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에 일격을 당하며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에 대한 IT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반도체와 LCD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면 TV와 휴대폰 분야는 삼성전자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하드웨어측면에서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며 세계 2위로 급성장한 분야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급변하는 휴대폰 시장 트렌드를 간과했던 삼성은 관련분야에 대한 초기 대응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이에 부랴부랴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A'를 출시한 지 두 달도 안된 오는 6월, 보다 업그레이드된 차기모델 '갤럭시S' 출시를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과연 한발 늦었던 삼성전자가 애플의 조기 성공신화를 차단하고 스마트폰 시장내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일단 삼성측은 곧 출시될 갤럭시S가 4G 아이폰의 대항마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갤럭시S가 아이폰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오리무중'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3월 삼성 오너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반도체와 LCD, 5대 신수종사업 등에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 빠르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전략을 아직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걸리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삼성 한 임원은 "아직 스마트폰 전략을 발표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답변, 삼성의 전략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음을 추정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너의 과감한 결단을 시작으로 휴대폰 비즈니스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 삼성의 아이폰 혹평 결과는?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은 아이폰 인기가 한창인 올해 초, 애플 아이폰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 중심의 '반짝 인기'"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최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아이폰의 인기는 극성스런 네티즌들로 인한 것이다. 최근 옴니아가 아이폰 판매를 추월했으며 삼성 스마트폰의 선전이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애플의 아이폰은 인기를 더해갔고 상대적으로 삼성의 옴니아는 갈수록 시들해졌다. 지난 3월 이후 삼성은 옴니아의 판매 대수를 언급조차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의 아이폰에 대한 오판, 삼성 휴대폰에 대한 일종의 자만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본격적으로 개발하지 않았고 관련 인력도 제대로 늘리지 않았다. 당시 국내 통신사들이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상황을 방어막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인데 일종의 자만이 초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물론 전체 수익의 80% 가량이 피처폰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이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은 분명 맞다. 모토로라의 경우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며 스마트폰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다 한동안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결정은 오너의 결단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란 게 IT업계의 관측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 부재'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이미 휴대폰시장의 대세는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스마트폰은 음성폰과는 달리 고객의 충성도, 지속성이 강한 편이다.
한 IT담당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은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바꾸기 힘들 것"이라며 "아이폰을 통해 각종 앱스토어와 소프트웨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텐데 이 때문에 초기시장에서 누가 기득권을 쥐느냐가 성공의 키"라고 강조했다.
초기 시장에서 누가 과반을 차지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해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콘텐츠 개발자들은 가입자가 많은 곳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삼성이 늦었지만 부랴부랴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으며 아이폰에 맞서겠다는 것도 이같은 불안감이 컸던 탓이다.
◆ "당분간 손익 부진 감수...스마트폰에 자원 집중해야"
구글과 애플은 이미 열심히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사모으며 M&A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4월 모바일기기 애플리케이션 전문업체 시리(SIRI)와 반도체 설계회사 인트린시티를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와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업체 등 소프트웨어 강화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도 마찬가지. 최근 이스라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를 인수한데 이어 3D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도 인수키로 했다. 구글은 올해 들어 9개 기업을 상대로 M&A를 성공시켰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분야에 대한 관심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최근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티맥스 인수를 검토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모바일 운영체제(OS) 기술을 강화하는 만큼 삼성SDS가 티맥스를 인수하면 취약점인 OS 노하우를 강화할 수 있다. 티맥스는 미들웨어를 주특기로 하다 최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데스크 탑 PC용 OS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들웨어 시장에선 한국IBM을 제치고 1위를 구가하고 있다. 다만 티맥스는 이같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지난해부터 경영위기를 맞으며 매물로 나와 있다.
KB투자증권 조성은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보면 정보통신 개발자와 상품기획 인력이 여전히 피처폰 중심"이라며 "피처폰의 손익이 부진하더라도 1~2년 앞을 내다보고 스마트폰으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폰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도체와 LCD에는 수 조원씩 투자하는 삼성이 정작 위기를 맞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상황이다. 노키아가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을 위해 투자한 돈이 무려 10조원.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한때 최근 스마트폰 판매에 탄력이 붙고는 있지만 전세계를 호령하던 모토로라가 유럽의 강자 노키아와 저가폰 경쟁에서 실패하고, 삼성과 LG전자 등 신흥 강자들에게 중고가폰 시장에서도 경쟁에서 한단계 밀린데는 이유가 있다. 당시 실패의 원인은 2005년 대박 제품인 '레이저'(RAZR)시리즈 이후 자만심과 안일함이었다. 지금 삼성이 새삼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