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진수민 기자] "연휴 때나 명절 때처럼 고속도로 정체가 심할 때는 밥도 못먹고 운전을 해야합니다. 특히 승객들이 차가 막히는데 대해 운전석까지 다가와 항의할 때까지 가장 괴롭습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버스 안쪽에서 나오며 안전벨트 착용을 당부했다. 이어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고 인사하며 운전석에 앉았다. 수백 킬로미터를 오가는 장거리 운행의 시작이다.
지난 1일 이른 아침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은 피로해 보였다. 버스 좌석에 앉자마자 부족한 잠을 청하는 승객들과 잠을 깨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운전기사의 모습이 대비됐다. 운전석 옆에는 생수통, 견과류, 땡초(청양고추)가 보였다.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운전석에서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 하루 9시간 이상 고속도로에서 보내
운전기사들의 하루 평균 운행시간은 9시간 이상이다.
서울-통영간 버스를 운전한 김기철(가명)씨는 하루에 보통 9시간 반 정도를 운전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쉬는 시간이 없으니 힘들다"며 "휴게소 갈 때 잠깐 쉬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버스운행을 마치고 나면 보통 새벽 1시가 넘는다"면서 "집이 타 지역에 있어 가지 못 하고 그냥 숙소에서 자고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1~2달 집에 못 들어가거나 심하면 3달정도 집에 못 가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전기사 황철형(가명)씨는 "차 막히면 그냥 계속 고속도로에서 시간을 보낸다"면서 굳이 일 평균 운행시간을 따지면 10시간쯤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씨 또한 쉬는 시간은 따로 없다고 언급했다. "배차시간이 있어 보통 도착한 후 30분에서 1시간 숨돌릴 틈은 있다"며 "하지만 오늘처럼 차가 막히는 날에는 배차시간이 어긋나 밥도 못 먹고 바로 출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황씨는 "보통 이런 식으로 열흘정도 운전을 하고 며칠 쉬고 다시 나오고 이렇게 하고 있다"면서 "열흘 이상으로 연달아 운행하면 피곤해서 안 된다"고 전했다.
A여객의 모 소장은 "운전기사들은 4일 일하고 2일 휴식하는 형태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회사 운전기사들은 한달 중 25~26일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 차 막히면 승객들의 압박을 느껴
운전기사들은 차가 막힐 때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운전만 10년째인 한 운전기사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진다"며 "생각보다 운전기사라는 직업이 감정노동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차가 막히면 승객들이 운전석까지 와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게 부담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종종 터무니 없이 빨리 가 줄 것을 요구하며 압박하기도 한다"며 "급한 건 알겠는데 괜히 운전자를 상대로 화풀이 하는 것 같아 울화가 치밀 때가 있기도 했다"고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황철형 운전기사는 힘든 점으로 장시간 운전에 따른 신체적 고통을 꼽았다. 황씨는 "버스에 오래 앉아있으면 눈도 피곤하고 허리도 안 좋아지는 것 같다"며 "회사측의 지원은 없지만 운전기사 각자가 선글라스, 건강 방석 등을 준비해 스스로 챙기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시간 운전에 따른 졸음을 참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라고 언급했다. 박영표(가명)씨는 "운전기사마다 졸음을 깨기 위한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며 "나 같은 경우는 지인과의 가벼운 통화(블루투스)로 정신을 차릴 때가 있다"고 귀띔해다.
또 다른 운전기사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땡초를 한입씩 깨문다고 말했다. 그는 "졸음방지껌, 견과류 등 많은 것을 해봤지만 그래도 졸음이 가시지 않을 때가 있다"며 "아내가 추천해준 건데 땡초를 먹는 방법이 직방이다"면서 장난스레 땡초를 권하기도 했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다음 배차를 위해 운전석에 앉는 황씨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남들이랑 다 똑같지 뭐. 건강하고 돈 많이 벌고 사고 안 나고 안전운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지 뭐"라고 말했다. 그의 버스가 빠져나간 차고지에는 금새 다른 버스가 들어와 승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내리고 있었다.
[뉴스핌 Newspim] 진수민 기자 (real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