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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비상 경영".. 한국 배터리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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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필요한 시기

[서울=뉴스핌] 이강혁 산업부장·부국장 = "비상경영이죠. 아마도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배터리 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한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아요. 어느새 그룹 내에서 리스크 요인이 되어 버려 안타깝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 기업 관계자의 설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반도체만큼 핫했던 배터리 업계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표면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광물가격 등락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생산을 줄이니 연결되는 배터리 물량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주요 광물가격도 하락하면서 이익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져 버렸다.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산업부장 겸 부국장).

한국 배터리의 악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배터리 자급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보조금 축소 가능성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시기다.

고전하는 한국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전반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국의 움직임은 조금 낫다. 중국도 작년 하반기부터 리튬 등 광물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작년 한 해 배터리 수출은 86조원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량 중 83% 가량이 전기차용이라고 한다.

한국 배터리의 침체기 속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 침체의 늪은 더 깊고 더 오래 갈 수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의 한국 배터리가 중국 추격에 옛말이 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라고도 했다.

중국은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 걸까.

우선 기술력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의 배터리 기술력은 이미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CATL 등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위기 속에서도 선전 중이다. 기술력이 그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생산 능력면에서 중국은 세계 1위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 배터리가 한국 배터리보다 한 수 위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저렴한 가격의 배터리 생산으로 이어지는 바탕이 된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 전략산업으로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한국 배터리에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대표주자들의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고 중국보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다소 우위에 있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능력에서도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해외 진출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생산공장을 짓고 해외 기업들과도 협력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중국의 사례처럼 이제 남은 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한국 정부의 배터리 분야 지원 의지는 상당히 높지만 현업에서 피부로 느끼는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정부도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세제지원 등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단기적으론 세액 공제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직접환급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내 연구개발 투자는 계속돼야 하는데 반도체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의 세제 혜택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이미 해외 주요국은 투자세액공제에 대해 현금 지급, 제3자 양도 등을 허용하고 있다. 배터리 업종 특성상 이익 발생 시점까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등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확보전략을 정부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의 초격차 확보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부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향후 20년간 배터리 전문인력 10만명 수준을 확보하는 것도 정부가 뒷받침 해줘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저가 배터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지금은 위기다. 하지만 기회도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의 지원이 곁들여져 한파가 길지 않게 끝나길 바란다. 

ikh665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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