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고갈 유·가스전에 CO₂ 주입…고정형 대비 비용 25% 절감
블루수소·암모니아 연계 '해상 탄소중립 클러스터' 구축도 구상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현대건설이 선박처럼 바다에 띄워 이산화탄소(CO₂)를 저장하는 '부유식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개발에 나선다. 동남아시아의 고갈된 해양 유·가스전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영구 격리하는 기술로, 글로벌 탄소 감축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다.
14일 현대건설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동남아시아 분산 CCS 저장소 운영을 위한 순차 이전 확장형 부유식 CCS 시설 및 CO₂ 주입 개념·기본설계 기술 개발'에 대한 협약을 13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책 과제에는 총 42개월간 58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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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가스전 전경 [제공=한국석유공사] |
이번 연구는 현대건설이 총괄 주관하며 한국석유공사, 미국선급협회(ABS), 서울대학교, 인도네시아 국영석유공사 산하 페르타미나 대학교 등 8개 민·관·학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CCS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 깊은 곳에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해양 CCS는 해저에 고정된 구조물과 파이프라인으로 CO₂를 주입해왔다. 하지만 동남아처럼 저장소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경우, 이동이 가능한 부유식 설비가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월등하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선박형 부유체는 물론, 세계 최초로 특수 콘크리트로 제작해 바다에 띄우는 새로운 형태의 CO₂ 주입 시스템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 고정형 방식 대비 인프라 구축 비용을 최대 25%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은 기본설계승인(AIP)까지 확보해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부유식 CCS 기술은 블루 수소·암모니아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수소·암모니아 생산 시 발생하는 CO₂를 해상에서 곧바로 포집·저장하는 인프라가 갖춰지면 생산부터 이송까지 전 과정의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향후 부유식 수소 생산, 해상 암모니아 합성 설비 등을 아우르는 '해상 탄소중립 클러스터' 구축까지 구상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부유식 CCS는 해상 토목과 플랜트 분야에 강점을 가진 현대건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라며 "성공적으로 기술을 확보해 국내에서 포집한 탄소를 해외로 보내 저장하는 '국경 통과 CCS' 사업의 물꼬를 트고, 글로벌 탄소 감축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2022년부터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등과 협력해 고갈 유·가스전을 활용한 CCUS 연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부터는 국내 최초의 CCS 상용화 사업인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의 사전 기본설계에도 참여 중이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