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기자수첩] 환자에게 사직은 없다

기사입력 : 2024년03월25일 06:22

최종수정 : 2024년03월25일 06:22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사태가 너무 아프고 두렵지만 저희는 힘이 없습니다"

이달 초 취재가 목적임을 밝히고 참여한 서울 유력 상급종합병원의 난치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화방에서 나온 말이다. 이 방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가 넘는 글이 오간다. 보호자들은 매일 검진 예후를 서로 봐주며 효과가 좋은 약, 병원을 공유한다. 잠깐 눈을 뗀 사이에도 가득 쌓인 글을 훑어보면 살가운 대화 속에서도 눈물 섞인 한탄이 흘러나오기 일쑤다.

송현도 사회부 기자

최근 대화방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의대정원 사태로 불거진 의료 공백이다. 특히 그간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의 빈자리를 지탱하고 있던 교수들 역시 집단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우려섞인 목소리가 부각됐다. 교수들의 사직으로 의료 체계 붕괴의 최종 한계가 정해졌다는 불안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에서 인터뷰 대상을 찾아 기사로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이들은 병 앞에서 철저한 '을'이기 때문이다. 목숨 걸고 수술대에 누워 주요 장기를 절제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 앞에서, 환자들은 몇 달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 수술에서 행여나 의사들에게 잘못 보이지는 않을까 눈치를 봐야 한다. '우리는 힘이 없다'는 거절과 그럼에도 '병원 상황을 잘 전달해 주기 바란다'는 당부 사이에서 걸맞은 답을 하지는 못했다.

"중요한 본질은 내 밥그릇을 위한 것입니다.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습니다."

의대정원 사태 초기, 반대 집회 단상에 올라온 한 사직 전공의의 발언이다. 이 말마따나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기점으로 촉발된 의사단체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 밑에는 결국 의사의 밥그릇이 놓여있다.

정원이 정해진 직군에서 증원에 따라 개개인의 몸값이 내려간다는 우려가 일견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예로 정원이 2만여명을 넘어선 간호계에서는 "근무 여건은 개선하지 않으면서 증원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온다. 취재 중 만난 한 중간 연차 간호사는 "빠져나가는 간호인력을 저연차 증원으로 메꾸다 보니 간호사가 병원에게는 값싼 소모재로 쓰이는 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과연 본질이 진정 '밥그릇'인지는 의문이 존재한다. 처우 개선과 별개로 간호대 정원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확대돼 16년 사이 약 2배 증가했다. 정부는 이에 더해 2025년부터는 간호대 증원 규모를 1000명 늘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간호인력 증원 필요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통된 인식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 수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처우 개선과 함께 간호 인력의 확충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사 인력 부족 역시 간호 인력만큼이나 의료 현장이 절실히 느끼는 본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다. 고질적인 필수·기피학과 부족 현상에 겹쳐 지역 의료현장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가 체계 개편·업무 강도 조정과 함께 증원 논의는 필요하다. 특히나 의대 증원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이며 심지어 의약분업 사태로 기존 정원에서 351명을 감축했던 것을 감안하면 증원을 놓고 '승자독식' 대치를 벌이기보다는 그 수에 초점을 두고 협의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정부-의사단체의 대화 없는 '강대강' 대립은 장기화 조짐을 보여왔다. 앞서 정부가 '조정 없는 증원 계획', '예외 없는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이란 강경한 입장을 내놓자 의료계 주요 인사들은 연이어 강성 발언으로 맞불을 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 차기 회장 후보 최종 2인 중 한명인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일전의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는 발언에 이어 최근에는 정권 퇴진 운동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진척 없이 자극적인 발언이 난무하는 사이에 정작 의료 서비스 논의의 대상인 환자들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앞서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이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도 수많은 환자가 암 진단만 받은 채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하고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며 "의사들도 정부도 논의하겠다는데 간절하면 잠을 왜 자느냐, 밤을 새워서라도 회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누군가 밥줄이 끊길 것을 걱정할 때 누군가는 생명줄이 끊길 것을 걱정한다. 잇따른 사직 행렬이 비운 의료 현장은 불안과 걱정만 가득하다. 환자에게 사직이란 선택권은 없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대한은 생존에 대한 의지뿐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환자방은 "고비를 잘 넘기자"는 의지 섞인 대화가 오간다. 그들의 의지가 체념으로 바뀌는 시점이 진정 의료 붕괴의 시작이다.

지난 24일 대통령실은 당초 26일 적용하기로 예정됐던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연기하고 의사단체와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강경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고 협의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의사단체는 소모적인 논쟁을 거두고 대화를 통해 의료의 본질인 환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doso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힘 대선후보 김문수 56.53% 득표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당직자들과 손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5.05.03 photo@newspim.com   2025-05-03 17:28
사진
李 파기환송심 서울고법 재판장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지 하루 만에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을 맡을 재판부와 첫 공판기일이 정해졌다. 서울고법은 2일 오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배당했다. 또 이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소환장 및 기일통지 발송에 이어, 집행관 송달을 촉탁했다. 집행관 송달은 우편송달이 되지 않을 때 진행하는 특별송달이다.  서울고법의 선거사건 전담 재판부는 형사2부, 6부, 7부 3곳인데 이 후보의 기존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6부는 배당 대상에서 제외됐고 6부의 대리 재판부인 형사7부에 배당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이재권 재판장, '민주당 돈봉투' 등 사건 맡아 해당 재판부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만 전 의원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전 보좌관 박용수 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밖에 폐수 불법 배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전 부부장 검사) 사건도 맡고 있다. 해당 재판부는 이재권(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와 박주영(33기)·송미경(35기) 고법판사로 구성됐다. 재판장은 이 부장판사가, 주심은 송 고법판사가 맡는다. 이 부장판사는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제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행정법원 판사, 제주지법 부장판사,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2005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2006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판사, 2021~2024년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용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2010년~2012년에는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로도 근무했다. 박 고법판사는 서울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서부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올해 2월 서울고법에 부임했다. 송 고법판사는 부산서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2006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남부지법 판사, 부산지법 판사, 인천지법 판사 등을 거쳐 2022년 2월부터 서울고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인 2019년~2022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첫 파기환송심 15일...李 불복 뒤 재상고 가능성 커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 이날 사건이 배당된 지 약 한 시간 만에 재판부가 기일을 지정하면서 이 후보 사건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후보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것으로 보여 오는 6월 3일 대선 전 최종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 전합은 전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한 발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의 압박 내지는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에 해당해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하위직이라서 몰랐다는 발언과 함께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출장은 같이 갔지만 함께 간 해외줄장 기간에 골프를 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그런데 피고인은 김씨 등과 함께 간 출장 기간에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이므로 이 발언은교유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다'는 취지의 발언과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은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은 이를 뒤집을 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시되지 않는 이상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후보에 대한 추가 양형 심리를 거쳐 유죄를 선고하게 된다. 이 후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은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shl22@newspim.com 2025-05-02 18:5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