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재판부-이민걸·이규진 등 재판부 같아
"혐의 중복돼 예단가능성…증인신문은 추후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중단됐던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재개되는 가운데 임 전 차장의 사건과 이민걸(59·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의 사건을 함께 맡고 있는 재판부가 향후 '사법농단' 재판 일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장판사와 이규진(58·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재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9 mironj19@newspim.com |
이날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이 부장판사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임 전 차장에 대해 증인신문 기일을 추후지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형사32부는 형사36부를 겸하고 있다. 형사36부는 지난 2018년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기소 이후 법원이 증설한 3개 재판부 중 한 곳으로 임 전 차장의 재판부이기도 하다.
이에 재판부 입장에서는 임 전 차장을 피고인으로 심리하면서 또 다른 재판에서는 임 전 차장이 증인으로 진술한 내용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윤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미룬 이유에 대해 "임종헌 피고인 사건과 이규진·이민걸 피고인 사건의 경우 특히 통진당 소송개입, 인사모 와해 부분 등 공소사실이 중복된다"며 "중복되는 공소사실에 대해 임종헌 피고인 사건에서는 현재까지 전혀 심리가 되지 않은 상태인 반면 이 사건에서는 상당 분량 서증조사를 마쳤고 주요증인에 대한 신문도 어느정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32부는 중복되는 공소사실에 대해 자연스럽게 심증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태지만 형사36부를 겸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 예단 없이 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을 구했다.
이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재판부 말씀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 진행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기에 이 사건에서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임종헌 피고인의 사건은 현재 부동의한 증인만 200명이 넘고 아직까지 절차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며 "그 사건과 별개로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리시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양측에서 이에 대해 추가로 검토한 뒤 의견서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통진당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해당 재판부에 행정처 의견을 전달해 재판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등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소모임을 와해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 전 상임위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연구회 모임 일정이나 참석자 발언 등 동향을 파악하고,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으로부터 헌재 내부 동향 등을 보고 받아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 등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대법원은 기소 이후 사법연구 인사발령으로 재판업무에서 배제됐던 이 부장판사에 대해 내달부터 대구고법으로 이동해 사법정책연구원 업무를 맡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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