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당국이 금리를 조정한다는 신호만으로도 금융 및 증권시장이 출렁일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정책결정은 아주 신중하면서 철저한 보안속에 이뤄지는게 불문률이다.
미국의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언론과 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FRB 의장의 의중을 읽기 위해 그에 한마디 한마디와 행간에서 의미를 찾는가 하면 일상적인 행동조차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미국의 금융대통령으로 통했던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출근길에 낡은 가죽가방을 오른쪽과 왼쪽 중 어느 팔에 끼느냐를 보고 금리조정의 의중을 점치기도 했다.
시장은 이처럼 통화정책당국자의 작은 신호에도 즉각 행동해 왔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당국은 의도적으로 금리조정의 의중을 은밀하게 내비쳐 정책효과를 거두는 노련미를 보이는 사례도 많다. 그린스펀은 이런 수법을 즐긴 전형적인 인물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지난 1월 정책금리를 두차례에 걸쳐 1.25%포인트를 내린 것은 그 동안 FRB가 보여준 정책결정방식에 비춰볼 때 파격적인 결정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로 촉발한 미국 금융시장이 그만큼 불안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이 심상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떻게든지 시장과 경제상황을 위기국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조치인 셈이다.
잇따른 금리인하로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3.0%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한국은행의 콜금리는 5.0%로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2%포인트로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현재 금리는 유럽연합(EU)의 4.0%, 일본의 0.5%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로 인한 시장불안과 경기침체 우려는 단순히 미국에 국한한 현안이 아니다. EU와 일본 등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과 환율불안 등 시장불안은 미국 등 선진국 경제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시장안정과 경기활성화를 위한 금리인하는 우리경제에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금리인하는 경제에 양면의 칼로 작용한다. 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와 부동산 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환율이 떨어져 수출감소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경기부진을 가속화 할 우려가 크다.
선진국과의 내외금리차이가 큰 수준으로 유지되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금리가 낮은 외국금융기관에서 외화로 자금을 조달해 국내로 들여올 게 뻔하다. 해외자금의 국내유입은 환율하락을 초래하기 마련이고 이는 수출경쟁력 약화와 수출감소로 이어져 긍극적으로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해외자금의 유입은 금리인하와 관계없이 시중의 유동성 증대를 촉발해 물가불안 요인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가계부채가 700조원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서민들이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몰릴 경우 ‘한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 났을때 즉각적인 금리인하로 선제적 조치를 내렸다면 금융시장과 전체 경제에 미친 충격을 크게 줄였을 것이다.
금리인하가 실물경제에 효과를 미치는데는 대략 6개월 정도 걸린다는게 정설이다. 전반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세계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경제 전망도 장밋빛은 아니라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미국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범한다면 우리경제는 또다시 힘든 상황에 몰릴게 분명하다. 통화당국이 미국의 금리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금리인하의 딜레마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