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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정보의 속도와 인간적인 삶

기사입력 : 2018년08월06일 15:31

최종수정 : 2018년08월06일 15:30

[서울 = 뉴스핌] 김사헌 산업2부장 = 무더위에 세상이 녹을 듯 뜨겁던 주말, 우리 가족은 에어컨을 켠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냉방시설이 잘 구비하지 않은 데다 전기료도 엄청나게 비싸 고생이라는 독일의 소식을 듣는다. 어릴 적 뜨겁던 여름밤이 떠오른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제대로 돌아가는 선풍기도 없어 밤마다 수돗가에서 물을 끼얹던 그 때와 비교하면 불과 한 세대 만에 딴 세상에 온 듯하다.

50도에 가까운 폭염에 고생하는 유럽 현지의 소식을 보자니, 문득 보발이나 파발이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최고 속도였던 19세기와 ‘**톡’으로 실시간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욕먹기 십상인 21세기 사이에 엄청난 속도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렇게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살아가는 방식은 변했다고 하지만, 사람의 인생 속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으니 대조적이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는 얘길 하는데, 이건 내 삶이 그 속도에 견디기 힘들다는 말일게다. 살아온 날의 길이만큼, 그 속에서 체험하고 느낀 만큼 내 삶의 무게와 속도가 형성되는데, 신세대의 가치와 삶의 체험 속도는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다. 

‘20세기 소년’인 필자는 세계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변화라는 ‘인터넷 세대인데,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 때에도 수백 킬로바이트(kb) 속도의 모뎀을 이용했다. 지금은 수 기가바이트(Gb)의 속도로 영화 한 편이 ’휙‘ 소리와 함께 전달되고 실시간으로 상영되니 역시 그 속도가 혁명적으로 빨라진 듯하다. 우리 자녀들은 필요한 정보를 모바일 동영상 채널을 통해 체혐형으로 얻고 있는데, 아직 사고가 ’구식‘인 나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시선을 우리 세대보다 먼 과거 시점으로 돌려보자. 최초의 전보가 등장했던 1844년에는 그 기술이 주는 느낌이 어땠을까. 소식을 파발을 통해, 또 배에 실어 몇날 몇 달을 걸려 전하던 시대에 빛의 속도로 전보가 오는 시대의 속도 차이는 얼마나 크게 느껴졌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자동기계의 발명은 또 어떤가. 증기기관차와 배, 자동차의 라디오의 등장은 지금 우리 세대의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주는 속도와 충격에 맞먹었을 것이다. 

이런 기술의 혁명을 통해 놀랍게도 세계화는 1990년대가 아니라 1870년대에 꽃을 피웠다고 한다. 오히려 21세기 세계 경제는 20세기 초반에 달성했던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화 혁명 이후 망의 사용 속도가 백만 배 이상 빨리진 지금에 말이다. 

물건을 구입하고 돈을 지불하고 맡기고 보내고 교환하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손 안의 모바일 폰에서 순식간에 가상으로 이루어지는 지금에도, 우리 삶의 속도를 결정하는 ‘외부 관계’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1965년 등장한 ‘무어의 법칙’은 집적회로 위의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일종의 물리적인 법칙이었는데, 지금은 세계 전체의 정보 규모가 2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있고 무려 40억명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미래학자들은 전례 없는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면서 이런 변화에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당신의 미래는 없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세계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는 경고는 늘 거짓이었다. 1800년대에도, 1900년대에도 세상의 변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들 했다. 실제로 자동차와 전보로 인해 정보의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빨라지긴 했다. 지금 인터넷이 아무리 빨라졌어도 19세기에 처음 등장한 그런 혁명적인 변화와 비교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보의 영역에서는 그렇다. 자동차와 비행기는 그 보다 오랜 시간의 변화에도 빨리지는 데 한계가 있다. 아직도 인간의 의학으로는 암을 치료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은 심리적이고 생리적인 한계를 지닌다. 물리적인 공간 사이의 정보가 오가고 처리되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체험과 가치 형성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그것이 삶의 속도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유통 대기업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접어버리는 능력 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생리까지 꿰뚫는 혁신 덕분에 단순한 정보와 물리적인 전달의 속도를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발명했다. 이들 기업은 인터넷 혁명으로 설명될 수 없는 성장 모델을 가진다. 아마존은 단순히 강력한 인터넷 소매 유통기업이 아니라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주적’ 기업이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를 지배할 신소매 전략과 핀테크가 강점인 ‘미래에서 온’ 도전자다. 정보의 속도 같은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체험을 지배하는 능력에 방점이 찍힌다. 

수년 전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이 소개되면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과 같은 첨단기술 용어가 현실의 삶에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인터넷으로 여행지를 검색하거나 페이스북에 출장 일정을 올리면 곧바로 모바일폰이나 인터넷 검색창에 항공권과 숙박지 추천과 맛집 정보가 달라붙는지도 어렴풋이 그 원리를 이해한다. 

이제는 혁신적인 유통기업이 인간의 심리까지 꿰뚫는 방식으로 적재적소에 인공지능과 물류센터를 구비해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그 속에 숨은 심리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제는 오프라인와 온라인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그 영역을 더 확장하고, 사람들이 모르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전달해 시장을 창출하고 있기까지 하다. 

인터넷 망으로 전달되는 정보가 인간이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와 양이 된 지금에도 우리 삶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물리적인 전달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간접 경험과 가치 체계에까지 접근하는 새로운 유통기업들은 우리 삶의 속도까지 바꿀 수 있을 듯하다. 

이들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들이 구축한 요새 안에서만 소비하는 바보가 되어 간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인의 경험과 가치의 구축은 새로운 영역으로 남는다. 

한 가지. 아이스크림을 실시간으로 배달시켜 먹을 때 초인종 뒤로 굵은 땀을 흘리며 아이스박스를 건내는 배송 기사의 노고를 생각하고 이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식도 고민하는 것이 신세대 소비 윤리라는 것을 알아야 요즘 삶의 속도와 그 무게를 온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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