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적용하면 가중처벌로 무기징역
일해재단 장세동 직권남용 무죄 전례
청와대-검찰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뉴스핌=이성웅 기자]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을 일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모자'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3인과 범죄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신분을 피의자로 인지해 입건했다. 만약 대통령 기소가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혐의가 사실로 들어날 경우 박 대통령의 형량은 최대 7년 6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검찰이 발표한 기소내용에 따르면 기소된 3인의 혐의는 각각 ▲최순실씨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사기미수 ▲안종범 전 수석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정호성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이들의 혐의 중 검찰이 박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보는 항목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행위와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이다. 각 혐의는 모두 최대 법정형이 5년이다.
다만, 여기서는 형법상 '경합범 가중'의 원칙을 적용받아 징역 15년이 아닌 최대 7년 6월까지 선고 가능하다. 경합범 가중의 원칙은 각 범죄의 법정형을 모두 더한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아닌 가장 형량이 무거운 죄의 형량을 2분의1 가중해 선고하는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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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시도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이영렬 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 검찰은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문제는 혐의가 더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박 대통령은 공무상 비밀누설 외에도 군사기밀 누설도 공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면 시나리오도 최씨에게 미리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 속에는 우리 군과 북한 국방위원회가 3차례에 걸쳐 비밀 접촉했다는 정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기밀 누설죄의 경우 형법상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어 다른 혐의보다 형량이 무겁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여부도 여전히 쟁점이다. 검찰은 최씨에게 넘어간 문서들이 완성본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앞서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에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에게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찌라시 사건' 때는 완성되지 않아도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주장해놓곤, 이번 사건에서는 반대 입장을 취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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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일각에선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입증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웅산 폭발사고 유가족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일해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은 재벌들에게 기부금을 요구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무법인 위민 소속 김남근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번 사건에서 경제수석을 맡았던 안 전 수석의 경우 문화재단 관련 모금은 권한을 벗어난 사안이라 남용이 아닌 월권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대통령은 모든 부분에 대해 권한이 있어 직권남용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이 제3자 뇌물수수로 바뀔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재단 모금 과정에서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1억원 이상 수수했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문제는 직권남용을 적용해서 기금을 내놓은 재벌들을 피해자로 보는 시각이다"라며서 "재벌들이 기금을 내놓으면서 세무조사 무마나 검찰조사 무마 등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까지 박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으로 보호받고 있어 재직 중 기소가 불가능하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