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추진에 정치권도 '부자 감세' 지적
회사는 상장 이유로 글로벌 사업 확장 내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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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구강건강 제품 '이가탄'으로 잘 알려진 명인제약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자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을 넘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탄탄한 실적과 보수적인 재무구조로 비상장 제약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알짜 기업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상장 명분과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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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제약 사옥 전경 [사진=명인제약] |
30일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 4월 말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주관사는 KB증권이며, 예심 통과 이후 이르면 올 4분기 중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아직 예심 통과 전이라 자금 조달 이후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이르다"면서도 "회사의 주요 매출원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인 만큼, 이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파트너사들과 손을 잡으려면 주요 검증 요건 중 하나인 상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972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구강건강 제품 '이가탄'과 변비약 '메이퀸' 등 인지도가 높은 대표 품목을 기반으로 시장 입지를 다져왔다.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지난해(2024년) 연결 기준 매출 2694억원, 영업이익 927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했다. 전년(2023년)에도 매출 2423억원, 영업이익 836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 비율 또한 16%에 불과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평균 부채 비율이 30%를 넘는 점을 고려할 때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2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익잉여금은 5332억원에 달했다. 외부 자금 없이도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장이 가능한 수준의 현금창고를 보유한 셈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상장 추진 배경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지분 승계를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지분 66.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인 두 딸의 지분까지 합치면 총 지분은 95.3%에 달한다. 이 회장은 올해 1949년생(76세)으로 두 딸인 이선영 씨와 이자영 씨에게 지분 증여를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 자산의 가치가 내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산정돼 증여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자산이 많고 이익이 크면 평가가치가 실제보다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상장 이후 증여를 할 경우 주가를 낮게 형성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장 후에는 지분을 일부 매도하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아 세금을 내는 방법도 있다.
상장사 중 명인제약의 피어그룹(비교그룹)으로 거론되는 환인제약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에 수준의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기준 시가 총액은 2265억원이다. 반면 이 회장이 지난해 6월 재단법인 명인다문화재단을 출범할 당시 책정된 명인제약의 기업가치는 주당 평가액 5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5600억원으로 평가된다.
명인제약을 향해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던 경영 승계 포석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명인제약 사례를 언급하며 '부자 감세'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명인제약이 40년 동안 비상장사로 운영하다가 승계를 할 때가 되니 상장을 추진한다"며 "상장사는 주가로 평가해 세금을 내는데, 상장을 통해 주가를 누른 다음에 증여세를 내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도 오너의 고령, 높은 이익잉여금 규모, 상장 시점 등을 감안할 때 승계 목적의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명인제약이 오랜 기간 쌓아온 재무 건전성과 실적 안정성을 감안하면 상장의 명분 자체는 충분하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이에 명인제약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회사가 하고 있는 사업 분야를 확장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명인제약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IPO를 추진했다가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자진 철회한 바 있다. 한동안 위축됐던 제약·바이오 IPO 시장이 올해 들어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명인제약을 포함해 마더스제약과 삼익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확대와 글로벌 사업 진출 등을 이유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