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호응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사전 의견 조율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은 유로존내 시장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회원국들간의 공조를 통한 공매도 제한 노력이 이루어질 경우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은 투기 세력에 대한 대처 논의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EU 의장이 범유럽 차원의 공조 노력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금요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 유럽 주요국, "獨 조치 따르지 않을 것"
독일의 공매도 조치에 대해 당장 유럽 주요국들이 별다른 공조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사전에 협조 요청을 받지 못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굳이 시장 규제를 실행해야 하는지 여부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 국가들이 이미 공매도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조치의 필요성도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는 공매도 거래가 그렇게 활발한 편이 아니라 굳이 독일의 조치를 따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스페인 금융규제 당국도 유로존 국채와 신용부도스왑(CDS) 거래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를 규제해야 될 이유가 없다며 독일의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금융당국 역시 기존의 조치들만으로 관련 거래에 대한 제한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독일의 공매도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재무장관 대변인은 "아직까지 공매도 제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스페인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영국 역시 독일의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협조는 하겠지만 이는 영국에는 해당되지 않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도 이미 일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독일의 공매도 금지와 같은 시장 거래 규제 조치들은 역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유럽 국가들은 경제성장을 위해 개혁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앞서 2008년 주식과 일부 금융 상품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 금지를 이미 도입한 포르투갈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을 계속 고수하는 한편 수일 이내에 시장의 거래 정보 공개 의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스 레데커 BNP파리바의 수석 외환전략가는 "이번 조치는 유로화에 대한 투기공격을 막기 위한 의도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유로화 가치 하락과 국채 스프레드 확대는 투기세력 때문이 아닌 과도한 부채 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그렇게 현명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의 국채 매도만 야기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 獨 일방적 조치에 주변국들 유감 표시
유럽 주변국들은 독일이 이번 공매도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사전에 상의 또는 통보가 없었다는 점에 유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독일이 사전에 의견 한마디도 구하지 않았다며 이 조치의 영향권에 들어갈 국가들끼리 서로 상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도 "현재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감안할 경우 시장 규제 토대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한 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유럽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 나을 것이기 때문에 독일이 독단적인 조치를 내린 것은 옳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헤르만 판 롬파위 유럽연합(EU) 의장은 지금 당장은 독일의 공매도 금지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 오는 금요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롬파위 EU 의장은 19일 마드리드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2일 회동했을 때 "시장에 강한 영향을 주는 모든 쟁점에 대해서는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하면서, "이 문제를 금요일 EU 재무장관 회의 때 회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獨 조치, 유권자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
이번 사태가 재정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유럽이 일치된 행동을 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은행 주식과 유로존 국채의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시킨 것은 시장이 국가를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는 독일 집권당이 이번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민심을 달래기 위해 취해진 정치적 제스처라고 해석하고 있다.
카스텐 브제스키 ING뱅크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독일의 공매도 금지책은 유권자를 의식한 조치로, 지난 선거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둔 정부가 정치적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의도로 파악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독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신중한 금융규제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EU 등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산산조각 났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유럽개혁센터(Centre for European Refor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이몬 틸포드는 "이번 조치는 독일인들이 지금의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시사해주고 있다"면서 "유로존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이 의문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의 특별한 점이라면, (유로존) 전체적으로 시행될 때만 가능한 일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