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각주도권 쥐고 경영권 프리미엄 얹어 팔 전략
- '외국자본에 팔아치우나' 여론, 채권단 수용불가
[뉴스핌=한기진 기자] 대우건설 FI(재무적투자자)의 ‘신규투자를 통한 금호산업 인수’라는 카드가 먹혀들 것인가.
2조2000억원 규모의 큰 투자금액까지 제시하자, 채권단은 “금호가 정상화만 된다면야” 원칙면에서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조달의 실현가능성과 금호그룹 오너일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채권단이 찬성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외국계 자본, 1조2천억 낼 테니 금호 인수해라
대우건설 FI들이 21일 산업은행과의 회의에서 제시한 금호산업 유동성 개선안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2조2000억원을 조달, 금호산업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채권금융기관 및 국내 연기금 7000억원, 해외금융기관 1조2000억원 조달계획을 밝혔다.
해외금융기관과 LOC(투자확약서)도 확보했다고 했다.
채권단은 즉각, 이날 회의에서 “(해외금융기관)투자유치 가능성이 확실하냐”고 따졌다.
유동성 개선안의 성패가 달려 있어서다.
FI들은 “이미 협의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투자금의 절반에 달하는 큰 투자를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왜 확신하는 걸까.
이유인 즉, 투자조건으로 ‘금호산업 인수’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FI의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FI가 금호산업의 최대주주, 즉 인수를 해야 만족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되면 차후 투자금회수에 나설 때 매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이에 따른 ‘주가상승+경영권 프리미엄’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FI가 제시한 방안도 모두 이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들로 구성돼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여기에 있다.
FI들은 우선 금호산업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분 50.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했다.
FI들의 지분은 28.6%, 채권금융기관 지분은 11.7%로 각각 2대, 3대 주주로 올라선다.
다음 수순으로 금호산업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또 유상증자 대금중 7000억원은 대우건설 주식 11%를 대우건설 FI들로부터 시가에 매입하는 데 사용한다.
결국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41.0%, 대우건설 지분 29.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고 대한통운까지 지배하게 된다.
◆ 채권단, 외국자본 매각 비난에 은행의 사회역할 고민
채권단은 ‘금호그룹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FI들의 제안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이날 회의에서 산은 관계자는 “1조원만 있어도 연말까지 금호그룹의 정상화에 충분하다”면서 “FI들이 추가 지원한다면 원안(대우건설 지분 주당 1만8000원에 매수)은 취소하겠다”고 했다.
또 우리은행 관계자도 “채권단에 손실도 전혀 없는데 당연히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찬성 대신 “더 논의해보자”는 데 이날 회의의 결론을 냈다.
공공성과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은행의 속성 때문이다.
FI가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외국자본이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가 된다.
결국 대기업을 외국에 팔았다는 비난의 화살이 금호산업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게 향할 수 밖에 없다.
또 FI의 제안은 은행들이 ‘대출’이 아닌 ‘투자’에 나서달라는 의미다.
IB(투자은행)를 향해 뛴다고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의 본분은 대출을 통해 기업의 가치향상에 기여하는 것이지 투자수익을 얻는 게 아니다.
이날 회의에서 채권단 관계자는 “외국자본에 넘겼다는 시장의 비판을 은행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 또 FI의 제안을 따르라는 것은 투자하라는 것인데 은행업은 다른 업종과는 다르다”고 했다.
즉 고객의 예금을 받아 이를 기업에 공급해 가치를 높여야 하는 은행이, 어려움에 처한 대기업을 정상화시킨다면서 투자로 돈벌이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