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계속 이렇게 조여오는데 어떻게 살아 갈 수 있겠냐. 기자들이 수도 없이 왔다갔다 하지만 정말 우리들 실상을 써주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정부고 언론이고 우리를 모두 다 죽일 셈이냐" (국제전자상가 A 통신사 김영식 대표)
지난 10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국제전자센터 휴대폰 판매점을 직접 찾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용산전자상가를 방문한 후 기관장 현장 방문은 두번 째였다.
단통법에 대한 시장의 불만이 높아 이를 진화하고자 잇딴 현장 방문이 이뤄졌지만 현장은 장관의 방문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최 장관 방문 한시간 전부터 이날 하루종일 사람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국제전자센터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구경하는 손님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던 판매점주들은 공무원들과 관계자들로 가득차자 분통을 터뜨렸다.
A 통신사 판매점주는 "평소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알고 장관이 오해해서 '이 사람들이 먹고 살만한 가 보네'라고 오해할까봐 정말 겁이 난다"라며 "단통법 시행 6개월 전부터 묘한 기대심리 때문에 거래가 뚝 끊겨 월세도 내지 못하는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달에 30~100건 가까이 계약을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공치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사실상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들어 밥줄이 끊기게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사실상 대부분의 매장이 월세 부담만 떠 안은 채 공간만 놀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A 통신사 뿐만 아니라 국제전자센터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판매점 20여곳 중 이날 신규 거래를 진행한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최 장관과 첫번 째 만남을 진행했던 B 통신사 판매점주는 최 장관이 자리를 떠나고서 불만을 토로했다. 최 장관이 '기다려 달라'라는 말만 반복해 무언가 말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B 통신사 판매점주는 "옆의 매장이 비워져 있는 것은 매장을 정리하고 트럭운전을 하겠다고 떠난 점주 때문"이라며 "18년간 이 업계에 종사했지만 요즘처럼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것은 처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법적으로 30만원만 지원금을 줄 수 있다지만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아예 구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통신사와 함께 뒷돈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몰래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상황은 바뀐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결국 매출이 높게 잡혀 우리들 세금만 더 물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으로 인해 제한된 지원금 상한액 때문에 뒷돈을 지불하면서 무리하게 영업하고 있는 판매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판매점주들이 단통법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수요 급감보다도 세금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C 통신사 판매점주는 "결국 지원금 30만원으로 대리점이 아닌 판매점들은 영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음성적으로 추가적인 뒷돈이나 사은품을 얹어야 하는데, 이 돈은 눈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여서 결국 매출액이 지원금 대비 높아져 세금만 높아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100만원을 팔았을 때 30만원의 세금만 부담하면 됐던 것이 이제는 50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통사들이 판매점들에게는 영업 지원금으로 여전히 불법적인 뒷돈이 횡행한다는 사실도 귀뜸했다.
C 통신사 판매점주는 "뒷돈으로 줘야만 구입이 가능한 탓에 여전히 호구는 넘쳐날 것이고 판매점주들의 꼼수 또한 늘어날 것이다"라며 "일부 젊은 영업사원들이 무리해서 바가지를 씌워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서 그런 호구들이 양산되지 않는다"며 단통법 시행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장관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그 많던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다시금 황량한 사막처럼 국제전자센터가 침묵에 휩싸였다. 최 장관이 나가자 일부 매장에서는 조명을 절반으로 줄였다. 매장 유지비라도 아끼겠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A 통신사 판매점주는 "단통법으로 인해 통신사들은 마케팅비를 아끼게 됐지만 어쨌든 살아남아야 하는 판매점주들은 음성적으로 뒷돈을 주고 있기 때문에 세금과 더불어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며 "결국 지원금 상한제도를 없애야 소비자들의 거래도 늘고, 시장 경기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묵묵히 찬밥에 물을 말아 간단한 저녁식사를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국제전자센터는 어둠 속에 놓였다. 4~5곳을 제외하면 오후 7시도 안돼 대부분 퇴근을 한 것이다.
한편 이날 현장을 방문한 최 장관은 "단통법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며 아직 법을 개정하거나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