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강진 청자와 여수의 봄 빛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강진에서 만난 옹기와 청자

청산도에서의 신명을 가득 안고 옹기 마을인 강진군 칠량면에 들어섰다. 옹기는 사람을 편하게 해 준다. 생긴 모양새가 만만해서 좋다. 특별히 잘 생긴 게 아니다 보니 데리고 놀고 싶은 맘마저 든다. 생김에서 우러나는 투박한 인품은 아무리 자주 봐도 물리지 않는 곰삭은 맛을 준다.

옹기 관련 용어도 문학적이어서 좋다. 한 말 짜리는 ‘방퉁이’, 두 말 짜리는 ‘댕구’, 서 말 짜리는 ‘조댕이’, 닷 말 짜리는 ‘중독’, 열 말 짜리는 ‘대독’, 옹기의 원재료 상태는 ‘질’, 질을 다듬은 것은 ‘타래미’, 타래미 중에서 대독을 만드는 것은 ‘채바퀴 타래미’라 한다. 옹기관련 말에서 질퍽한 남도를 느낀다.

장인(匠人)이 정성 껏 빗어 만든 갓 태어난 옹기를 맨손으로 만져보니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온 몸으로 수백 년 싸여 온 문화의 숨결을 둘 숨 날 숨으로 옹기 속에 박고 떠날 즘 장인께서 버스 출발 지점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배웅 해 주었다. 흙을 만지는 사람은 어질다는 겪음 배움에서 사람 냄새를 또 맡았다.

청자박물관을 찾았다. 청자의 생산 기법 중 하나인 양각과 음각, 그리고 상감에서 그 시대 최고의 신기술을 보았다. 요즘말로 말하자면 세계 최고의 소프트 웨어가 장착된 스마트 폰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카카오톡을 하는 기분이었다.

청자는 옹기와 달리 고매했다. 추상같은 율이 서있는 선승 같으면서도 대청 마루를 깨끗하게 걸레질 한 맵시 있는 여인 같기도 했다. 청자속엔 풍류가 있었다. 매란국죽(梅蘭菊竹)은 물론이고 시서화가무악(詩書畵歌舞樂)이 비취빛 자기속에서 시나위 처럼 울려 나왔다. 박물관을 나서자 강진만 포구 위로 저녁놀이 붉게 내려 앉고 있었다.

♦구례, 순천, 여수의 봄 빛

짧고 긴 여행이었다. 항상 마음속엔 있으면서도 주변에 끄달리는 생활을 하다 보니 동경만 해오던 구례, 순천, 여수 지역 여행을 용기 내 다녀왔다. 춘향전 변 사또 부임행차 대목처럼 서울-천안-전주-남원-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에 도착하니 온 천지가 노랗게 색칠돼 있었다.
 
유홍준 교수는 남도의 빛깔을 청보리 색이라고 표현했지만 산수유 마을에 내리고 있는 남도의 봄 색깔은 노랬다. 지리산 노고단을 등지고 앉아있는 마을은 스위스 융풀라워 가는 길목에 있는 전원 마을 보다 더 자연스럽고 더 곡선적이었다. 목가적 풍경이 엄마 품처럼 안아주었다. 그러나 흠도 있었다. 공무원 특유의 시멘트같이 딱딱한 머리로 짜내 만든 철골 산수유 탑이 그 것이다. 철 탑은 한복입고 철모 쓴 시골뜨기 이등병 같았다. 보길도 동천석재 옆에 현대식 모정을 세운 완도 섬 지방 관리들과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슬픈 마음이 밀려왔다.
 
늦은 오후 화엄사에 도착했다. 불자인 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눈살이 찌푸려 졌다. 뭔 놈의 절이 그렇게 화려하고 외국말로 덧칠을 해 놓았는지 빨갛게 입술을 칠하고 손님을 유혹하는 노류장화 같았다. 마음을 내려 놓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거칠게 흔들렸다. ‘차라리 오지 말 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화엄사에 대한 씁쓸한 맘을 뒤로 하고 구례 동편제 전수관을 찾았다. 구례는 판소리 동편제의 본향이다. 근대 5명 창 중 한분인 송만갑 선생 생가 앞에 핀 진달래와 벚꽃이 광목을 배에 두르고 소리를 하면 광목이 터졌다는 송만갑 선생의 통음에 떨고 있었다. 잰걸음으로 운조루 장독대와 부엌살림을 돌아 본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라는 섬진강 길 따라 피아골 연곡사를 찾았다.

이번 여행의 눈 대목 중 하나가 연곡사였다. 그 이유는 故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를 쓰면서, 윤씨 마님이 동학접주 김개주에게 겁탈 당하고, 윤씨 마님의 손녀 최서희 남편 김길상이 행자 생활을 이 곳 연곡사에서 한 것으로 실타래 같은 이야기를 풀어갔기 때문이다. 연곡사는 선방같은 절이었다. 인적 드문 대웅전 앞엔 벚꽃과 홍매화, 산수유, 목련이 지천으로 핀 채 말없이 불법을 전하고 있었다. 종로 3가 부침개집 막걸리 같은 편함이 속뜰을 묵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천명 너머 이순을 바라보는 스님으로부터 심우도를 설명 듣던 중 스님께서 "절에 왔으면 맘을 쉬어야 하는 데, 대웅전 한 번 휘익 돌아보곤 채 3분도 안 돼 떠나는 관광객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라면서 하룻밤 묵어 갈 것을 권했으나, 나 역시 맘을 쉬지 못하고 총총히 연곡사를 떠났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여행 둘째 날 선암사를 찾았다. 선암사는 가장 한국적인 절이다. 토담, 골기와, 처마 밑 풍경, 몇 백 년 된 홍매화 군락, 등 굽은 소나무 등이 스스로 그렇게 자리 잡고 앉아 제 각각의 향을 뿜어냈다. 절 해우소에 걸려 있는 정호승의 시 외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절이었다.

-  선  암  사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구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불일암
다음 일정은 송광사였다. 법정 스님이 상주하셨던 불일암을 먼저 올랐다. 삼나무와 대숲에 난 오솔길을 따라 말없이 올랐다. 법정스님이 손수 건립했다는 불임암 뜨락엔 봄볕이 잔잔하게 쏟아져 내렸다.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후박나무 밑엔 스님의 유골이 숨 쉬고 있었다. 스님이 만드신 빠삐용 의자 위 수첩에 방문 소감을 적었다. 앞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인연의 업이 화두처럼 날이 서 있었다.
 
송광사 마당엔 서릿발 같은 지계(持戒 : 수행자가 마땅이 지켜야 할 언행)의 기운이 넘쳐났다. 대웅전 뒤뜰 꽃들에게서도 머리에 기름 바르고 2 : 8 가르마를 탄 정보기관원 같은 칼칼한 맛이 배어나왔다. 부처님 전에 삼배하고 앉아 금강경을 독송하니 맘이 심복(甚福 : 부처님 사랑으로 행복해 지는 것)됐다.
 
벌교읍은 송광사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배경 무대이기도 한 보성여관 자리와 홍교를 찾았다. 삐걱대는 일본식 건물인 보성여관 계단에 앉아 하대치, 소화, 염상진, 염상구 등 시대의 생채기들이 살점을 뜯어내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빨갱이 형 염상진을 잡기 위해 애쓰던 우익 동생 염상구가 형 염상진의 시체를 부여 잡은 채 "살아서나 빨갱이 제... 죽어서도 빨갱잉가?" 하며 통곡하는 모습이 쾌~앵하니 다가왔다.
 
저녁 무렵 낙안읍성을 찾았다. 동헌 마당엔 ‘관리가 백성의 볼기에 곤장치는’ 밀랍인형이 설치 돼 있었다. 이를 본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는 백성들을 핍박한 역사로 흘러왔다’고 오해하기에 충분했다. 진저리가 처졌다. 공무원들의 머리는 왜 이렇게 유연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경관 좋기로 소문난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을 찾았다. 관세음보살님께 108배를 올렸다. 다라니경을 독송하며 맘속의 소원을 빌었다. 목탁소리가 때 낀 맘을 씻어 주었다. 점심 때가 돼 암자에서 내려왔다. 쌉쏘름한 돌산 갓김치에 하얀 쌀밥을 먹었다. 오장육부에 꽃잎이 분분히 날렸다. 남도의 봄이 깊어 갔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사진
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