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속에서 상당수 기업들이 현금 확보와 재무 안정성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은 오히려 현금이 들어가는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사주의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그만큼 현금확보나 재무건전성 면에서 강한 자신감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성신약, 신도리코, 혜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가지고 경기 불황 속에서도 주가 부양과 저가매수 차원에서 자사주 취득에 나서며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 기업들 자사주 취득 '주저'..'경기불황' 현금확보가 최선
한국거래소가 지난 3월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자기주식의 취득 및 처분 공시 현황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 자사주 처분회사수는 17개사로 전년 동기 14개사 대비 21.4% 증가했으며, 처분금액은 4699억원으로 전년 동기 1104억원 대비 325.5% 급증했다.
반면 자사주 취득회사수는 12개사로 전년 동기 42개사 대비 71.4% 감소했으며, 취득금액은 3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3350억원 대비 97.4%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업들이 급락장에서 주가안정 일환으로 자사주 취득이 급증했던 것과 비교할 때 큰 변화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의 경기상황과도 직결된다.
최근 여러 지표에서 경기불황이 바닥을 찍고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자사주 취득보다는 현금확보를 위해 처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규시설투자나 M&A자금 등도 유보해 놓은 상황에서 단지 주가 방어을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인 셈이다.
신규투자를 고려할 상황인데 자사주까지 취득하면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시장에서 유동성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곽중보 연구위원도 "자사주 취득이 급감한 것은 지금 경기침체 상황이 금방 해결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일에 급박하게 쓰기 위해 취득이 망설여 질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김형렬 연구위원은 "지금은 좀 진정됐지만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경험한 상태에서 굳이 자사주 취득까지 고민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과 증자도 하고 싶은데 현재 자금상황을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일성신약·신도리코·혜인..현금확보·재무건전성 '자신'
이처럼 '현금확보'가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최대 현안인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성신약과 신도리코, 혜인은 올해 들어 대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유보율이 1000~2000%에 달한다는 점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가운데 자기자본비율 및 부채비율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현금확보에 어려움이 없고 올해 회사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자신하면서 주가안정 차원과 함께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성신약의 경우 경영합리화 목적으로 삼성증권과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일성신약의 유보율은 2167.64%로 업종평균 571.9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일성신약 관계자는 "주가부양 차원도 있고 주가가 저가이기 때문에 자사주에 투자하는 것도 투자일 수 있다"며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보유한 상황에서 현금확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신도리코의 경우도 지난 3월 주가안정을 위해 신한은행과 1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신도리코의 유보율은 1252.90%.
신도리코 관계자도 "현금보유가 많기 때문에 경영상의 현금에 대한 자금압박은 없다"며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이어서 주가안정을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혜인도 주가안정을 위해 50억원 규모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혜인의 유보율은 1326.02%로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혜인의 원종희 대표는 "초반에는 실적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중반기, 하반기에 가서 환율이 안정되면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현금확보와 재무안정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주식가치 안정을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종희 대표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원을 하게 되면 직원들이 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