 슬퍼하기만 하지는 않지 않나. 그런 모습을 민준에게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한국에서 성장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이 대사뿐 아니라 옷차림과 행동에서도 드러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감독님과 헤어스타일, 의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민준이 한국에서 자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말을 하기 전부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인물이라는 점이 느껴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민준이 막걸리를 마시는 방식에도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저스틴 민은 "막걸리를 마시는 설정은 원래 대본에 있었지만 와인잔에 따르거나 빨대를 꽂아 마시는 모습은 제가 제안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성장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현지 문화도 공부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건배할 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본다는 내용을 접해 민준의 행동에 적용했다"며 "성찬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 박수 대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격려하는 모습도 독일 문화에서 착안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캐릭터를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저스틴 민에게 한국어 연기 역시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일상적인 대화와 달리 연기에서는 언어 자체에 신경을 쓰느라 감정 표현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
저스틴 민은 "영어로 연기할 때는 어떤 단어를 말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인물의 의도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로 연기할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부터 신경 쓰게 됐다"며 "영어 대본으로 연기할 때보다 열 배 정도 더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상대 배우인 김혜옥과의 호흡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평소 김혜옥의 팬이었던 그는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에 부모님도 기뻐했다고 전했다.

저스틴 민은 "오랫동안 김혜옥 선생님의 팬이었다. 한국인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처음이었다"며 "촬영 내내 저를 챙겨주셨고, 장면 안에서 실제로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감정을 받아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저를 위해 어머니의 모습으로 함께해 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강릉에서의 촬영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면 주로 서울에 머물렀던 만큼 해안 도시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새롭게 다가왔다.
저스틴 민은 "강릉은 촬영하면서 처음 가봤다. 제가 로스앤젤레스(LA) 출신이라 바다 가까이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숙소에서 30초만 걸어 나가면 바다가 있었다"며 "아침마다 바닷가를 걸었던 기억이 좋았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하나의 큰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서의 촬영은 현장 운영 방식에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전반적으로 준비가 잘돼 있고 촬영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대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면서도 "결국 영화를 만드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다. 예술과 영화는 보편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촬영하든 집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려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애정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배우로 활동하며 느꼈던 고민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할리우드에서 여러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에서는 우리를 위해, 우리에 의해 쓰인 이야기를 연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고정관념을 계속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작품을 선택할 때도 전형적인 아시아계 인물의 모습에서 벗어난 역할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경험과 달리 최근에는 한국이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저스틴 민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 자주 오면서 더 편안해졌다"며 "이제는 자주 가는 식당과 카페, 박물관 등 저만의 일상적인 루틴도 생겼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출연 이후 높아진 국내 인지도도 실감하고 있다. 그는 "'데블스 플랜' 이전에는 한국 팬들이 주로 '엄브렐러 아카데미'나 '애프터 양'으로 저를 알아봐 주셨다"며 "프로그램 출연 이후 한국행 비행기에서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보셔서 신기했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저스틴 민은 "이상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에서 절반씩 활동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일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그래도 한국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영화인으로는 이창동·봉준호·나홍진 감독과 배우 박정민 등을 꼽았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서는 "천재적인 능력이 있지만 내면의 고통을 겪는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