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면 다당제로 가야"
한국 정치의 궤도 이탈이 심각하다. 이념, 세대, 젠더 등 각 분야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로막는 극단적 상황에 처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팬덤 정치가 횡행하면서 극단적인 진영의 대결 정치로 치닫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해법이 절실한 상황에서 뉴스핌은 정치 원로와 국회의원, 전문가들을 모시고 정치 양극화 실태를 분석, 해법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소장파 국회의원들은 극단적인 진영 정치는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한 확증 편향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확증 편향은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자신 믿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심리 현상이다.
소장파 의원들은 정치권이 다양한 목소리를 더 듣고 정치에 반영하려면 양당 체제를 깨고 다당제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이달 11일 방송된 KYD 뉴스핌TV 특별기획 '국가 리스크된 정치 양극화, 어떻게 풀 것인가'에 출연해 "예전에는 시민단체들이 정치와 결합하며 갈등을 증폭시켰다면 지금은 SNS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국회의원도 "최근 들어 SNS를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며 "쉽게 말해 개딸과 태극기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하람 의원은 "실제로는 국민 1%도 안 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들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며 "이들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당내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진영 정치가 비겁한 정치고 나쁜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그 원인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리려는 시도에는 동의하지 않고 자기 정치에 몰두한 일부 정치인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치양극화 소장파 대담 1부 내용이다.
- (박서영 기자, 이하 박 기자) 최근 우리 정치가 궤도를 많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 주요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여야가 극단적인 진영 대결로 치닫다 보니 이른바 팬덤 정치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념·세대·젠더 등 각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해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쏟아집니다. 그래서 뉴스핌이 특별기획을 준비했습니다.
국가 리스크가 된 정치 양극화, 어떻게 풀 것인가? 오늘은 소장파 의원님들을 모시고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갈등 공화국이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 양극화 원인과 실태, 그리고 해결 방향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상욱 의원) 저는 진영 정치가 비겁한 정치, 나쁜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리려는 시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말 그대로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진영 정치는 일부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에 몰두하면서 공심 없이 허위, 선동, 혐오를 통해 갈등을 조장한 결과라고 봅니다. 상대를 공격하고 분열을 조장하면서 내 진영을 강화하려는 적대적 공생의 정치,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또 흔히 보수와 진보를 진영으로 구분하지만, 사실 그것도 비상식적이고 정확하지 않습니다. '보수'와 '진보'는 기능적인 개념이지, 진영으로 싸우는 개념이 아니거든요. 따라서 이런 구도가 만들어진 건 무책임하고 비겁한 정치인들의 갈라치기와 선동의 결과입니다. 결국 정치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민들께서도 이런 비겁한 정치를 기억하시고 선거에서 표로써 단호하게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소희 의원) 저도 요즘 정치 양극화의 뿌리가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수·진보 대립은 역사적으로 분단과 안보 인식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주적'으로 보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계를 풀 수 있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 시각 차이에서 시작된 것이죠.
여기에 젠더 갈등이나 세대 갈등은 또 다른 층위에서 생겨났습니다. 예전에는 시민단체들이 정치와 결합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는 측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SNS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를 떠올려 보면, 환경 문제를 두고도 정치적 대립으로 번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전력망 구축 같은 국가 인프라 문제조차 이념 대결로 흘러가면서 사회 전체가 상처를 입었죠.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회 안전 문제로 접근했어야 하는데, 결국 정쟁화되면서 본질을 놓친 겁니다. 결국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뒤로 밀리고 양쪽 진영이 싸우기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이런 점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 기자) 결국 모든 이슈가 정쟁화하는 문제라는 말씀이시네요.
▲ (김소희 의원)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들, 시민단체, 노동단체, 각종 조직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에는 거기에 SNS까지 결합되면서 갈등의 폭이 훨씬 커졌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다른 두 분 의원님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다들 세대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니까요.
▲ (천하람 의원) 정치인은 늘 문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다만 정치인이 완전히 공익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고, 특정 유권자층을 겨냥해 지지를 얻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SNS를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쉽게 말해서 '개딸'과 '태극기 세력'입니다. 두 집단 모두 실제로는 전체 국민의 1%도 안 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큽니다.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당내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기 어렵고, 지도부에 진입하기도 힘든 구조가 된 거죠.
예를 들어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나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 모두 이런 강성 지지층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소수의 극단적 팬덤이 당을, 나아가 정치 전체를 쥐고 흔드는 겁니다. 조용한 다수의 국민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정치를 움직이는 건 오히려 이 작은 집단들이 돼버렸습니다. 정치인들도 이 구조를 이용하게 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봅니다.

- (박 기자) 지지 그 자체는 괜찮지만 그것이 당의 주요 의사결정까지 좌우한다면 문제가 생기죠.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정청래 대표에 대한 비판이 나왔는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런 팬덤 정치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김상욱 의원)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국가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의사를, 정당의 민주주의는 당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원들의 뜻을 무시하고 지도부나 중진의 결정만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오히려 반민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수 강성 지지층이 당을 왜곡하는 건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원 참여를 줄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정당이 존재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처럼 양당 구도에서는 소수의 목소리, 특히 중도층의 목소리를 담기 어렵습니다. 결국 정당의 다양성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담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 기자) 국민의힘에서도 '윤 어게인 세력'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많습니다. 팬덤 정치에 대한 의원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김소희 의원) 민주당의 '개딸' 세력에 비하면 국민의힘의 '태극기 세력'은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팬덤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당내 선거에는 영향을 줍니다. 저는 정치인에게 어느 정도 '팬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성과 지지를 받는 건 좋은 일이지요. 문제는 지금의 팬덤이 감정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반대하면 무조건 적"이라는 인식이 생겼어요. 그 감정이 과격해져서 문자 폭탄이나 온라인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참여층만 정치에 영향력을 갖게 되고, 조용한 다수의 국민은 오히려 배제됩니다.
이런 구조는 맘카페나 인플루언서 문화의 병리현상과도 비슷합니다. 정치도 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거죠. 결국 다양한 생각이 반영될 수 있는 정치 구조, 즉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요.
그리고 저희 당 역시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홍이 컸습니다. 윤 어게인 세력과의 관계, 절연 여부를 놓고 지금까지도 내부 갈등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거든요. 이 과정에서 저희도 깨달았습니다. '우리 안에도 강성 지지층이 있구나.' 이들을 어떻게 안고 갈지 혹은 새롭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해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박 기자) 이야기 나온 김에 SNS에서 퍼지는 가짜 뉴스 문제도 같이 짚고 가죠. 세 분 모두 피해나 경험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이 폐해를 체감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 (천하람 의원) 정말 많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분들을 만나는데 그분들이 하시는 이야기 중에 저도 처음 듣는 얘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자분이 "요즘 천하람 의원 왜 민주당 비판하느냐"며 근거를 말씀하시는데, 찾아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쪽에서도 '부정선거론'이나 '이준석 화교론' 같은 이야기를 실제로 믿는 분들이 계세요. 이건 결국 SNS 알고리즘의 문제입니다. 본인이 자주 보는 콘텐츠만 계속 추천받으니까 생각이 점점 편향됩니다.
문제는 각 정당이 이런 구조를 오히려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거예요. 예전엔 정당 지도부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부분 반영했는데 지금은 '당원 100% 투표'로 바뀌었거든요. 민주당은 권리당원 비율을 높이고,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극단적 1%의 영향력이 당 전체를 흔드는 꼴이 되는 거죠. 이건 말 그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입니다.

▲ (김상욱 의원)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최근 민주당에서 추진한 권리당원 1인 1표제가 바로 그런 논의의 대상이었죠. 당원들 사이에서도 '좋다'는 의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가면 오히려 편향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실제로 시행이 연기됐습니다. 당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저는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당원들이 처음엔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경험을 통해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이죠. 최근에는 당내 토론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의원들이 당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성숙한 형태의 '당원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거라 믿습니다.
- (박 기자) '국가 리스크가 된 정치 양극화,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 분 의원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깊이 있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세 분 모두 오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