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장편소설 '일식'으로 일본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화려하게 데뷔한 히라노 케이치로의 또다른 문제작 '얼굴 없는 나체들'이 국내에 출간됐다.
2006년 발표된 이 소설은 인간의 본능과 가장 가까운 남녀의 성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삶을 영위하는 한편,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억눌린 욕망을 발산하려 하는 현대인의 이중성을 파헤친다.
지방도시의 중학교 교사 요시다 기미코는 우연찮은 계기로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미치'라는 닉네임을 쓰는 가타하라 미쓰루라는 남자를 알게 된다.
그는 '미키'라는 닉네임을 쓰는 기미코에 접근해 육체관계를 맺고 그녀의 나체와 성행위 장면을 또다른 성인사이트에 공개하고 그 반응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들은 인터넷에 성행위 장면을 공개하는 커플로 인식되며 그 대담함을 칭송받는다. 지극히 평범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는 내심 죄악감을 느끼면서도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그와의 관계에 점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성인 사이트에 모자이크로 얼굴이 가려진 자신의 나체 사진과 동영상이 떠도는 것을 목격한다.
학창 시절부터 음침한 성격으로 따돌림을 받아오며 성인이 돼서도 대인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기미코는 얼굴로 상징되는 현실세계와 몸으로만 받아들여지는 인터넷상의 두 자아를 대면하고 어느 쪽이 진정한 자신인지 알 수 없어 큰 혼란에 빠진다.
작가는 3인칭 시점의 건조한 문체로 기미코의 혼란을 담담하게 그려내 오히려 등장인물과 사건의 성격을 한층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책 출간 후 인터뷰에서 "성인 사이트에 나체 사진을 올리는 것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멀게 느껴지지만 둘 다 얼굴이 가려져 있다는 점에서 아주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갖고 있어도 결국 얼굴을 통해 한 인간으로 고정돼지만 인터넷 세계에서는 그 얼굴을 가릴 수 있기에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 이영미 옮김. 176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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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