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김홍군 기자]재계가 달라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외면하기보다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재계는 박근혜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더욱 무겁게 받아 들이고 있다. 재계는 최근 중소기업인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과를 나누는 등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껄끄럽게 여겨온 사회적 관심사에도 이전보다 전향적으로 다가서며 사회통합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2043명의 비정규직을 오는 3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키로 했다. 호텔과 리조트 서비스 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계약직 사원 등이 대상으로, 사회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용단으로 평가된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2000명 이상의 대규모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한화가 처음이다. 앞서 현대차도 지난해 3500명의 비정규직을 2016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사태와 관련 대화에 나서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의 대화제의를 삼성 직업병 피해자 지원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가 받아 들였다. 6년 전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후 처음으로 공식 대화의 장이 마련된 셈이다.
재계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대기업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예고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은 항상 따르는 것”이라며 “투자는 늘릴 수 있는 대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어려운 때 일수록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며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도 적극 앞장서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우리가 속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임을 유념해야 한다”)과 허창수GS그룹 회장(“건전한 기업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나갈 것”),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점점 높아지는 사회적ㆍ국민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상생’과 ‘동반성장’ 등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 확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자 간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그로 인한 사회갈등이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진자로 대변되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관련, “경제민주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사회적 역할 확대는 다음달 출범할 박근혜 정부도 정책기조에 화답하는 의미도 갖는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해 말 전경련을 방문,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이 있었고 국가 지원도 있었으니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재계가 사회통합을 위한 각종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속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지속 및 원화강세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등 사회적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만은 없다는 고민이 재계를 짓누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등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렇다고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끌어안을 수만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