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1956년 국내 최초 조미료로 첫 선을 보인 ‘미원’이 출시 60년을 앞두고 ‘발효미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제품명과 디자인, 맛까지 변화를 준 최초의 전면적 리뉴얼이다. 자연재료인 사탕수수를 발효한 제조공법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제품명을 ‘발효미원’으로 바꿨다.
지난 60년간 미원을 상징해왔던 붉은 신선로 문양을 과감히 축소하고, 주원료인 사탕수수 이미지를 삽입해 제품 원료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를 고려, L-글루탐산나트륨에 배합하는 핵산의 비율을 줄여 보다 부드럽고 깔끔한 감칠맛을 완성했다. 미원의 이 같은 변화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 60여 년간 한국 식문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최초의 국산조미료이기 때문이다.
미원의 역사는 5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이케다 박사에 의해 처음 개발된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던 50년대 중반, 대상그룹의 창업자인 임대홍 회장은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의 성분인 ‘글루탐산’의 제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사카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어려움 끝에 조미료 제조 공정을 습득한 임 회장은 이후 부산으로 돌아와 1956년 지금의 대상그룹의 모태인 ‘동아화성공업’을 설립하고, 이듬해 최초의 국산 발효조미료인 미원을 탄생시켰다.
어떤 음식이든 미원을 조금씩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으로 당시 가정집에서는 미원을 사용 안 한 집이 없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미원은 많은 주부들에게 ‘맛의 비밀’, ‘마법의 가루’로 불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국산조미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으며,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또한 미원은 6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명절선물이기도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동래 거제동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는데, 당시 동래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체였던 미원, 내셔널플라스틱, 평화유지 공장 중에서도 미원이 규모도 가장 크고 급료도 높아 많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장이었다.
지금은 은퇴한 대상의 한 원로는 “당시 미원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장가도 잘 갈 수 있었다”며 “어디 가서 술을 마시면 외상도 잘 해줄 정도로 이미지가 좋아 직원들의 만족도와 자부심도 높았다”고 말했다.
오랜 선두를 지키다 보면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기 마련. 미원이 독보적인 인기 끌던 1963년,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CJ제일제당의 미풍이다.
당시 미원, 미풍의 사은품 경쟁으로, 경품 응모 엽서 때문에 우체국이 큰 돈을 벌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결국 이 둘의 사은품 경쟁 과열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상공부에서 제재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과적으로는 여심을 공략한 미원 금반지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미원의 입지는 광고모델 기용에서도 드러난다. 1968년 당시 최정상 영화배우였던 김지미 와 광고 전속모델 계약을 맺고, 국내 최고 모델료 기록을 세웠다. 인기 배우 김지미를 앞세운 잡지광고와 신문 전면광고 등을 통해 미원이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그 뒤를 이어 배우 황정순 씨가 중년 주부의 모습으로 등장, 평화로운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이 미원의 광고 모델을 거쳐 갔다.
이후 미원은 동아시아 전역으로 수출할 만큼 거대 식품회사로 성장하게 되고, ‘1가구 1미원’이라 부를 정도로 모든 가정의 필수품으로 오랜 세월 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또한 1982년에는 26년 동안 축척한 1세대 발효조미료 미원의 기술력을 발휘하여 진한 쇠고기 국물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든 2세대 종합조미료 ‘미원 쇠고기 맛나’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던 미원은 이후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맞게 된다. 90년대 초 한 식품회사의 무첨가 마케팅이 발단이 되면서 MSG 유해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이후 미원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약 2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체기를 맞이하게 된다.
사실, MSG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종결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내린 최종 결론도 마찬가지다.
FAO/WHO연합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87년 무려 230여 건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MSG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1978년과 80년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계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일제히 MSG는 안전하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미원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400억원 이상이 소비자가 직접 구입한 소매 판매 매출로, 매년 소폭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매출의 성장세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미원의 해외 매출은 1994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 간의 증가액이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조미료 미원은 이제 ‘발효미원’을 통해 다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조미료’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이미 입증된 안전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저비용으로 편리하고 사용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조미료로서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