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정재윤 기자] 만 3∼5세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보육대란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승패를 가름할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 등 야당 성향이 강한 진보교육감들이 의도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누리과정 무상보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진보 성향 교육감을 둔 곳은 ▲대전(중도) ▲대구(보수) ▲경북(보수) ▲울산(보수)를 제외한 13곳이다. 이 가운데 특히 교육청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에서 보육대란이 가시화됐다.
다만 경기도에선 도의회가 28일 임시회를 열고 유치원 누리과정을 반영한 도교육청 예산안과 도 예산안을 처리함으로써 보육대란이 진정되고 준예산 사태도 일단 종결됐다.
반면 서울시의회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안 두 달치를 우선 편성하는 안에 합의할 예정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를 내달 2일로 연기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계속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정부가 교부금을 1%p(포인트) 인상하면 시·도교육청이 나머지 부족분을 충당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총 2조1000억원 규모다. 정부가 교부율을 1%p 인상해 1조8700억원이 확보되면 교육청이 나머지 2300억원을 내겠다는 제안이다. 반면 정부는 "교육청이 예산 전액을 즉시 편성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 및 지방교육청, 혹은 여야 간의 상호비방과 힘겨루기로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것은 무상보육 정책의 수혜자가 돼야 할 학부모들이다.
정치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보육대란이 4월 총선에서 표심을 좌우할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여든, 야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총선의 특성상 '심판론'의 프레임을 대입하기 좋은 소재로 여당과 야당이 대결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야당이 '심판론'과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만큼, 여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규정한 '국가의 행정시스템 문제'에 칼을 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새누리당 지방자치안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우 의원은 "현재 무상보육 등 야당이 쟁점화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완벽한 분리가 없는 데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 등 세부적인 것들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완벽한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갈등 이면에는 지방정부 재정의 과도한 중앙정부 의존도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2인 반면, 중앙과 지방정부가 사용하는 재정 비율은 4대6에 달한다. 수입은 적은 데 쓸 곳이 많은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정부는 이런 상황을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더욱이 누리과정 등 교육과 보육에 대한 역할과 재정분담마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비슷한 대결구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서비스 자체가 정치적 이슈가 되면서 선거 때마다 매번 나오는 이야기"라며 "문제는 중앙과 지방정부 간 역할이 불분명한 데서 갈등과 딜레마가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재 단위사무 중심의 중앙-지방 간 업무 배분을 기능에 따른 배분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는 인허가 업무 과정의 5개는 중앙, 5개는 지방이 담당하고 있는 식인데, 이를 노인복지는 중앙, 교육·보육은 지방이 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정책을 지방정부에 넘길 경우 예산을 마련해 재원까지 전부 함께 넘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김형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복지의 분권화가 이뤄지면서 재정부담은 중앙정부가 하고 집행은 지방정부가 맡고 있다"며 "프랑스와 독일 등은 지방정부에 중앙정부의 사무를 이행할 때 예산·재원도 지방정부에 주도록 헌법에 못 박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재윤 기자 (jyju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