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 국채 매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데 이어 독일 헌법재판소가 5000억유로(6400억달러) 규모의 유럽안정기구(ESM)에 조건부 합헌 판결을 내린 데 따라 유로존 부채위기 진화를 위한 ‘그랜드 플랜’이 모양을 갖췄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포함한 유로존 정치권과 유럽 및 미국 금융시장은 독일 헌재의 판결에 일제히 반색했다.
하지만 순조로운 출발과 부채위기 해소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 수혜 대상 0순위 스페인, 시큰둥..왜?
이번 국채 매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스페인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은행권에 이어 지방정부 재정의 부실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외부의 자금 수혈이 없이는 디폴트 위기를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로존 회원국 정부는 스페인에 지원을 요청할 것을 연이어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 단기물을 중심으로 한 스페인 국채 수익률 하락은 ESM의 지원을 통한 위기 진화를 기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스페인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ECB에 국채 매입을 통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지난달 2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어떤 형태의 지원이든 일정 부분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이후 지원 요청을 꺼리는 움직임이다.
ECB의 국채 매입 계획 발표에 따라 이미 국채 수익률이 상당폭 하락한 만큼 조급하게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는 지원 조건으로 따라붙을 긴축안에 대한 부담이 스페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ESM의 지원 조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전까지 지원 요청을 지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뜩이나 긴축안으로 인해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될 경우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로 해석된다.
◆ ESM 은행 라이선스는 불발
독일 헌재는 ESM에 조건부 합헌 판결을 내린 반면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요구한 은행 라이선스 부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EU 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헌재는 ESM이 어떤 형태로든 ECB로부터 자금을 대출 받는 것은 ECB의 회원국 재정 지원을 금지한 조약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몬티 총리가 ESM의 은행 라이선스를 주장한 것은 상업은행과 마찬가지로 ECB로부터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는 법적 발판을 마련해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독일 헌재가 이를 기각한 데 따라 ESM과 ECM의 국채 매입 공조는 절름발이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의 지원에 대해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전제로 한 부분 역시 향후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순조로운 진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 헌재는 지원 규모가 1900억유로를 넘어설 때 정부의 승인 없이 ESM에 자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 승자는 메르켈?
이번 독일 헌재의 판결에 따른 최대 승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라는 것이 주요 외신의 공통된 판단이다.
우선 ECB의 국채 매입에 대한 분데스방크의 극심한 반대에도 ESM의 조건부 합헌 판결로 주변국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ESM의 은행 라이선스 제공이 기각된 것은 메르켈 총리와 핀란드 및 네덜란드의 의견이 존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와 이들 정부는 ESM에 은행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안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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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