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0여년간 영국은행들은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높이는 2가지 길 중 자산에서 수익을 뽑아내는 기술(총자산수익률 ROA) 보다는 자산을 쌓아 올리는 투기성(레버리지)에 더 집중했다. 글로벌은행 70개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점점 더 높은 자기자본수익률 달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레버리지에 몰두했다. 즉, 목표 자기자본수익률(ROE)를 충족시킬 만큼의 이익을 기존 자산에서 뽑아 낼 수 없어 결국 레버리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경영진들은 레버리지를 향해 몰려갔고,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 레버리지가 상승했다. (은행)개별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레버리지를 좇아 몰려갔으나, (은행산업)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고 마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렇게 잉태됐다.
영국 은행만의 얘기는 아니다. IMF 외환위기 때 한 그룹에서도 이 같은 예가 있었다.
당시 리스회사들은 계열사인 철강회사와 리스계약 경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한 리스사 상무는 자신의 성향인지 아니면 남다른 직감이 있었던지 확실치는 않지만 계약을 하지 못했고(않았고) 곧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확히 말하면 짤렸다. 후임자는 남들을 따라 충실하게 계약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그룹의 공중 분해였다. 그에 대한 뒤늦은 평가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다름 아니었다.
축구 경기장에서 잘 보기 위해 한 두 명이 일어서기 시작하면 결국 전부가 서게 된다. 전체적으로는 불편함만 더하는 현상으로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일어서지 않으면 축구를 볼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덩달이 전략은 필연적으로 쏠림현상으로 이어지고 전체적인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 경영자에게는 당장의 차별화 자체가 위험해 보일 때가 있다. 대세에 묻어가는 전통적인 지혜는 감히 어떤 논리로도 무너뜨릴 수가 없어 보인다.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가격이 들썩거려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3조 8000억원 증가에 이은 대규모 증가세다.
금융당국이 수도권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추고, 여러 차례 부동산가격의 상승세를 경고했지만 가계대출증가는 아랑곳하지 않은 것. 가계대출증가가 부동산 버블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묵살되는 경우다.
이 같은 현상의 내막이 한국은행이 조사해 내놓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서 드러났다. 은행들이 시장점유율 경쟁 때문에 가계대출에 대한 대출 태도를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차주의 신용상태는 별반 차이 없는데 은행의 대출전략이 달라진 것이다. 달라지는 방향이 한곳으로 향하며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다른 대출에 비해서 부실위험도 낮고 수익성도 좋아 가계대출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연하다. 은행이 꿀을 따고 그 빈자리는 국민이 함께 메우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덩달이 전략, 쏠림현상을 은행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문화적 전통’이라 일컬었다.
지난 5월 시카고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앤드류 홀데인(Andrew G Haldane, 영란은행 집행이사)이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은행과 경영진을 평가할 때 ROE 보다는 오히려 ROA에 무게를 두어야 하고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서 레버리지에 엄격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놨다.
우리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대출총량규제 등을 처방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러한 방안은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문제들을 놓고 어쩌면 수십 년의 노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은행권 재편과 관련하여 은행들이 우선 쏠림현상에서 벗어날 것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규제당국이 쏠림현상 내부에 숨어있는 묘한 유인을 찾아 그것을 작동할 수 없게 한다면 차별화 전략에 의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때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덩달이’는 이제 브라운관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경영 현장에서는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