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정보통신기술(ICT)의 이용이 모든 산업에 보편화된 디지털 환경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까지 무수한 변화를 주고 있다. 마케팅 분야의 경우 변화의 다양성은 더욱 뚜렷하다. 특히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2010년)와 롱테일 법칙의 등장(2004년)은 마케팅 생태계의 새로운 프레임이다.
데이터 집합체인 빅데이터는 PC와 인터넷, 모바일 등 디지털기기의 이용이 생활화 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특징을 3V로 정의)는 과거와 달리 더 많아지고(Volume), 더 다양해지고(Variety), 더 빨리 생산 및 수집(Velocity)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맥킨지는 빅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산업혁명시기의 석탄처럼 IT와 스마트 혁명시기에 혁신과 경쟁력 강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원천으로 진단한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의 등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축적이 더욱 광범위해지면서 빅데이터의 활용은 마케팅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전략적 효용이 매우 커지고 있다. 기업이 소비 트랜드를 발굴하고 고객들의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차별화된 빅데이터의 분석과 활용능력이 마케팅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되는 시대다.

지금까지 전통시장을 상위 고객 20%가 전체 매출(수익)의 80%를 차지하는 파레토 법칙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유통경로가 다양해지고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정보가 크게 증가하면서 파레토 법칙과 상반되는 현상이 출현했다. 미국의 IT잡지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공룡의 긴 꼬리에 비유하여 명명한 롱테일 법칙이 그것이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다수(꼬리부분80%)가 핵심적인 소수(머리부분20%)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고객의 시장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기업의 물류비용과 재고부담이 사라지면서 온라인시장(쇼핑, 서점, 광고 등)을 중심으로 한 롱테일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속성은 대량생산에 익숙한 전통시장과 달리 다수의 다양한 기호와 관심을 가진 고객이 존재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틈새시장이다. 이러한 추세는 비주류로 평가받던 다수가 주류로 등장하고 주변부에 있던 각종 상품과 거래수단 등이 중심부로 이동하는 비즈니스 지형의 변화를 가져 왔다. 이렇듯 롱테일 시장의 전범(典範)인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상당수는 20%의 머리가 아닌 80%의 꼬리에 기반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빅데이터와 롱테일 법칙에서 마케팅 영역의 외연 확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회를 엿 볼 수 있다. 롱테일 시장은 고객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다 쉽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많은 상품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공급자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다수의 상품을 쉽게 노출하고 제공할 수 있는 개방형 참여 시장이다. 웹2.0의 중심사상인 ‘개방, 참여, 공유’의 인터넷 환경이 롱테일 시장의 원형적 특성인 셈이다.
그렇지만 롱테일 시장의 틈새상품은 맞춤형 공급의 기술적 기반과 시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빅데이터의 활용이 그 해법 중의 하나다. 빅데이터는 정형적인 수치나 텍스트 정보뿐 만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 위치정보 등 데이터의 규모와 범위가 방대하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어 마케팅의 의사결정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표본추출과 통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실됐던 정보와 비정형적인 데이터를 얻게 되어, 고객의 행태와 수요에 대한 정보 왜곡을 대폭 줄 일 수 있다. 따라서 소수고객의 행동패턴을 이용한 맞춤형 제품 공급이 가능해 지고, 공급사슬의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채찍효과(Bullwhip effect ; 공급량 예측과 실제 판매량 차이의 증폭현상)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롱테일 시장은 개별적 시장으로 보면 작은 규모이지만 전체적으로 합하면 충분한 규모의 시장성이 존재한다. 투자대비 높은 수익성의 비용절감 효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장의 불확실성 제어능력, 한 상품이 사라지더라도 쉽게 다른 상품으로 대체 할 수 있는 복원력(Resilience) 등이 롱테일 시장 진출의 인센티브다. 마케팅 전략의 3C(Customer, company, Competitor)분석과 STP(Segmenting, Targeting, Positioning) 개발을 기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롱테일 마케팅의 선순환적인 유기적 관계가 전략적 가치를 발현하도록 구조화 및 조직화되어야 한다.
비록 파레토 법칙이 롱테일 시장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주요한 마케팅 전략중의 하나다. 다만 파레토 법칙의 비중이 예전보다 적어 졌을 뿐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이 존재하는 한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은 공존하여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오프라인 공간의 제약과 유통의 진입장벽이 없는 롱테일 시장은 경제적 매력을 갖게 하는 차세대 시장이다.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기술혁신으로 한계비용이 제로수준으로 떨어지는 사회가 도래한다는 예견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롱테일 마케팅의 전략적 경영과도 일맥상통한다.
다양성과 개별성이 중시되는 디지털문명은 거대시장으로의 집중에서 수백만 개의 틈새시장으로 진화를 촉진하고 있다. 미래는 수많은 틈새시장의 집합인 롱테일 시장이 베스트셀러(머리부분) 보다 스테디셀러(꼬리부분)가 존재하는 탁월한 수익창출과 지속성장의 기반이 된다. 롱테일 마케팅은 기업이 파레토 법칙 중심에서 롱테일 법칙 중심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생존적 선택이다.
따라서 기업은 롱테일 시장에 대한 주변적 전략과 소극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롱테일 마케팅의 경쟁력을 핵심전략화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민은행 이치한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